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도 이제 19 경기 가운데 4 경기를 치렀습니다. 5분의 1을 약간 넘어선 셈입니다. 첫 세 경기 모두 우승자가 다를 만큼 상당히 혼전을 예고하고 있는 올 시즌입니다. 페라리 - 맥클라렌 - 레드 불이 각각 1승씩을 챙겨서 일단 3강 구도를 형성한 가운데 중위권에서는 메르세데스 GP가 앞서 있고 르노가 그 뒤를 쫓고 있습니다. 좀 처져서 포스 인디이가 버티고 있는 가운데 80년대에 이름을 떨쳤던 명가 윌리엄스는 좀처럼 제 모습을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토로 로소가 2 포인트에 머물고 있고, BMW 자우버와 로터스, HRT, 그리고 버진은 1 포인트도 챙기지 못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번 시즌 초에는 여러 팀들의 기술적으로 규정 위반 논란에 휩싸였습니다. 시즌 전에는 맥클라렌이 들고 나온 F-덕트 시스템이 문제가 되었고, 시즌 초반 대단한 성능을 보여 준 레드 불도 예선 때와 레이스 때 차체와 지면 사이 간격이 달라지는 액티브 서스펜션을 쓴 거 아니냐는 의혹을 받았습니다. 아무튼 상하이 서킷은 메인 직선도 길지만 턴 13과 14 사이에 아주 긴 직선 구간이 있습니다. 여기서 맥클라렌과 BMW 자우버가 덕을 좀 보지 않겠느냐... 하는 게 중론인데, 뚜껑은 열어봐야 알겠죠. 하긴 상하이만큼은 아니지만 꽤 긴 직선 구간이 두 곳 있는 말레이시아에서는 맥클라렌이 재미를 본 것 같기는 합니다.
예선에서 압도적인 기량을 보여주고 있는 레드 불이 이번에도 앞줄을 점령했습니다. 올해 예선에서만큼은 레드 불이 거의 언터처블 분위기죠. 세바스티안 베텔이 네 경기 중에 세 경기에서 폴 포지션을 차지하는 괴력을 보여주면서 가장 앞 그리드를 차지했고, 마크 웨버가 그 옆에 섭니다. 좋은 예선 결과에도 불구하고 머신 트러블로 두 차례 레이스에서 쓴맛을 봤던 레드 불이지만 지난 말레이시아 경기를 원투 피니시로 장식하면서 악몽에서 탈출한 모습입니다. 과연 중국에서도 이러한 분위기를 이어 나갈 수 있을 지, 기대됩니다. 그리고 두 번째 줄은 페라리의 페르난도 알론소, 그리고 메르세데스GP의 니코 로즈베르크가 차지하고 있습니다.
세 번째 줄은 연습주행에서는 좋았으나 예선에서 '첫끗발이 개끗발'이라는 교훈을 맛 봐야 했던 맥클라렌이 가져갔습니다. 전보다는 좀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예선 때 성적이 안 좋은 게 아킬레스 건입니다. 그 뒤에는 페라리의 펠리페 마사, 그리고 르노의 로베르트 쿠비차가 자리를 잡고 있습니다. 올해로 계약이 끝나는 마사의 자리에 쿠비차가 들어올 수도 있다는 소문이 돌고 있는 상황인데, 마사로서는 옆에 있는 녀석이 조금 신경이 쓰일 듯...
헉. 비다! 생각도 못한 상황이네요. 관중들 사이사이로 우산을 쓴 모습이 보입니다. 많이 내리는 상황은 아닌 듯합니다만 이런 어중간한 날씨가 팀으로서는 더 골치. 아예 제대로 비가 내리면 타이어에 대한 고민을 별달리 할게 없지만 이런 어중간한 상황에서는 인터미디어트를 써야 하나 드라이로 그냥 가야 하나... 일단 그리드에서 출발 작업을 준비하는 팀들은 웨트 타이어를 준비해 놓고 있습니다. 참고로 포메이션 랩 3분 전까지는 어떤 타이어를 쓸 것인가를 결정해서 휠에 장착해야 합니다.
