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착한 새벽부터 꽤나 사치스럽게 퍼마셨으니, 아침 일찍 일어났을 리가 없죠. 정확하게 말하면 아침 일찍 잤으니까요. 아침에 일어나서, 뭔가 허전하다! 싶어서 꺼내든 것은...




호스트께서 이런 것도 가져 오셨더군요. 미리 갈아 놓으면 향 없어진다고. 아주 가늘게 갈도록 맞춰 놔서 가는 데 시간 무지하게 걸리더군요. 어쩌겠습니까. 먹으려면 갈아야죠. 이를 북북 갈면서...




일단 드리퍼로 커피를 내려 봤습니다. 그러나, 이걸로도 또 만족을 못하는 진상들에게는 또 한 가지 옵션이 있었으니...




띵! 바로 이겁니다. 모카 포트. 에스프레소를 내릴 수 있는 주전자지요. 오른쪽에 보면 구멍이 숭숭 뚫린 판이 있는데, 그걸 뺄 수 있습니다. 그 아래에 물을 담고, 다시 저 판을 올려 놓은 다음에 커피를 넣습니다. 그 다음에는 왼쪽 것을 위에 올리고 돌려서 잠그면 됩니다. 그런데, 모카 포트를 써 분 분들 가운데에는, 좀 이상한 점을 발견하셨을 분도 있을 겁니다. 왼쪽에, 에스프레소 나오는 부분에 얹혀져 있는 추 같은 거는 뭘까, 싶으신 분들도 있으실 텐데, 요건 고압력 포트입니다. 보통 모카 포트는 물이 끓으면 에스프레소 액이 죽죽 나옵니다만, 이 녀석은 추가 눌러 주기 때문에 압력이 많이 올라갑니다. 그러다가, 압력을 이기지 못하면, 에스프레소 액에 추를 밀어내서 퍽! 하고 에스프레소가 한방에 뿜어져 나옵니다.




잘 잠근 모카 포트를 불 위에 올려 놓고 기다립니다. 이 녀석은 한 방에 팍 터지기 때문에 옆에 붙어 있어야 합니다. 터지자 마자 바로 들어내는 게 좋거든요.




여행지에서 참 별 짓 다 한다 싶지만, 이게 끝내준다니까요. 물론 알콜이 잔뜩 들어간 뱃속에다가 에스프레소까지 밀어 넣으면 과연 위가 어떻게 될지는 저도 장담을 못하겠습니다. 고압력 포트 쪽이 일반 포트보다는 쓴 맛이 좀더 적은 것 같습니다.




호스트께서 아침으로 준비하신 오징어 물회입니다. 새벽녘에 항구로 가서 막 들어온 오징어를 사다가 만드셨더군요. 이걸로도 해장이 되다니, 정말 신기한 일입니다. 얼음도 동동 띄워져 있어서 시원한 게, 너무 맵지도 않고 달짝지근하게 양념이 되어 있어서 아주 좋습니다.

자, 아침에 에스프레소도 한방 때렸겠다, 오징어 물회에다가 밥까지 말아서 먹었겠다. 그럼 이제 어디로 갈까나...
Posted by MP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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