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날 저녁입니다.
이리저리 돌아다니다가 속초 시내에 있는 동명항으로 갔습니다.




속초항은 주로 여객이나 화물선 같은 큼직한 배들이 쓰는 곳이고, 작은 어선들은 명항을 이용합니다. 여기 와 보면 경매장도 있고 활어를 파는 곳도 있습니다. 수협에서 운영하는 활어 시장에는 100% 우리 어선이 잡은 자연산만 판다고 큼직하게 써 붙여져 있습니다. 만약 양식을 속여서 파는 걸 신고하면 포상금을 준다고 하네요.




한 건 건졌습니다. 어떤 집에 보니까 닭새우가 있더군요. 바로 몽땅 샀습니다. 이게 날이면 날마다 먹을 수 있는 게 아니라서, 볼 거 없이 바로 샀지요. 이 닭새우는 생긴 것부터 정말 보통 새우와는 다릅니다.




닭새우에는 몸에 갈퀴 같은 것들이 삐쭉삐쭉 나와서 다루기가 까다롭습니다. 벗기다가 베이거나 찔리기 쉽거든요. 저도 한번 베였습니다. 온 몸이 삐죽한 침으로 둘러싸여 있는, 갑옷을 입은 듯한 모습을 보니까 그럴싸한 별명이 생각났습니다. '전투새우', 이 녀석한테 딱 어울리리는 것 같네요. 아무도 인정은 안 하시겠지만. 아무튼 힘도 세서 잡으면 팍팍 튑니다. 겁나더라고요. 워낙에 갈퀴로 덮여 있는 놈이 팍팍 튀니까 찔려서 다칠까봐. 무지하게 겁먹었습니다.

그래도 어쩌겠습니까? 맛있는 건 먹어야죠. 온갖 고난을 뚫고! 몇몇 새우들은 암컷인지 알이 꽉 차 있습니다. 알은 좀 시큼하고 짭조름한 맛입니다. 그럼 이 새우살은 어떠냐... 무지하게 단맛이 있습니다. 거기다가 살아 있는 걸 바로 벗겨서 날것으로 먹으니까 정말 살이 탱탱하니 씹히는 맛이 좋더군요. 이 녀석은 삶으면 마치 바닷가재 같은 느낌이라고 합니다. 하여간 생긴 것도 그렇지만 맛도 보통 새우와는 뭔가 다른 구석이 있습니다.




여기에 곁들여서 오징어회까지. 정말 싱싱하지요. 활어시장 2층에 바로 식당이 있는데, 크고 깨끗한 편입니다. 좀 독특한 건, 음료나 술은 셀프 서비스라는 겁니다. 필요하면 내가 냉장고에서 꺼내서 카운터에서 선불 계산하고 먹으면 됩니다. 그런데, 공간이 넓다 보니까 사람이 많으니까 너무 시끄럽더군요. 애들이 빽빽 소리 질러대는데 귀가 멍멍해질 정도였습니다.





너무 시끄러워서 귀 좀 쉬게 하려고 바깥으로 잠깐 나왔습니다. 해가 뉘엿뉘엿 떨어지는 시간. 하늘이 정말 멋지더군요. 속초에서 보낸 마지막 저녁이 슬슬 저물어가고 있습니다. 아쉬워서 몇 컷 눌러 봤습니다.




날이 저무니까 바다낚시 하려고 오는 분들이 눈에 뜨이더군요. 방파제에서 진을 치고 오늘 밤을 새겠다는 태세로 낚싯대를 드리우는 분들.





저무는 속초 하늘이 아쉬워서 몇 장 더 찍었습니다.




한 상점에 어마어마한 놈이 있더군요. 왼쪽이 있는 놈과 비교해 보신다면, 대단한 크기입니다. 40만 원짜리 광어랍니다.

아무튼 동명항에서 회 몇 가지를 먹었지만, 닭새우가 워낙에 맛이 좋은 관계로 회는 별로 손을 못 댔습니다. 배도 부르고 해서... 그 다음에는 뭐, 숙소에서 와인 두 병 정도 나눠 마시고 잠이 들었지요. 저는 일 관계로 새벽에 서울로 올라왔습니다. 먹고 마시고 돌아다닌 여름 속초 공략은 이렇게 막을 내렸습니다.
Posted by MP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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