하지만 일단 팀들은 드라이 타이어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비가 내리는 양이 많지 않고, 계속 내릴 비라고 보지 않은 듯합니다. 한편 버진 레이싱의 루카스 디 그라시와 HRT의 카룬 찬독은 피트에서 출발합니다.
포메이션 랩 직전입니다. 일단 다들 드라이 타이어로 갑니다. 트랙 상황이 너 나빠질 것으로는 보지 않는 듯합니다.
레이스 출발을 앞두고 마지막 한 바퀴를 대열을 이루어 도는 포메이션 랩이 시작되었습니다. 그런데 티모 글록의 차량이 움직이지 않습니다. 이런 경우 모든 차량이 출발선을 지나간 다음에 차량을 밀어서 피트 안으로 옮겨야 합니다. 다시 시동을 걸 수 있으면 피트에서 레이스를 시작할 수 있습니다.
이미 루카스 디 그라시와 카룬 찬독이 피트 출구에서 대기하고 있으니 그 다음 순서가 되겠지요. 참고로 F1 차량은 자체 시동 수단이 없기 때문에 시동을 걸려면 외부 스타터가 필요합니다. 그래서 레이스 도중에 트랙 이탈과 같은 문제로 만약 시동이 꺼지면 차량 파손 여부에 관계 없이 그대로 리타이어가 됩니다.
메르세데스 GP에서 무선 교신으로 니코 로즈베르크에게 비가 강해지고 있다고 얘기하고 있습니다. 팀으로서는 더 머리아파질 일입니다. 이렇게 되면 레이스 도중에 피트로 들어와서 인터미디어트 타이어로 바꿔야 할 공산이 커지는데 과연 언제 바꿔야 할지... 맥클라렌 피트에서는 만일을 대비해서 피트 크루들이 타이어 교체를 위해서 바깥에서 대기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일단은 다들 피트로 들어오지 않고 그리드에 정렬합니다. 타이어 문제에 대한 얘기는 좀 있다가 자세히 하죠.
드디어 붉은 등이 하나, 둘, 셋, 넷, 다섯 개가 들어오더니 꺼집니다. 레이스 스타트! 3위 그리드에 있던 페라리의 페르난도 알론소가 번개같이 베텔의 왼쪽으로 치고 나옵니다. 워낙에 빨리 출발을 끊었기 때문에 베텔로서는 뭘 해 볼 여지도 없이 그대로 알론소에게 당하고 맙니다. 웨버에게까지 자리를 내어 준 베텔은 3위로 내려앉습니다. 같은 팀의 마사 역시 해밀튼 바짝 뒤에 붙어서 역전 기회를 노려 봅니다.
한편 후미에서 사고가 일어났습니다. 세 대가 트랙 바깥에서 멈추어 있는데, 결국 세이프티 카가 발령됩니다.
리플레이를 보니 리우치가 갑작스럽게 스핀하면서 트랙을 가로지르다가 다른 차량을 들이받은 모습입니다. 처음에는 리우치 뒤에 있던 니코 훌켄베르크가 건드린 줄 알았는데 훌켄베르크의 온보드 카메라 영상을 보니까 리우치가 그냥 혼자 스핀한 거네요.
일단 알론소 - 웨버 - 베텔 - 로즈베르크 - 버튼 - 해밀튼 순서로 상위권이 자리가 잡힌 상태에서 세이프티 카가 발령됐습니다. 그리고 피트로 차량들이 쏟아져 들어옵니다. 인터미디어트 타이어로 바꾸러 들어오는 거죠. 트랙 조건이 계속해서 나빠질 것으로 예상한 셈인데, 세이프티 카 발령으로 차량 사이 간격을 좁게 유지해야 하는 상황이 작업을 하기에는 좋습니다. 하지만 모든 주자들이 피트로 들어간 건 아닙니다.
