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을 둘러싼 아이폰과 안드로이드폰 사이의 경쟁이 불붙고 있습니다. 애플이 아이폰 4를 발표했고 삼성에서는 갤럭시 S를, LG에서는 옵티머스 Q를 발표했습니다. 구글 넥서스원도 KT를 통해서 정식 발매가 예정되어 있고, HTC, 소니 에릭슨, SKY의 안드로이드폰들도 줄줄이 쏟아져 나오고 있습니다.
이번에 아이폰 4가 내세운 인상 깊은 기능은 바로 전면 카메라를 활용한 영상통화 기능입니다. 물론 휴대폰에 영상통화 기능이 들어간 지는 꽤 오래 됐지만 아이폰 4에서는 와이파이 망을 이용한 영상통화 기능을 제공합니다. 사실 영상통화 기능은 그다지 많이 쓰이지 않았습니다. 통화료도 비싼데다가 3G망에서 제공하는 영상통화의 품질도 별로 좋지 못했으니까요. 하지만 와이파이 망을 이용하면 공짜인 데다가 망의 대역폭이 넓기 때문에 화질도 더 좋습니다. 얇다거나, 해상도가 높아졌다거나 하는 건 '더 나아진' 것이지만 와이파이 망을 통한 영상통화 기능은 새로운 기능으로 많이 환영 받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앞에서도 말씀드렸듯이 영상통화 기능은 이미 휴대폰에서 오래 전부터 제공되던 기능이었습니다. 윈도우 모바일 스마트폰에서도 제공되었고 삼성에서는 안드로이드폰에도 영상통화 기능을 넣었습니다. 그렇다면 다른 회사들은 와이파이 망을 이용할 수 있는 기술이 없어서 구현하지 못했던 걸까요? 아니면 아이디어가 전혀 없었던 걸까요? 사실 데스크탑에서는 이미 인터넷을 이용한 화상채팅이 진작부터 널리 활용되어 왔습니다. 그러니 기술이 없었던 것도, 아이디어가 없었던 것도 아닙니다. 그렇다면 왜 아이폰 4가 이 기능을 먼저 들고 나왔던 것일까요?
답은 사실 간단합니다. 과연 휴대폰 제조사에서 이런 기능을 넣으려고 했을 때 이동통산사들이 오냐오냐 했을까요? 아시디사피 그동안 스마트폰들 중에서 이동통신사의 이익에 따라서 스펙 다운이 된 사례들은 여럿 있습니다. 대표적인 게 SK텔레콤용 스마트폰에서 얼마 전까지만 해도 와이파이 기능이 빠져버린 것이겠죠. 이와 비슷한 맥락으로 해석해 볼 수 있습니다. 만약 와이파이 망을 통한 영상통화 기능이 들어간다면 이동통신사로서는 영상통화료 수입이 완전히는 아니겠자만(차 안이나 와이파이가 안 잡히는 데도 있으니까요) 큰 폭으로 줄어들 확률이 높습니다. 이렇게 새로운 기능이 자신들의 밥그릇을 건드린다고 판단하면 이동통신사에서는 보통 그 기능을 막는 쪽으로 행동해 왔습니다. 다시 말해서, 와이파이 망을 통한 영상통화 기능을 생각했을지 안 했을지는 모르겠지만 생각했다고 하더라도 지금까지 사례들로 볼 때 이동통신사에서 이 기능을 거부할 거라는 얘기입니다.
이러한 문제점은 앱스토어에서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동통신사마다 자기들의 앱스토어를 따로따로 만들고 있습니다. 게다가 삼성과 LG에서도 자체 앱스토어를 만들었습니다. 이렇게 되고 보니, 갤럭시 S와 같은 경우에는 안드로이드 마켓 - T스토어 - 삼성 앱스, 이렇게 앱스토어가 세 곳이나 있게 됩니다. 사용자들로서는 헷갈릴 수밖에 없죠. 어느 어플은 T스토어에만 있고, 어느 어플은 삼성앱스에만 있고, 이렇게 되면 불편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물론 아직 구글 어카운트 결제가 한국에서는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에 안드로이드 마켓에서 유료 어플을 살 수 없는 문제가 있긴 합니다만, T스토어니 삼성앱스니 하는 구멍가게로 사람들 헷갈리게 만들 정력으로 구글을 독촉했다면 안드로이드 어플은 지금보다 훨씬 활성화됐을 겁니다.
아이폰이나 애플은 안드로이드폰의 적이 아닙니다. 이들은 경쟁자이지 적은 아닙니다. 요즘 들어서 애플빠니 애플까니 하면서 양극단으로 갈려서 싸우는 모습이 종종 보입니다만, 좋은 라이벌이 있다는 것은 독점 횡포도 막을 수 있고 서로 기술 개발을 촉진하면서 발전을 앞당길 수 있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안드로이드폰의 진짜 적은 누구일까요? 가장 큰 적은 바로 이통동신사입니다. 사실 애플은 이동통신사들을 제압할 수 있을 정도로 스마트폰 시장에서는 막강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와이파이망 영상통화 기능을 넣어도 이동통신사로서는 그 기능을 빼라고 할 수 있는 처지가 아니죠. 하지만 아직 안드로이드폰 진영에서는 애플처럼 이동통신사의 힘을 제압할 수 있을 만한 회사가 없습니다. 따라서 이동통신사의 밥그릇을 건드리는 기능을 '감히' 넣기가 어렵죠. 그러다가 애플이 짠! 하고 새로운 기능을 내놓으면 그때서야 부랴부랴 쫓아가기에 바쁩니다. 이래서는 아이폰을 이길 수 없습니다. 얄팍한 당장의 이익만 챙기다가 아이폰한테 뒤통수 맞는 망신을 몇 번이나 더 당해야 정신을 차릴 지, 지금으로서는 뭐라 말하기가 그렇습니다. 아이폰만 가지고는 안 되고 언젠가 외국 이동통신회사까지 들어와서 뜨거운 맛을 제대로 봐야 그때서야 정신을 차릴 지, 참 버릇 고치는 게 힘든 것 같습니다. 아무튼 안드로이드 진영이 가장 먼저 극복해야 할 상대는 애플이 아니라 독점 시대의 향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이동통신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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