요즘 음반 시장에 대한 얘기가 새삼스레 많이 나옵니다. 그런데, 이럴 때 꼭 단골로 등장하는 해묵은 얘기들이 있습니다. 어떤 블로그에서 주장하는 얘기를 좀 가져와 보겠습니다.
타이틀곡 한곡만을 필요로 하는, 싱글앨범을 필요로 하는 사용자의 니즈를 무시하고, 가치없다 느껴지는 곡들로 채워 통CD를 만들어 마치 강매라도 하듯 팔아왔고,
언제적 얘깁니까? EP 많이 나온지 꽤 됐습니다. 요즘 메인스트림은 싱글로 내고 모아서 앨범 만드는 게 정착되어 가고 있습니다. 그렇게 한지 2-3년 넘었습니다. 그리고 미국이나 일본하고 비교하나요? 그 나라들은 싱글만 가지고도 충분하게 팔아먹어서 돈을 벌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이래도 저래도 돈이 안 되니까 고육지책으로 싱글화의 길을 걷는 거고요. 한 2년 전부터는 아예 음반보다 디지털 싱글이 먼저 나오는 경우도 많아졌습니다. 그리고 싱글앨범의 니즈요? 우리나라에서는 싱글이나 EP 안 삽니다. 제가 레코드점에서 1년 알바해 보고 내린 결론입니다. 뭐가 꽉꽉 들은 걸 좋아하더라고요.
법적인 절차까지는 아니더라도, 허가없이 리메이크 앨범을 만들고, 번안곡 수준의 표절곡을 수도 없이 뽑아내왔고, 그런 쓰레기곡들을 모아 또다시 통CD로 만들어 판매해왔습니다
그렇지 않은 CD들도 많습니다. 너무 기사화되는 음반만 가지고 말씀하시는 거 아닌가요? 위에서 얘기한 CD보다 안 그런 CD들이 많으면 더 많았지 덜하지 않습니다. 못 믿으시겠다면 당장 음반 판매점 가서 세어 보시지요. 그리고 허가없이 리메이크 앨범 만들었다는 이유로 소비자들이 그 음반을 안 샀나요? 그건 음반계 내부 문제지, 그걸 가지고 음반 안 사는 걸 정당화하는 건 어거집니다.

무슨 쓰레기 음악 어쩌고 저쩌고 하지만, 결국은 꽃미남들 떼거리로 나와서 춤추고 난리치는 데 열광하고, 여자 가수 반나체로 나와서 허리 흔드는 데 침흘리는 게 현실입니다. 결론은 간단합니다. 그렇게 쓰레기짓 해야 돈 되니까 그 짓 하는 겁니다.

음반 시장이 급속도로 위축되고, 음반 업계가 장사 안 되는 건 우리나라만 그런 건 아닙니다. 외국 음반 시장도 마찬가집니다. 예전에 메이저 음반사들은 상품성이 좋은 음반으로 대박을 치면 일부는 돈이 안 되는 재즈나 클래식 쪽으로 투자하는 '싸가지'가 있었습니다. 이제 그런 여유가 안 되니까, 메이저 음반사들 돈 안 되는 장르 다 버렸습니다. 재즈 뮤지션들 대부분이 메이저 음반사에서 쫓겨났습니다. 클래식도 그나마 돈 되는 크로스오버들 위주로 쏟아져 나옵니다. 클래식 뮤지션들도 대중음악 연주하고, 대중음악 뮤지션들하고 협연하고 별 짓 다 합니다. 이유가 뭐 있나요? 살아남기 위해서 그러는 거죠. '좋은 음반' 만든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는 겁니다. 오죽하면 엘튼 존도 "인터넷 5년만 없애면 명곡이 나올 것"이라고 하겠습니까?

그리고 공중파도 이미 대중가요와는 멀어졌습니다. 주도권은 진작에 CJ와 오리온이 운영하는 케이블 음악 채널에 다 밀리죠. 이 음악 채널들, 다 사기업이고 컨텐츠 사업 합니다. CJ는 음반 제작도 하죠. 공중파 가요 프로그램은 아무리 빵빵하게 출연진 내세워도 애국가 시청률입니다. 윤도현의 러브레터 정도가 가장 시청률 좋은 음악 프로그램인데, 시청률 10% 안 되죠. 그나마 그 시간대이기 때문에 그 정도 나오는 겁니다. 프라임 타임으로 옮기면 더 잘 될 것 같죠? 더 안 나옵니다.

