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 아프가니스탄 납치 사건에 대해서 여러 번 글을 쓰게 되는군요. 사실 어떤 큰 이슈가 나타나고 거기에 대한 얘기가 오가다보면, 불분명한 정보들이 끼어들게 마련입니다. 특히나 요즘 같은 경우에는 인터넷에서 누군가 장난으로, 또는 뭔가 목적을 가지고 왜곡하거나 조작한 정보들이 끼어듭니다. 문제는, 논란에서 어떤 한쪽 태도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그 정보가 자기들에게 유리한 것이라면 그 근거는 정확하게 확인해 보지 않고 덜컥 집어든다는 겁니다. 그리고 그 근거가 거짓으로 밝혀지거나 진실성이 의심된다고 해도 그 목소리는 묻히기 쉽습니다.
이번 납치된 사람들이 아프가니스탄에서 어떤 행동을 했는지, 여기에 대해서 비난 여론이 많습니다만. 전 기본적인 부분에서 몇 가지 의심이 들었습니다. 그 사람들이 아무리 신앙심에 푹 빠져 있다고 해도 바보가 아닌 이상 그 나라 문화가 어떤지, 무엇이 위험한지에 대해서 아주 이해도 뭣도 없을 리가 없습니다. 하루 이틀 거기서 봉사인지 선교인지를 한 것도 아니고, 만약에 대놓고 기독교 선교 활동을 했으면 그렇게 타 종교에 대해서 배타적이라는 아프가니스탄에서 진작에 무슨 사단이 나도 났을 거라는 점입니다. 근데 정작 아프가니스탄 주민들은 그들을 석방하라고 시위까지 벌였습니다. 뭐가 앞뒤가 안 맞습니다. 그 사람들이 그렇게 선교활동을 하고 기독교 전도를 하려고 들었다면, 그 주민들이 가만히 있었을까 싶은 겁니다. 한편 탈레반은, 처음에 납치할 때 그들이 한국인인 줄을 몰랐다고 말했습니다. 곧, 그 사람들이 선교활동을 했기 때문에 잡은 게 아니라, 잡고 보니까 한국인이었다는 겁니다. 그리고 종교 문제나 이교도 처단 같은 게 목적이 아니라 죄수 석방이나 돈같은 이익을 얻기 위해서 납치한 거였습니다. 이런 의문에서 출발해서, 지금 인터넷에서 떠돌고 있는 얘기들에 대해서 몇 가지 짚어 보았습니다.
1. 정부에서 그들을 말렸더니 법적 조치 위협을 했다?
이 얘기 굉장히 많이 나오더군요. 이번 일에 대해서 당사자들을 비난하는 가장 큰 근거 가운데 하나입니다. 정부에서 말리고 비행기표까지 취소했더니 고소하겠다고 위협을 했다, 정부에서 나중에 전용기까지 보냈는데 거부했다, 이런 얘기들이 많습니다. 근데, 여기에 대한 기사가 있습니다.
관련 기사 : 인터넷 떠도는 피랍자 관련 루머 모두 '사실무근'
보시면 아시겠지만, 외교부에서는 위와 같은 얘기에 대해서 사실무근이라고 밝혔습니다. 올해 2월 경에 한민족복지재단에 공문 한번 보낸 것 말고는 없다는 겁니다.
2. 납치된 사람들은 아프가니스탄에서 뭘 했나?
저도 첨에는, 사람들 있는 데서 대놓고 기독교 활동을 한 걸로 알았습니다. 하지만 그건 아니더군요. 솔직히 '높으신 분의 무덤'에서 워십한 걸 싸이에 올린 건 제가 봐도 어처구니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내용을 살펴 보면, 평소에는 사람들이 북적거리지만 그날따라 신기하게도 조용했다고 돼 있습니다. 그러니까 남들 보는데서 사람들 상대로 선교활동을 한 게 아니라 보는 사람들 없으니까 자기들끼리 감동 먹은 겁니다. 그리고 자꾸 선교/봉사를 가지고 말이 많습니다만, 적어도 이번에 갔던 사람들이 누굴 상대로 선교를 했다는 근거는 보이지 않습니다. 보는 사람 없는 데서 자기들끼리 워십한 게 선교인지, 저로서는 모르겠네요. 다만, 아무리 보는 사람 없어도 다른 종교 시설에서 그런 짓은 좋게 보이지 않더군요.
