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라리 기밀 문서 유출을 둘러싸고 FIA 세계 모터 스포츠 평의회가 목요일에 열렸습니다. 이날 회의에서는, 유출된 페라리 문서를 가지고 있었던 마이크 코플란이 소속된 맥클라렌 팀이 국제 스포츠 규약 151c를 위반했는지, 만약 위반이 인정된다면 어떤 처벌을 내릴 것인지에 대한 심리가 열렸습니다. 국제 스포츠 규약 151c는 다음과 같습니다.
151.
위에서 언급된 모든 특정한 반칙에 더해서 다음 반칙 가운데 무엇이든, 이 규정을 위반한 것으로 간주된다.
c)
모든 부정한 행동, 또는 어떤 참가자의 이익이나 전체 모터 스포츠의 이익에 해가 되는 모든 행위
이번 사건 심리는 두 가지가 쟁점이 된 것으로 보입니다.

  • 마이크 코플란이 어떻게 페라리 문서를 얻게 되었는지
  • 이 문서에 담긴 정보들이 맥클라렌의 머신 개발에 쓰였는지




세계 모터스포츠 평의회(WMSC)는 맥클라렌 팀에 대하여 국제 스포츠 규약 151c를 위반한 것이 인정된다고 결정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이 문서에 담긴 정보들이 맥클라렌 머신 개발에 쓰였다는 증거가 없으므로, '지금으로서는' 처벌을 내리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나중에라도 이 문서에 담긴 정보들을 맥클라렌이 활용한 것이 드러난다면, FIA는 팀을 재소환할 권리를 보유하고 있으며, 그렇게 되면 2007년은 물론 2008년 월드 챔피언십에서도 이 팀을 제외시킬 수도 있다고 단서를 달아 놓았습니다. 곧, 선고 유예이지, 선고가 난 건 아닌 셈입니다. 또한, 이번 심리와는 별도로 문서 유출 혐의를 받고 있는 전직 페라리 직원인 나이젤 스텝니, 그리고 문서를 보관하고 있었던, 지금은 정직 상태인 맥클라렌 팀의 수석 디자이너 마이크 코플란을 불러서 심리를 하기로 결정했습니다. 그럼, 이번 일에 대한 두 가지 쟁점을 살펴 보기로 하겠습니다.


마이크 코플란은 어떻게 페라리 문서를 얻게 되었는가

지금까지 나온 얘기를 종합해 보자면, 마이크 코플란이나 맥클라렌 쪽 주장은 "누가 주길래 받았다"입니다. 마이크 코플란은 우편으로 자기에게 온 문서를 받았다고 진술하고 있으며, 페라리 직원을 꼬드겨서 문서를 요구하거나 문서를 받은 댓가를 주었다는 얘기는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또한, 나이젤 스텝니는 이 문서를 유출시켰다는 혐의를 완강하게 부인하고 있습니다. 곧, 어떤 경로로 문서가 유출된 것인지에 대해서는 확실치가 않습니다. 이 점은 무척 중요합니다. 맥클라렌에서 문서 유출을 부추겼거나, 문서를 받은 댓가로 페라리 직원에게 금품을 제공했는지, 아니면, 그저 "누가 주길래 받았다"인지에 따라서 죄의 무게가 많이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전자인 경우에는 100% 맥클라렌 책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만, 후자인 경우에는 맥클라렌에게만 책임을 물을 수가 없습니다. 마이크 코플란 자신은 요구한 적이 없는 문서를 받았다, 이건 그야말로 길가다가 지갑 주운 거나 마찬가지기 때문입니다. 곧, 전자 쪽이 '절도'라면, 후자 쪽은 '점유이탈물횡령' 정도가 되겠죠. 양쪽 다 죄가 되지만, 죄의 무게에는 큰 차이가 있습니다. 지금으로서는, 후자 쪽에 해당된다는 주장을 깰 수 있는 증거가 없기 때문에 이 점이 처벌 여부 결정에 참작된 것으로 보입니다.


문서에 담긴 정보들을 머신 개발에 활용했는가

가장 중요한 부분은 이 점입니다. 부정한 문서를 가지고 있었다는 것 역시도 죄가 되지만 가장 큰 문제는, 과연 페라리의 지적 재산권을 맥클라렌에서 부정한 방법으로 빼내서 이득을 보았는가 하는 점입니다. 페라리는, "아마도 맥클라렌은 이 정보를 활용했을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페라리는 코플란이 받은 문서를 여러 사람들에게 보여 주었고, 여기에는 팀 CEO 마틴 위트마시, 운영 이사인 조나던 닐, 그리고 기술 이사인 패디 로우도 포함된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맥클라렌 팀에서는 "오로지 코플란만이 봤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코플란은 진술서에서, "그 문서를 여러 사람들에게 보여주었지만, 모두들 이 문서를 멀리하면서 없애버리라고 충고했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페라리 측에서 거론한 세 사람 중에서, 적어도 조나던 닐은 이 문서를 본 것으로 보입니다. 코플란은 골프장 클럽 하우스에서 닐에게 이 문서를 보여 주었는데, 하지만, 닐은 문서를 '흘끔 보고'(곧, 내용을 제대로 보지 않았다는 얘기입니다) 나서는 문서를 없애버리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곧, 문서를 제대로 본 사람은 마이크 코플란밖에 없다는 얘기가 됩니다. 물론, 페라리 쪽에서는 수석 디자이너인 마이크 코플란이 문서를 본 것만으로도 그 안에 있는 머신 설계에 충분히 활용되었을 것이라고 주장했고, 맥클라렌 쪽에서는 "페라리의 지적 재산권을 어느 개발 단계에서도 쓴 적이 없다"면서 페라리 쪽 주장을 일축했습니다. 결국 WMSC에서는 '심증은 있지만 물증이 없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여기에는, 코플란이 스텝니와 함께 혼다 이적을 추진하고 있었다는 점, 그래서 혼다의 닉 프라이를 만나서 실제 준비 단계까지 들어갔다는 점이 참고가 된 듯합니다.


앞으로 전망

WMSC에서 맥클라렌에게 '지금은' 처벌을 내리지 않겠다고 결정했으므로, 사태는 일단락 된 것으로 보입니다만, 아직은 갈 길이 멉니다. 맥클라렌 쪽에서는 "완전히 만족하지는 않아도 공정했다"고 말한 반면, 페라리 쪽에서는 "이해할 수 없다"격분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지금 나이젤 스텝니와 마이크 코플란에 대해 페라리가 제기한 소송이 있습니다. 여기에서 어떤 사실들이 입증되는지, 또 어떤 새로운 사실들이 밝혀지는지에 따라서, WMSC는 맥클라렌을 재소환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페라리로서는 두 가지 쟁점에서 자신들에게 유리한 새로운 사실이나 증거를 찾아 내기 위해서 총력전을 벌일 것입니다. 물론 그 무언가가 나온다면 상황은 당연히 역전될 것입니다. 따라서, 당분간은 법정에서 스텝니와 코플란을 놓고 꽤 지루한 공방이 벌어질 것 같습니다.

Posted by MP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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