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사에서 <개콘> 하나 빼고는 코미디 프로그램이 침체를 면치 못하는 이유로 가장 많이 거론되는 게, 코미디보다 더 코미디 같은 정치 현실입니다. 그런데 이번에 또 그런 일이 벌어졌습니다. 게다가 이번에는 정치인과 코미디언이 본의아니게 한데 묶여 버렸습니다. 강용석 의원(이 다음부터는 직함 뺍니다)이 개그맨 최효종 씨를 고소한 일이지요. '사마귀 유치원'에서 국회의원을 비웃은 최효종 씨에게 집단모욕죄를 걸어서 고소한 겁니다.

강용석이 최효종 씨를 고소한 게, 물귀신 작전이란 건 어느 정도 드러났습니다. 대학생과의 자리에서 아나운서를 성적으로 모욕한 것에 대해서 집단모욕죄 유죄 판결을 받고 나자 '내가 유죄면 최효종도 유죄여야 한다'는 논리로 물고 늘어진 건 분명합니다. 그럼 여기서 줌 아웃을 해서 이 사건이 강용석의 전체적인 계략에서 어떤 부분에 놓여 있는지를 살펴볼 필요도 있습니다.

사실 사람들이 강용석을 비난하는 이유는 집단모욕죄 무죄 판결 때문이 아닙니다. 친구들과 노는 사석의 술자리도 아니고, 국회의원 신분을 달고 대학생들을 만나는 자리에서 여학생에게 대고 그런 지저분한 소리를 해댔다는 게 진짜 문제입니다. 그런데 최효종 씨 고소를 계기로 이 논점이 딴 곳으로 옮겨져 갔습니다. 곧, 여대생에게 지저분한 농담을 해댄 그의 저질스런 행태가 아니라, 집단모욕죄가 성립하냐 안 하냐는 법적인 논란으로 비껴가고 있는 것입니다. 최효종 씨가 유죄를 받건 말건, 자신이 최효종과 똑같은 유무죄 판결을 받건 아니건, 강용석의 진짜 속셈은 일단 이슈를 자신의 저질스러운 인격이 아닌, 복잡한 법적 논란으로 옮겨 놓는 겁니다.

한나라당 탈당 이후 그의 행적을 보면 정말로 미친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황당한 행태들을 보여 왔습니다. 먼저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의 저격수를 자처하면서 상식적으로 보면 당연한 문제를 마치 엄청난 의혹인 양 뒤틀어 왔습니다. 세계 어디에서나 시민 단체 또는 자선 단체는 기업들의 후원금이 상당한 비율을 차지합니다. 오히려 기부 안 하는 기업들이 욕먹는 판에 말 같지도 않은 소리죠. 강용석의 논리는 대기업 광고 싣는 신문은 광고주 비판하는 기사를 싣지 말던가, 비판하려면 광고를 받지 말던가 하라는 논리나 똑같은 유치한 소립니다.

선거 다음은 주로 안철수 교수였지요. 자기 소관 위원회도 아닌 문제를 계속해서 물고 늘어지면서 두 달 전에 감사를 받은 안철수연구소가 또 감사를 받게 만들고, 심지어 그 감사위원에 강용석이 추천한 인물이 들어가 있다고 하죠. 그리고 계속해서 안철수 개인, 그리고 안철수연구소에 전방위로 영업 방해에 가까운 압박을 집어넣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난데없이 최효종 고소라는 뜬금없는 사건이 터져 나온 건데... 그런데 이걸 순서대로 엮어 보면 시나리오가 쉽게 나옵니다.