칸다하르 모스크에서 찬송가 한 곡 불렀다고 하네요. 관리자 말고는 아무도 없었다고 했고, 관리자한테 노래 한곡 불러도 좋다고 허락 받아서 불렀다고 하네요. 그래도 모스크에서 그 짓 한 건 오버입니다만, 적어도 사람들 보는 앞에서 그런 짓 한 건 아니라는 겁니다. 곧, 누구를 상대로 그런 행동을 한 선교활동이 아니라, 보는 사람 없는 데서 자기들끼리 한 거라는 얘기입니다. 제가 아는 '선교'란 건 누군가를 상대로 하는 거지, 자기들끼리 지지고 볶는 걸 뜻하는 게 아니라고 알고 있는데, 제가 잘못 알고 있나요? 물론, 그래도 그 장소에서 그런 행동을 한 게 잘못된 것이지만요.
그런데 한 가지 더 생각해 볼 건, 여성들이 내내 히잡을 썼다는 겁니다. 히잡은 이슬람에서는 상징적인 물건입니다. 아시겠지만, 유럽에서는 이 히잡을 쓰네 마네 때문에 사회 문제가 될 정도입니다. 지난 번 아시안게임 보셨죠? 육상선수조차도 히잡을 쓰고 달립니다. 그만큼 이슬람 종교를 상징하는 것 중에 하나입니다. 외국인이지만 줄곧 히잡을 쓰고 있다는 건 이 사람들이 이슬람에 대한 기본 배려는 했다는 근거로 볼 수 있습니다. 더워서요? 히잡은 실용이 아니라 종교적인 의미를 가진 물건입니다.
싸이에 올려진, 이슬람 율법대로 기도하는 사람을 보면서, 주님께 예배드리는 날이 오기를 바란다는 글까지도 시비를 걸더군요. 그렇게 말한 것도 아니고 혼자 생각만 하는 게 뭐가 문제라는 겁니까? 그 기도하던 사람이 싸이에 와서 그 글이라도 볼 거라고 생각하는 건가요? 중요한 건, 설령 그 사람 생각이 어떻든 그곳에서 어떤 일을 하고, 그곳 사람들에게 어떤 모습을 보여주었는가 하는 점입니다. 우리는 현지 주민들 눈에 그 사람들 어떻게 보였는지, 무엇을 했는지 정확히 아는 사람들이 없습니다. 이번 문제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그 부분인데도, 그 부분은 영 무시되고 있습니다. 이 문제를 짐작할 수 있는 제가 가지고 있는 정확한 근거는, 주민들 1000여 명이 납치된 사람들의 석방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다는 겁니다. 모르죠. 관제 시위인지 뭔지. 하지만 확실한 건 그런 일이 있었다는 겁니다. 아프가니스탄에서 탈레반만 무슬림이 아닙니다. 적어도 단편적인 싸이글 같은 걸로 추측하는 것보다는 이런 일이 있었다는 것이, 그들이 주민들에게 어떻게 비쳤는지에 대한 훨씬 명확한 근거가 될 수 있지 않을까요? 아무튼 마치 이 사람들이 주민들을 상대로 해서 선교 활동을 한 것처럼 얘기되는 것은 그 근거도 확실치 않고 과장된 부분도 있다고 봅니다.
참, 저 자신이 반종교론자면서도 이 사람들 역성들고 있는 걸 보면, 내가 뭐하러 이래야 하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만, 비판, 좋습니다. 하지만 비판은 정확한 사실이나 근거에 바탕을 두고 있어야 합니다. 없는 것까지 만들어서 비판할 권리는 누구에게도 없습니다. 있지도 않은 일을 있는 것처럼 조작한 것도 있고, 과장되어 있는 것도 있고, 이럴 수도, 저럴 수도 있는 모호한 근거도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것을 명확한 사실인 것처럼 못박고 비판한다면, 그게 상대방에게 얼마나 와닿을 수 있을지는 한번 생각해 봐야 하지 않을까요? 오히려 상대방에게는 모욕감과 반발심만 들 겁니다. 이렇게 정확하지 않은 근거를 빼도 비판할 근거는 충분히 있다고 봅니다. 정확한 사실인지 아닌지는 확인도 안 해 보고 자기 생각과 들어 맞는다는 이유로 뭐든 덥석덥석 물어버린다면, 오히려 정당한 비판까지도 빛바래게 만들 수 있습니다.
수학의 진리표를 보면, 가정이 거짓인 경우에 결론은 항상 참으로 나오게 됩니다. 한번쯤 지금 '사실'이라는 딱지를 달고 떠돌아다니는 것들에 대해서, 어떤 게 사실이고 어떤 게 아닌지에 대해서는 검증해 볼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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