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여름 무지하게 우울한 휴가, 아니 휴가가 없을 걸도 예상했습니다만, 어찌어찌해서 아는 분들하고 속초로 묻어가게 됐습니다. 저는 일 관계로 늦게 출발한 관계로 심야우등 고속버스를 탔습니다.
고속버스가 중간에 횡성(소사)휴게소에서 쉬었는데, 커피 한 잔 사 마시고, 계산서를 봤더니 회사 이름이... 설마, 회사 대표께서 새미 소사 팬이서 어렇게 지은 건 아니겠죠?
밤 11시 40분 차로 출발했는데, 새벽 3시 조금 지나서 속초에 도착했습니다. 새벽녘에 숙소에 도착하니까, 아직 다른 분들이 안 자고 기다리고 계시더만요. 미안하게시리... 그리고 맞아준 자게 두마리... 대게랑 비슷하게 생긴 것 같기도 하지만, 대게가 좀더 다리가 길 걸요? 하지만 살은 이 녀석이 더 꽉 차 있습니다. 껍질도 좀 더 얇기 때문에 먹기에 더 낫습니다. 근데 어째 폼이 짝짓기를 하는 듯한...
저녁 때 삶은 거라서 이미 식은지 오래지만 그 맛이 어디 갈 리는 없죠. 불그스름한 색깔이 생생하게 잘 살아 있습니다.
요기다가 트레비아노 다브루쪼 화이트 와인을 걸쳐서 먹으면 쑥쑥 들어가죠. 아주 저렴한 와인입니다만, 게살에 화이트 와인, 딱 어울립니다.
중간에 등장한 이 시커먼 덩어리는... 초콜릿으로 코팅한 호두입니다. 프랑스 거라는데... 달지 않고 호두하고 잘 어울립니다. 와사삭 씹어먹으면 화이트 와인하고도 잘 어울리죠. 아마 스파클링이었다면 더 좋았을 겁니다.
새벽 세 시부터 다섯 시 너머까지 이어진 술자리. 자게 세 마리를 홀라당 다 잡고, 남은 와인을 해치우기 위해서 이 녀석까지 등장했습니다. 돼지고기 안심으로 만든 '롬보'라는 포르투갈 햄입니다. 자연 건조를 통해서 발효시킨 햄인데, 아주 강한 스모크향이 풍깁니다. 그리고 껍질이 붙은 상태에서 만들어서 쫄깃쫄깃하게 씹히는 맛도 있지요.
자연 건조를 해서 수분 함량이 많지 않아 슬라이스가 잘 됩니다. 요거에다가 남은 트레비아노 다브루쪼를 마시다가, 결국 동이 어둑어둑 터올 무렵에 다들 뻗고 말았습니다. 도착한 날 새벽은 속초의 자게와 이탈리아의 화이트 와인, 프랑스의 호두 초콜릿과 포르투갈의 햄이 한 식탁에서 만나는 국제적 술판으로 막을 내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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