비가 올 경우 쓸 수 있는 타이어는 인터미디어트와 웨트입니다. 인터미디어트는 트랙이 젖어있기는 하지만 심각한 상황은 아닌 경우, 웨트는 비가 많이 와서 트랙에 물이 많이 고여 있는 상황인 경우에 쓰게 됩니다. 비가 올 경우에는 기상 상황에 따라서 인터미디어트 또는 웨트를 써야 합니다. 마른 날씨용 타이어인 슬릭은 트레드 무늬가 없기 때문에 트랙이 젖어 있으면 수막현상을 일으켜서 차량이 미끄러져버립니다. 하지만 반대로, 젖은 날씨용 타이어를 트랙이 말라 있을 때 쓰면 트레드 무늬가 파여 있는 만큼 접지면이 줄어들므로 접지력이 떨어질 뿐더러 젖은 날씨용 타이어는 재질이 아주 부드럽기 때문에 아주 빠르게 마모가 일어나는 문제점도 있습니다. 트랙이 젖어 있으면야 타이어에 열도 안 오르고 하기 때문에 문제가 안 되지만 트랙이 말라 있으면 타이어가 과열되면서 성능이 확 나빠질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 지금 상황에서 인터미디어트 타이어로 바꾸는 주자와 슬릭 타이어를 유지하는 주자가 갈린다면 레이스 결과에 어마어마한 영향을 미치게 될 것입니다.
젠슨 버튼이 팀과 무선 교신을 통해서 알론소가 틈림없이 점프 스타트(부정 출발)를 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알론소 바로 뒤에 버튼이 있었으니까 제대로 보긴 봤겠죠. 하긴 알론소가 출발이 너무 빠르긴 빨랐습니다. 정말 점프 스타트라면 피트에서 이를 관찰하는 마샬도 있고, 계측 장비로도 잡아냈을 테니 레이스 컨트롤에서 뭔가 처분이 있을 겁니다.
알론소 차량의 온보드 카메라 영상을 보면 빨간불이 모두 꺼지기 전에 차량이 움직이는 걸 확인할 수 있습니다. 영상을 자세히 보시면 아직 빨간불이 켜져 있는 상황에서 알론소 차량의 타이어가 돌아가면서 타이어에 새겨진 글자가 번지는 모습을 볼 수 있지요. 점프 스타트가 거의 확실해 보입니다. 출발 신호를 조작하는 FIA 안전 대표 찰리 와이팅도 알론소를 딱 가리키는 모습이 보입니다. 그리고 레이스 컨트롤에서 알론소의 점프 스타트 문제를 조사하고 있다는 메시지가 발표됩니다.
한 바퀴를 더 돌고 나서 상위권 주자들도 피트로 쏟아져 들어 옵니다. 페르난도 알론소와 마크 웨버, 해밀튼, 슈마허, 베텔이 줄줄이 피트로 들어와서 인터미디어트 타이어로 신발을 갈아 신습니다. 오늘 레이스도 그야말로 파란이 벌어질 듯합니다. 그런데 니코 로즈베르크와 젠슨 버튼 그리고 두 르노 주자들은 아직 트랙에 남아 있습니다. 아마도 일단 슬릭 타이어로 버텨볼 심산인 듯합니다. 자, 과연 하늘은 누구에게 웃어줄까요?
세 바퀴째에 세이프티 카가 들어간다는 메시지가 떴습니다. 인터미디어트 타이어와 슬릭 타이어, 과연 누구의 예감이 맞을지 긴장되는 순간입니다. 비가 더 내린다면 슬릭 타이어를 낀 주자들은 완전히 망하는 거고, 지금 정도 상황이 유지된다면 인터미디어트가 실패작이 되는 겁니다. 하늘은 두 타이어 가운데 하나만을 선택할 것입니다. 과연!
레이스가 다시 시작됐습니다. 피트스탑을 하지 않은 로즈베르크- 버튼 - 쿠비차 - 페트로프 - 데 라 로사가 선두를 잡았습니다만, 알론소가 데 라 로사 쯤이야 하고, 가볍게 제치고 차고 나갑니다. 사실 코너에서 계속 아웃만 잡아서 앞지르는 건 어지간해서는 쉽지 않은데... 알론소는 내친 김에 르노의 비탈리 페트로프까지 제쳐버립니다.
역시 인터미디어트를 낀 포스 인디아의 아드리안 슈틸도 반경이 큰 곡선 구간에서 가볍게 페트로프를 앞질러갑니다. 슬릭 타이어 주자들이 아무래도 그립이 떨어지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데, 역시 인터미디어트가 맞는 선택이었을까요?
