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럴수가. 가지고 간 와인이 홀라당 다 떨어졌습니다. 어쩌겠습니까? 현지 조달이라도 해야죠. 속초 이마트로 뛰었습니다.
서울에 비해서는 종류가 그다지 많이 않았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눈에 뜨이는 와인이 있어서 몇 개 집어 들었습니다. 무려 2900원 짜리 아르헨티나 말벡에서부터 2만 원이 조금 넘는 알자스 와인까지. 그리고 삿뽀로 맥주 몇 캔에 치즈. 이 정도로 장을 봤습니다.
알자스에서는 꽤 유명한 휴겔에서 만든 와인입니다. 보통은 품종 이름이 쓰여 있는데 이 와인은 'Gentil'이란 타이틀이 써 있네요. 이런 품종도 있었나 싶었습니다만, 품종이 아니라 타이틀이네요. 여러 품종을 섞은 와인입니다. 게부르츠트라미너, 피노 그리, 리슬링, 뮈스까, 그리고 실바너까지, 다섯 종류를 혼합한 와인입니다. 아마도 휴겔 가운데에서는 가장 싼 급이 아닐까 싶습니다. 와... 그래도 알자스는 알자스입니다. 거의 휘발유 냄새 같은 지독한 향이 팍팍 올라오는데, 만만한 녀석이 아닙니다.
참 투명한 느낌입니다. 맛도 향도 무척이나 냉랭한, 알자스의 특징이 잘 살아 있습니다. 과일향은 모르겠고 미네랄은 무지하게 난리법석입니다. 게부르츠트라미너가 주 품종인데도 단맛이 별로 없네요.
그리고 한 가지 더. 도멩 쌩 미셀이라는 미국 스파클링 와인입니다. 샹파뉴와 기후 조건이 비슷한, 워싱턴 주 쪽에서 만든 거라고 하네요. 병 모양은 좀 둥글둥글하니 별로 마음에 안 들었지만, 샴페인이 아쉬웠던 우리로서는 이 녀석에 한번 도전해 보기로 했습니다.
2만 원도 안 하는 녀석인데, 생각보다 성적이 좋았습니다. Brut 답게 별로 달지도 않고, 기분 좋게 마실 수 있는 스파클링 와인입니다. 언제 제대로 한번 시음을 해야겠다, 싶은 생각이 듭니다. 여기까지 하고 결국은 넉다운. 나머지 와인은 내일로 넘기기로 하고 바닷가에서 시달린 피로에다가 술이 겹쳐서 쓰러져 잠이 들고 말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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