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이버들이나 팀 관계자들이 가장 많이 하는 말 중에, "That is racing."이라는 말이 있죠. 쉬운 말입니다. "그게 레이싱"이라는 뜻이죠. 그런데, 보통은 이 말 앞에, 'but'이란 단어가 많이 붙습니다. 주로, 안 좋은 일을 겪은 쪽에서 많이 쓰는 말이기 때문이죠. 안 좋은 일에 대해서 얘기한 다음에, "하지만 그게 레이싱이다" 2007년 터키 그랑프리에서 그 말을 가장 많이 해야 할 분은 아무래도 루이스 해밀튼일 듯합니다.
출발 때 라이코넨한테 2위 자리를 내 주기는 했습니다만, 두번째 피트스탑에서 잘 하면 라이코넨이라도 제칠 수 있으리라! 하는 기대를 품고 있었습니다만, 이게 웬일? 오른쪽 앞 타이어가 갑자기 터지면서 2위는 커녕 5위까지 밀렸습니다. 그나마 절반 넘어가서 터졌길 망정이지, 피트 입구 지나자마자 터졌으면 노 포인트로 끝장날 뻔 했습니다. 한편, 출발 때 BMW 두 드라이버한테 잡히면서 4위에서 6위로 내려앉았던 페르난도 알론소는 그래도 끈질기게 하이드펠트를 따라 붙은 끝에, 첫번째 피트스탑에서 쿠비차와 하이드펠트를 모두 제치는 데 성공했습니다. 그리고 두번째 피트스탑에서는 해밀튼이 타이어가 터지는 바람에 어부지리. 포디움 피니시에 성공하면서, 해밀튼과 포인트 격차도 5 포인트로 줄였습니다. 속으로는 '에이, 해밀튼 녀석 8위 밖으로 밀려나지...' 했겠지만, 그래도 2 포인트가 어딥니까?
이번 터키에서 페라리는 완전 축제 분위기겠습니다. 시즌 두번째 원투 피니시를 거두었으니까요. 펠리페 마사. 터키가 무지하게 사랑스러울 것 같습니다. 터키에서 작년에 이어서 2연속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라이코넨이 그렇게 뒤에서 압박을 주었는데도 잘 견뎌 내고, 중간에 격차를 많이 따라잡힌 적은 있습니다만, 선두를 끝까지 내주지 않고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그와 반대로 라이코넨은 좀 아쉽게 됐네요. 피트스탑 두 번 다 마사보다 자기를 먼저 불러들이는 바람에 피트 덕도 못 보고, 2위에 머물렀습니다. 고속 서킷인데도 소프트 옵션을 쓴 페라리가 출발 때부터 맥클라렌을 압도하더니, 마지막에 페라리는 소프트→하드로, 맥클라렌은 하드→소프트로 타이어를 바꾸었는데도 페이스가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맥클라렌은 페라리보다 연료를 많이 넣었을 거라고 추측들을 했습니다만, 뚜껑을 열어보니 비슷비슷했습니다. 결국 페라리 완승이었지요.
BMW는 그냥 그저 그런 성적이네요. 하이드펠트가 4위를 한 건 좋지만, 출발 때 3위를 잡았던 로베르트 쿠비차는 너무 이른 피트스탑 뒤에 8위로 내려앉아서 턱걸이 1 포인트에 그쳤습니다. 그리고 르노는 코발라이넨이 막판에 해밀튼을 열심히 쫓아갔지만 결국은 앞지르기에 실패하고 6위로 만족해야 했습니다. 해밀튼 머신이 타이어 터진 뒤에 100% 정상은 아닌 것으로 보이는데, 작년 챔피언 르노... 무력한 모습이 좀 안쓰럽다 싶네요.
핸들링 쪽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보였던 토요타는 야르노 트룰리가 출발 때 스핀 쇼로 대형 사고를 칠 뻔하더니, 두 드라이버가 10위 바깥으로 주욱 밀려났습니다. 다른 팀들은 초반 빼고는 중계에 잘 잡히지도 않더군요. 팀 매각설이 이어지고 있는 스파이커의 아드리안 슈틸은 뭔가 문제가 있었는지 개러지로 들어가서 리타이어하는 줄 알았는데, 좀 있다가 다시 나가더군요. 그 뒤에도 스핀 쇼는 좀 했어도 완주에는 성공했습니다. 초반에 트러블로 리타이어한 마크 웨버를 빼고는 모두 완주했습니다.
다음 경기는 이탈리아! 페라리 홈 그라운드인 만큼 페라리 우세가 점쳐집니다. 맥클라렌은 팀 내분으로 헝가리 그랑프리 컨스트럭터 포인트 까먹고, 이번에 페라리 원투 덕분에 격차가 11 포인트까지 좁혀졌습니다. 해밀튼과 마사는 15 포인트네요. 좀 멀어보이지만 다섯 레이스가 남았으니 아주 안 될 격차는 아닙니다. 다다음 주에 몬짜에서 열리는 이탈리아 그랑프리가, 과연 페라리가 양대 챔피언십에서 맥클라렌을 잡을 수 있을 것인가 판가름하는 중요한 경기가 될 것 같습니다. 물론 페르난도 알론소로서도, 과연 남은 다섯 경기에서 루이스 해밀튼을 따라잡을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중요한 경기가 될 겁니다. 이제는 여유 부릴 시간이 그리 많지 않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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