디지털 음원 유통 생각해 보죠. 대부분 이동통신사들이 주도권을 잡고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SK가 압도적으로 잡고 있죠. 컬러링, 벨소리, 그리고 멜론에 싸이월드... 아이러니하게도 지금 디지털 시장은 그냥 음악 듣는 곳보다는 액세서리, 그러니까 컬러링/벨소리나 미니홈피 배경음악이 더 수익이 많이 납니다. 아시다시피 이동통신 시장은 돈 있어도 진입을 못합니다. 그러니 칼자루 쥔 쪽은 세 개 밖에 안 되는 이동통신사, 그 가운데서도 SK입니다. 그러니, 음반업계는 울며 겨자먹기로 SK한테 수입 중 대부분을 털리는 겁니다. 지금은 공중파보다도 이동통신사의 영향력이 더 크다는 사실! 어떻게 할까요? 모든 음반사들이 일치단결해서 이동통신사와 맞선다? 지금 수익 구조나 자본력에서 버틸만한 힘이 어디가 더 셀까요? 이제는 아예 SK에서 컨텐츠 시장까지 손대고 있는 상황입니다.

문제는 음반업계에서 뭘 어떻게 해서 상황을 바꾸기에는 너무 늦었다는 겁니다. 음반업계가 정말 잘못한 건, 디지털 시장 형성 초기에 너무 방관했다는 점입니다. 그러다보니 디지털 시장을 이동통신사와 포털이 다 먹어치운 뒤에는 음반업계는 칼자루를 쥐고 흔들 수 있었음에도, 그냥 끌려다니게 된 거죠.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아마 지금처럼 됐을 수도 있습니다. 지금으로서는 유통망이 거의 독점인 상황에서는 공급자들은 유통망한테 끌려다닐 수밖에 없는 거죠.

물론, 소비자들이야 싼 걸 찾는 게 본능입니다. 따라서, 싸고 원하는 음악을 골라서 들을 수 있는 디지털에 소비자들이 쏠리는 건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그냥 그 정도면 되는 겁니다. 이제 와서, '업계가 이래서 우리가 이러는 거다!' 하는 식으로 정당화하려 드는 건 그냥 합리화일 뿐입니다. 소비자는 소비자답게 소비하면 그만인 겁니다.

그러고보면, 사람들은 너무 '소장가치'에 집착하는 것 같습니다. 책도 그렇고, 음반도 그렇고, DVD도 그렇고, 반드시 소장하고 두고두고 듣고 봐야 살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옛날에 마호가니 책장에 세계문학전집 꽂아 놓고 과시하던 마인드가 아직도 내려 오고 있는 거죠. 음반이든 책이든, 매체를 서비스 개념으로 보질 않습니다. 그러기 때문에 한번 먹으면 땡인 밥값이나 술값으로는 하루 저녁에 몇 만 원에서 몇 십만 원 쓰는 건 아까워하지 않으면서 책 한 권, 음반 하나 사는 거는 '한 번 보고 말 거'라면서 아까워합니다.

음반 시장에 대한 제 생각은 비관적입니다. CD가 예전처럼 다시 살아나기는 어려울 겁니다. 음반업계에서 CD 사라고 해봤자 약발 안 먹히는 건 자기들도 알 겁니다. 그렇다고 어쩔 겁니까? 달리 대안이 없는데, 그냥 망하느니 발악이라도 해 봐야 할 거 아닙니까? 기술 발전에 따라서 사양길을 걷고, 결국 사라진 산업들은 많습니다. 음반 시장도, 기술이 발전하고 시대가 변하니 사양길을 걸을 수밖에 없습니다. 이미 뮤지션들은 음반으로 돈 벌 기대는 별로 안 하는 분위기입니다. 아무튼, 음반업계가 이따위니까 난 CD 따위 사지 않을 거야! 하시는 분들은 좋아하는 뮤지션들의 공연을 많이 보시는 게 좋을 듯합니다. 사실 그게 올바르다고 봅니다. 음악인들도 주 수입원이 무대가 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제는 락이나 재즈만이 아니라, 모두들 열심히 무대에 서고, 목 터져라 노래 부르면서 돈 벌어야 되는 '노가다' 시대가 온 겁니다. 그러니, 좋아하는 음악이 있다면 공연은 자주 봐 주는 게 CD 한 장 사는 것보다 오히려 더 나을 수도 있죠.

음반도 공짜로 다운만 받고, 그렇다고 좋아하는 뮤지션 공연도 비싸네 뭐네 이 핑계 저 핑계 대면서 외면하고, 그러면서 "이게 다 음악시장 때문이다"라고 남탓만 하는 분들은 진짜 치사한 겁니다. 그런 분들은 떠들지 말고 조용히 다운이나 받으시는 게 좋겠습니다.
Posted by MP4/13

BLOG main image
Drive with your sense. by MP4/13
Add to Technorati Favorites

카테고리

분류 전체보기 (1202)
광속질주 (205)
취생몽사 (160)
주지육림 (3)
독서삼매 (10)
음담패설 (28)
전광석화 (146)
우매상자 (66)
포장후면 (20)
악마사전 (6)
팔도유람 (20)
혹세무민 (508)
일상포착 (30)
Total : 3,916,076
Today : 565 Yesterday : 6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