첫째로, 박원순 안철수 두 사람을 집요하게 공격해서 흠집을 내고 이를 통해서 한나라당과 보수층의 지지를 얻는 단계입니다. 한나라당으로서는 사실 강용석이 고맙지요. 한나라당 이름을 달고는 그렇게 유치하게 물고 늘어지지 못하는데, 강용석이 물고 늘어지면 '쟤는 우리 당 사람이 아니니까 우리랑은 관계 없는 개인 행동이다' 하고 잡아떼버릴 수가 있지요. 역으로 말하면, 강용석이 과연 혼자서 저 미친 짓을 하고 있겠냐는 겁니다. 당의 뒷받침, 정치적 영향력도 없는 초선의 혈혈단신 의원이 혼자서 하기에는, 게다가 자기 소관 상임위 일도 아닌 일까지 넘어가서 파상공세를 펼치기에는 스케일이 심각하게 큽니다. 한마디로 말해서 이 일은 한나라당의 '아웃소싱'으로 보는 게 맞습니다.

일단 이렇게 야권에서 새롭게 떠오르는 두 인물에 대한 사냥개 역을 하는 한편으로, 자신에게 관련된 문제를 복잡한 법적 논란으로 돌려버립니다. 일단은 보수 진영에 점수를 따 놓은 상황이기 때문에 최근 들어서 대법원장 교체와 함께 신영철이 대법관 자리에 버티고 있으면서 보수화의 길을 걷고 있는 법원에도 하나의 압박 카드로 작용하게 되고, 자신의 문제를 인격과 자질의 문제가 아닌, 유무죄 논란으로 바꿔버리면 사람들의 거부감 역시도 어느 정도 희석될 수가 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단계는 법원 판결입니다. 만약 대법원에서 유죄판결이 뒤집히면 자신을 정치적 희생양으로 포장해서 차기 총선에 도전해 볼 수 있는 좋은 구실을 만들게 됩니다. 곧, 죄도 아닌 것을 가지고 자신을 정치적으로 끌어내리기 위해서 부풀린 좌파의 음모라고 얼마든지 떠들고 다닐 수 있지요. 당시 술자리 사건을 폭로한 게 한겨레나 경향도 아닌 중앙일보였지만 그런 디테일은 다 생략하고 좌파의 음모, 정치적 희생양이라는 구호 앞에 갖다 바쳐지는 눈먼 표는 한두 표가 아니라는 사실, 최연희 한테서 잘 봤지요.

만약에 대법원에서 유죄판결이 유지된다고 해도, 일단 논란이 법적 문제로 바뀌게 되면 역시 정치적 희생양 주장을 하면서 살아날 가망성이 있습니다. 이명박 정권의 남은 임기 동안에 그럴싸한 공기업이나 기관장 임원이든, 아니면 개인적으로 무슨무슨 연구소를 차려서 후원금을 긁어 모으든, 꼼수들은 널리고 널려 있습니다.

사실 최효종 씨 고소 사건에 대해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개무시'입니다. 어차피 최효종 씨에게 걸린 고소는 사회 통념이나 수많은 예전의 판례로 봤을 때 유죄 날 가능성이 거의 없습니다. 그러니, 그냥 코미디일 뿐입니다. 오히려 덕택에 국민 개그맨이 되었으니, 강용석이 그의 인기를 도와준 꼴이 되었지요. 진짜 문제는 이번 일로 강용석에 관한 논란은 그가 집단모욕죄에 대해서 유죄 판결을 받느냐 아니냐로 변질되기 쉽고, 그게 강용석이 노리는 계략입니다. 그런 얕은 꼼수에 넘어가지 말고, '네가 유죄를 받거나 말거나' 여대생에게 지저분한 성적 농담을 해댄 그의 저질스러운 인격을 끊임없이 찔러대는 것, 그게 가장 좋은 대처법이지요.
저작자 표시 비영리 동일 조건 변경 허락
Posted by MP4/13
◀ PREV : [1] : [2] : [3] : [4] : [5] : [6] : ... [1202] : NEXT ▶

BLOG main image
Drive with your sense. by MP4/13
Add to Technorati Favorites

카테고리

분류 전체보기 (1202)
광속질주 (205)
취생몽사 (160)
주지육림 (3)
독서삼매 (10)
음담패설 (28)
전광석화 (146)
우매상자 (66)
포장후면 (20)
악마사전 (6)
팔도유람 (20)
혹세무민 (508)
일상포착 (30)
Total : 3,923,368
Today : 92 Yesterday : 5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