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가을개편 때, KBS 2FM <전영혁의 음악세계>가 폐지된다고 합니다. 방송사 쪽에서는 '건강 문제'로 진행자가 빠지겠다는 뜻을 알려왔다고는 하지만, 아무래도 최근 들어서 전영혁 씨가 학력 위조 논란에 휘말렸는데 이것과 관계가 있지 않느냐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역시 문제를 일으켰던 강석, 최화정 씨를 비롯한 분들은 살아 남고, 이제는 몇 안 남은 진정한 'DJ' 전영혁 씨는 떨어져 나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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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런 프로그램은 개편 때마다 개편 대상 물망에 오르내리기 마련입니다. 오전 11시에 임백천 씨가 진행하던 <골든 팝스>도 올 봄에 없어졌는데, 이번 가을에 <전영혁의 음악세계>까지 막을 내리면 KBS 2FM에서 외국 대중 음악을 주로 소개하는 프로는 없어지는 셈입니다. 다른 프로그램들은 가요 위주에 팝을 조금씩 섞는 정도니까요.




제가 청소년 때만 해도 FM은 정말로 팝 위주였습니다. 대부분 음악에 대한 전문가들이 DJ들이 활동했지요. 전문 DJ가 아닐지라도 <황인용의 영 팝스>를 진행했던 아나운서 황인용 씨도 만만찮은 실력을 자랑했습니다.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FM도 연예인들 농담 따먹기 위주로 변해가면서 음악은 뒷전이고 수다가 위주가 되어 버렸습니다. 음악 잘 몰라도 되죠. 그냥 프로듀서가 선곡해 주는 대로 틀어주면 되니까요. 그런 흐름에 따라서 FM에서도 점점 팝이 자취를 감추었지요. 몇 안 되는 프로그램들이 겨우겨우 명맥을 유지하고 있었습니다.

지금 FM에서 전문 DJ라고 할 수 있는 사람이 누가 있나요? 정말 드뭅니다. 물론 선수들 사이에서는 전영혁 씨에 대해서 얘기가 항상 거기서 거기다, 그냥 외국에서 좋다 하는 음악을 백화점 식으로 틀어대기만 한다, 이런저런 비판은 있었지만, 저처럼 상품으로 찍어내는 음악에만 물들어 있던 바보한테 이런 음악도 있구나, 하는 걸 가르쳐 준 프로가 <전영혁의 음악세계>였습니다. 제가, '재즈'라는 음악이 뭔지, 그리고 그 음악을 찾아 듣게 된 것도, 그 프로가 아니었으면 아예 없었을 일이거나, 한참 늦은 일이었겠지요. 그런데 이제는 그런 프로그램에게 새벽 시간대조차도 설 자리가 없네요. 하긴, 그나마 '공영방송'이란 타이틀을 달고 있었던 KBS니까 구색 차원에서 그만큼이라도 버텼던 거겠죠. 이 프로그램이 막을 내리는 것을 슬퍼하는 이유는 그 프로그램 하나, 또는 전영혁 씨를 볼 수 없기 때문이 아닙니다. 이제는 음악 그 자체를 추구하는 프로그램이 멸종되어가는 모습 때문인 거죠.

후속 프로는 DJ 없이 국내외 인기곡을 방송하는 프로그램이라고 합니다. 하긴, 이제는 그렇게 폭과 깊이를 겸비한 프로를 진행할 능력이 되는 DJ도 없죠. 음악을 많이 아는 사람은 많겠지만, DJ는 지식만으로 되는 게 아니죠.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능력은 또 다른 거니까요. DJ는 다 멸망했는 걸요.

방송은 막을 내려도, 항상 큼직한 검은 가방에다 방송에 쓸 CD를 싸가지고 다니는 그 분 모습이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겁니다.
Posted by MP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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