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 뭐 해수욕장 같은 건 아니고 숙소 앞에 있는 작은 바닷가입니다. 그래도 모래사장도 좀 있고 그렇습니다. 사람도 별로 없고요. 이 날이 마지막 날이었습니다. 그 다음날부터는 바닷가로 가는 문을 폐쇄하더군요.
파도가 높은 건 아니었지만 그래도 꽤 있었습니다. 사람 키보다 좀더 높은 파도도 가끔씩 밀려오더군요. 구명조끼를 입지 않은 사람들은 통제를 받았습니다. 하긴 뭐 수영 아무리 잘 해도 혹시나 한번 파도에 휩쓸리면...
간만에 백사장에 나와 본 것 같았습니다. 사실 수영복을 갖고 오지 않아서 고민을 좀 했습니다만, 에라 모르겠다 하고 옷 입은 채로 구명조끼 걸치고 뛰어들었습니다. 그 몰골은 차마 공개할 수가 없겠습니다.
진상들이 어디 가겠습니다. 여기에서도 어김없이 등장한 맥주 한 병! 요건 호주산 빅토리아 비터라는 맥주입니다. 호주 맥주는 포스터스가 많이 알려져 있습니다만, 저는 그 맥주가 좀 밋밋해서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이 맥주는 이름에 '비터(bitter)'란 말이 들어가 있는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아마도 호프를 듬뿍 넣은 것 같습니다. 씁쓸한 호프 맛이 많이 나네요.
그것도 모자라서 또다시 와인까지 등장. 이 인간들이 왜 이렇게 사치스러운가 싶으시겠지만, 저 와인 한 병에 만 원이 훨씬 안 되는 아주 싼 가격입니다. 워낙에 그 가격에 비교해서 품질이 좋은지라 거의 한 박스를 사 가지고 내려온 거죠.
혹시 깡술을 마신 거냐고요? 아닙니다. 안주도 아주 배불리 먹었지요. 그 안주는 바로... 바닷물. 파도에 십 수 번을 휩쓸리면서 바닷물을 한 드럼은 먹은 것 같습니다. 저 세찬 파도 앞에 당당히 서서 외쳤습니다.
"다 덤벼!"
정말 다 덤비더라고요. 진단서 끊으면 구타에 의한 타박상으로 전치 4주는 나올 것 같습니다. 확 그냥 진단서 끊어서 고소나 해버려? 저녁 내내 계속 바닷물이 코로 줄줄 흘러나오는 통에 동네 창피해서 죽는 줄 알았습니다. 티슈 무지하게 썼네요. 남들이 보면 뭔 콧물을 저렇게 흘리나 싶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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