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군 에이스로서는 좀 아깝게 됐네요. 에이스 결정전까지 갔는데 첫 승 신고에 실패했으니. 뭐 어찌 됐건. 그건 그렇고, 네번째 경기였던 임요환 대 안상원 경기는 역시, 임요환이라는 선수가 아직까지 심리전과 새로운 맵을 빠르게 이해하는 능력은 전혀 무뎌지지 않았다는 점을 보여줬습니다.
안상원 선수는 후반으로 가면 절대 안 진다, 라고 말할 정도로 후반에 뒷심이 좋은 선수입니다. 예전에 염보성 선수에게 역전으로 이김으로써 확실하게 그 점을 각인시켰죠. 그래서인지, 임요환이 아예 초반부터 필살기를 띄웁니다. 처음 생산된 SCV를 바로 상대편 쪽으로 보냅니다.
그리고는 9시 쯤에다가 전진 배럭. 뭐 여기까지는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초반 전략입니다. 아마도 안상원 선수도 이 정도는 예상했던 것 같습니다.
문제는 이거죠. 서플라이도 안 짓고 SCV 한 대를 더 보내서 앞마당 쪽에다가 배럭을 하나 더 짓습니다. 백마고지는 본진 자원이 아주 넉넉한 부자맵입니다. 멀티를 급하게 생각하지 않아도 본진 자원으로도 충분히 운영할 수 있죠. 이 점까지는 안상원도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필살기.
운도 약간 따라줬는데, 처음 짓는 배럭을 정찰로 발견한 안상원이 배럭을 짓는 SCV를 지졌는데, 간발의 차이로, 딱 체력 바닥을 남기고 배럭이 완성됐습니다. 곧바로 SCV는 터졌지만, 배럭이 지어진 것으로 임무는 완수죠.
안상원 선수로서는, 아마도 1배럭 전진이려니 생각했을 겁니다. 그래서 좀 안이하게, 벙커도 없이 1배럭만 짓고 리파이너리를 올리고 팩토리로 갈 생각을 했지요. 마린 둘 정도 온다고 해도 생산되는 마린에 SCV로 충분히 방어할 수 있겠거니, 했겠지요. 그런데 이게 웬일? 마린 넷이 갑자기 덮쳐들었으니 황당했겠죠.
순식간에 마린이 아홉까지 늘은 상태. 1배럭에서 생산된 마린은 뭐 하나 해 보지도 못하고 죽고, SCV도 하나 하나 죽어 나가고, 팩토리 짓는 것까지 실패하면서 여기서 게임은 끝났다고 봐야죠. 그리고 임요환의 바이오닉 컨트롤 능력. 여전히 날카롭습니다. 마린과 SCV가 들이댔지만 마린 하나도 안 잃었습니다. 배럭 짓던 SCV만 안 죽었으면 퍼펙트였을 텐데요.
결국 GG. 안상원으로서는 뒷통수 제대로 맞았다 싶어서 뒷머리가 뜨끈했을 겁니다.
르까프 때 손주홍과 벌인 경기도 그렇고, 전기리그에서는 좀 침체다 싶었던 임요환이 후기에서는 좀더 나아진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비록 후기 들어서 팀은 한번 이기지도 못하고 4패로 꼴찌지만, 언제 또 분위기 살아서 강팀을 연거푸 잡아내는 파란을 일으킬지 모르죠. 그리고 언젠가는, 강팀을 잡아내는 게 더 이상 '파란'이 되지도 않을 때가 오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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