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이 사진이 참 화제가 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무료 급식을 위한 돈을 마련하기 위해서 탁발을 하는 스님의 이마를 짚고 선교를 하는 교회 신자. 참으로 극명하게 대조가 됩니다. 대부분 이 사진에 대한 반응은 '기독교에 대한 비난'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아프가니스탄 납치 사건 때문에 더더욱 이 사진의 효과가 증폭되는 것 같습니다. 저도 이 사진, 처음 봤을 때 정말로 황당했습니다. 물론 기독교가 자기 종교 안 믿으면 아무리 좋은 일 해도 천국에 못 간다고 말하는 거야 진작부터 알았고, 예전에는 기독교 계통 방송에서 불교를 대놓고 사탄의 종교라고까지 떠드는 꼬라지를 들었습니다만, 저럴 줄은 몰랐습니다.
하지만 분노를 가라앉히고, 이 사진을 다시 보았을 때 눈에 먼저 들어오는 모습은 사악한 교회 신자가 아니라, 그에 분노하지 않고 조용하게 불경을 보고 있는 스님이었습니다. 만약에 저 상황에서, 스님이 열 받아서 벌떡 일어나서 싸움질이라도 했다면 어떻게 됐을까요? 아마 이런 사진이 나오지 못했을 겁니다. 왠지, 저 스님이라면 이것도 그저 수행이려니, 하면서 당신 할 일에 충실하셨을 것 같습니다. 어쩌면 한 순간은 열이 받으셨을 지도 모르죠. 하지만 그보다는 이 탁발한 돈으로 공양을 지어 올려야 할 어르신들이더 눈에 밟혔을 수도 있었을 겁니다.
이 스님이 운영하는 민들레밥집에 대한 기사를 찾아 봤습니다.
관련 기사 : '복 짓는 공양' 드세요
알고 보니, 이런 사진을 만들어 낸 광신도만이 문제가 아니더군요. 이 기사에서 탁발을 하다가 경찰에게 쫓겨다니거나 심지어는 연행까지 당한 적이 있다는 얘기를 보니, 가슴이 아프더군요. 우리는 탁발 스님의 이마를 전도의 도구로 이용해 먹은 광신도를 욕하지만, 그 전에, 많은 사람들이 이 분이 하는 일에 관심을 가지고, 조그마한 도움이라도 보태 주었다면, 이 스님이 저렇게 길거리에 앉아서, 여름에는 너무 더워서 물병을 얼려서 가슴에 품고 다니지 않아도 될 텐데...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생각 끝에, 이 포스트를 올리기 전에 민들레밥집에 달달이 1만원 씩 보내기로 하고 자동이체에 등록했습니다. 비록 얼마 되지 않는 푼돈이지만, 그래도 조그마한 힘이라도 보탠다면, 그게 모이고 모여서 언젠가는 저 스님이 굴욕을 당할 확률도 적어지지 않을까요? 제 푼돈이 그래도 한달에 한 두번은 맛있는 밥으로 바뀌어서 어르신들의 몸과 마음을 채워드릴 거라는 기대를 가져 봅니다.
위에 링크한 기사를 보시면 도움 줄 수 있는 연락처와 계좌번호가 있습니다. 저 황당하기 짝이 없는 광신도에게 보내는 분노의 10% 쯤은, 이 굴욕을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스님에 대한 응원으로 갔으면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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