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언론의 '삼성 빨아주기'가 도를 넘고 있다는 사실이야 새삼스러운 일이 아닙니다. 그도 그럴 것이 최대 광고주 가운데 하나이니 어느 언론이 삼성 앞에 무릎을 안 꿇겠습니까. 삼성이 자신들에게 비판적인 한겨레는 아예 광고를 안 주고, 경향에도 거의 광고를 주는 일이 없다는 사실은 다른 언론들에게도 '까불면 광고 없다'라는 으름장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애플의 아이폰 4가 출시된 같은 날에 삼성의 갤럭시S 폰도 출시되었습니다. 뭐, 그놈의 철지난 스펙타령이야 어제 오늘 일도 아닙니다만, 오늘 연합뉴스에서 나온 기사는 '삼성 빨아주기'의 한계는 어디인가를 보여주는, 삼비어천가의 진수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사실 <애플과 삼성의 `서로 닮기' 전략?>이란 제목에서부터 속이 빤히 보이는 기사입니다. 내용은 이런 식입니다.

아이폰4를 보면 소프트웨어 최고의 경쟁력을 가진 것으로 평가받고 있는 애플이 이번에는 하드웨어 기능을 대폭 향상시키는데 초점을 맞춘 것이 확연하다.
반면 갤럭시S는 삼성전자의 약점이었던 애플리케이션 등 소프트웨어를 보강한 것이 특징이다.
결국 애플과 삼성전자가 서로의 장점을 끌어안은 것이다.
이에 대해 업계에서는 `애플의 삼성화'와 `삼성의 애플화'가 반영된 결과라는 분석이다.

뭐, 황당하기 짝이 없는 내용입니다. 하드웨어 기능을 대폭 향상시켰다고 '애플이 삼성화'가 되었다니, 전세계 휴대폰 제조사가 삼성 밖에 없는 것도 아니고, 메이저 업그레이드 수준의 새로운 모델이 나오면 휴대폰의 스펙이 업그레이드 되는 것도 당연한 일입니다. 사실 애플은 갤럭시 S는 신경도 안 쓰고 그냥 자기 갈 길 간 것 뿐입니다. 슬림화 역시도 애플이 아이팟 나노에서부터 지속적으로 추구해 온 전략입니다. 그런데 참 희한하게도 이걸 삼성에다 엮는 기자의 노력이 눈물겹기까지 합니다.

그런데 이렇게 애플과 삼성을 엮기 위해서 기자는 포브스 지의 기사를 인용합니다.

실제로 이날 포브스에는 "아이폰4의 슬림 디자인과 선명한 디스플레이, 빠른 속도는 삼성(갤럭시 S)에 직접적인 도전"이라며 아이폰4가 갤럭시S를 정면 조준하고 나온 제품임을 강조했다.

도대체 포브스 기사가 뭔지 궁금해서 찾아 봤습니다. 포브스에 올라온 기사의 제목은 'Apple's New IPhone Strikes At Samsung'입니다. 그런데 기사 내용을 보면 기자가 왜곡하는 것처럼 아이폰 4가 갤럭시 S를 정면 조준하고 나온 제품이란 맥락은 전혀 나와 있지 않습니다. 기사 첫머리를 보죠.

With its sleek lines, sharp display screen and speedy, custom-made chip, Apple's latest iPhone, iPhone 4, would be a threat to any manufacturer of high-end smartphones. But the device is likely most threatening to Samsung, whose yet-to-be-launched iPhone competitor, the Galaxy S, suddenly looks less shiny in comparison.

매끄러운 라인, 선명한 디스플레이 스크린과 빠르고 맞춤형으로 설계된 칩으로 무장한 애플의 최신 아이폰인 아이폰 4는 고급형 스마트폰을 만드는 모든 제조사들에게 위협이 될 것이다. 하지만 이 기계와 비교하면 아직 출시되지 않은(미국에는 아직 출시되지 않았죠) 아이폰의 대항마인 갤럭시 S는 갑자기 빛이 바래버림으로써 삼성에게 가장 큰 위협이 될 것이다.

도대체 이게 아이폰 4가 갤럭시 S를 정면 조준했다는 기자의 주장과 무슨 상관이 있는 건지 모르겠네요. '아이폰 출시로 가장 큰 타격을 볼 회사는 갤럭시 S를 내놓은 삼성이다'란 말과 '아이폰 4가 갤럭시 S를 정조준하고 있다'는 말은 맥락 자체가 전혀 다릅니다. 포브스 기사의 내용을 보면 삼성이 자랑하는 갤럭시 S의 스펙과 아이폰 4의 스펙을 비교하면서 갤럭시 S를 비웃는 부분들도 있습니다.

From the beginning, the 9.9 millimeter-thick Galaxy S was designed to be slimmer  than the current iPhone, known as the iPhone 3GS. In person, the Galaxy S does seem an impressive feat of engineering. But measured against the new iPhone 4, which is just 9.33 millimeters thick, the Galaxy S' sleek profile appears less striking.

The development also means that Samsung may have to refrain from calling the Galaxy S the "thinnest full-featured smart phone under 10 millimeters" and resort to something more specific, such as the world's "thinnest fully-featured Android phone".

먼저, 9.9 밀리미터 두께인 갤럭시 S는 아이폰 3GS로 알려진 지금의 아이폰보다는 얇게 설계되었다. 개인적으로는, 갤럭시 S는 기술적으로 보면 인상적인 특징을 보인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두께가9.33 밀리미터에 불과한 아이폰 4과 비교해 보면 갤럭시 S의 매끈한 옆모습은 덜 매력적으로 보인다.

이러한 발전은 삼성이 "완전한 기능을 갖추면서도 10 밀리미터도 안 되는 가장 얇은 스마트폰"이란 말을 고쳐야 하며 좀더 정확한 표현, 예를 들면 세계에서 "완전한 기능을 갖추면서도 가장 얇은 안드로이드폰"으로 바꿔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물론 이 기사가 삼성의 폰을 무조건 비하한다거나 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디스플레이나 CPU와 같은 부분에서는 어느 쪽의 손도 쉽게 들어주지 않으면서 정확하게 비교를 해 주고 있고, 글로벌 휴대폰 시장에서 삼성이 세계 2위 업체로서 거두고 있는 성과에 대해서도 인정하고 있습니다. 기사는 다음과 같이 끝맺고 있습니다.

The Galaxy S will put Samsung's smartphone skills to the test. As Forbes  reported in April, the phone is rumored to be coming to all four major U.S. carriers some time this year. It will be interesting to see whether the iPhone 4 launch affects the device's U.S. marketing or release, if at all.

갤럭시 S는 삼성의 스마트폰 기술을 시험대에 올려놓게 될 것이다. 포브스가 4월에 보도한 것처럼, 이 폰은 미국의 주요 통신 사업자 네 곳에서 올해 안에 출시할 것이라는 소문이 돌고 있으며, 그렇게 된다면 아이폰 4 출시가 갤럭시 S의 미국 마케팅이나 출시에 영향을 줄지 지켜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이다.

이 기사의 맥락으로 보나, 현실로 보나 스마트폰의 강자는 아이폰인 것은 사실이고, 갤럭시 S는 아직 스마트폰 시장에서는 이렇다 할 인정을 못 받고 있는 삼성의 기술이 시험대에 오르게 되는 셈입니다. 분명 포브스의 기사는 시험대에 오르는 삼성의 스마트폰 기술력에 대해서 얘기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엉뚱하게도 연합뉴스에서는 이 기사를 '아이폰 4가 갤럭시 S를 정조준했다'는 식으로 왜곡하고 있습니다. 스티브 잡스가 할 일이 없어서 갤럭시 S에 신경 쓰고 있다고 생각하시나보네요.

아무튼 '삼성 빨아주기'도 좀 적당한 수준에서, 사람들이 그냥 속아줄 정도로 해야 효과가 있지, 이런 식으로 너무 속 보이고 티나는 기사들은 오히려 삼성에 대한 반감만 자극한다는 사실을 기자들은 알래나 모를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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