BMW 자우버의 페드로 데 라 로사까지 손쉽게 페트로프를 공략합니다. 둘 다 슬릭인데... 아무래도 그립이 잘 안 나오는 페트로프가 당황하는 듯한 모습입니다. 데 라 로사야 노련하니까 이런 상황에 더 잘 대처할 수 있겠죠. 하지만 니코 로즈베르크가 1:51.312로 가장 빠른 랩 타임을 기록하는 걸 보면 아직은 슬릭 타이어로도 할만한 것 같기도 합니다.
다섯 바퀴 째입니다. 미하엘 슈마허가 피트로 들어옵니다. 그런데 스탑하지 않고 그냥 나가버립니다. 아마도 인터미디어트로 바꿀 요량으로 들어왔다가 마음이 변해서 그냥 나가버린 듯합니다. 10초 넘는 시간만 까먹어버렸네요.
얼래? 해밀튼이 헤어핀에서 정확히 돌지 못하고 아웃으로 빠지면서 로터스의 헤이키 코발라이넨에게 자리를 내어 줍니다. 이건 아니잖아. 그 순간에 레이스 컨트롤에서 알론소에게 점프 스타트를 이유로 드라이브 스루 페널티를 내립니다. 그러고 보면 참 오래간만에 보는 점프 스타트입니다. 2001년부터 런치 컨트롤이 허용되면서 F1에서 점프 스타트는 자취를 감췄지요. 이 당시에는 드라이버가 아닌 팀에서 신호등을 광학 분석을 해서 출발 신호를 내렸으니... 하지만 표준 ECU가 채택되면서 런치 컨트롤이 금지되고, 차량을 출발시키는 것은 다시 드라이버의 몫이 됐습니다. 그 이후에도 점프 스타트는 볼 수가 없었는데 간만에 알론소가 좋은 구경 시켜 줬습니다.
해밀튼이 영 좋지 않습니다. 브레이크를 일찍 잡는 모습을 보니까 아무래도 그립이 안 나오는 듯합니다. 역시 슬릭 타이어로 그냥 가는 게 맞았던 걸까요? 그리고 아까 슈틸에게 순위를 내주었던 페트로프가 다시 슈틸에게 따라붙어서 공략하는 모습도 보입니다.
아니나 다를까, 해밀튼과 베텔 다시 피트 인합니다. 다시 슬릭 타이어를 끼고 나갈 모양입니다. 알론소도 피트 인합니다. 하드 옵션 타이어로 바꾸는 베텔의 모습이 보입니다. 해밀튼도 역시 하드로 가지 않을까 싶네요. 이미 웨트를 썼기 때문에 꼭 하드 옵션을 써야 하는 건 아니지만 트랙이 계속 이 상태를 유지한다면 레이스가 끝날 때까지 피트에 더 안 들어올 수도 있다고 판단한 모양입니다.
그런데 해밀튼이 피트스탑을 마치고 나가다가 나가다가 휘청거리는 바람에 베텔에게 자리를 빼앗기고 맙니다.
해밀튼은 거의 휠이 닿을 듯 베텔과 바짝 붙어서 달립니다만, 결국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뒤로 빠집니다. 상당히 아슬아슬한 상황인데, 이거 아무래도 레이스 컨트롤에서 조사 들어갈 것 같습니다.
어쨌거나, 이렇게 되고 보니 슬릭 타이어를 그대로 고수했던 로즈베르크와 버튼, 그리고 르노 주자들은 대박을 건진 셈입니다. 인터미디어트를 선택한 주자들은 안 들어가도 될 피트를 두 번이나 들어갔으니 말입니다. 첫 스탑이야 세이프티 카 상황이라서 큰 손해가 아니라고 해도 다시 슬릭 타이어로 바꾸러 들어가면 20여초를 손해보기 때문입니다. 호주에서 일찌감치 인터미디어트에서 슬릭 타이어로 바꾸는 도박수가 제대로 맞아떨어지면서 우승을 차지했던 버튼이 과연 또 한번 행운을 잡는 것일까요?
리플레이를 보니 해밀튼이 피트에 들어갈 때도 베텔과 좀 아슬아슬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피트스탑 뒤에 베텔과 거의 붙어서 달린 것에 대해서 이것도 조사 대상이 될 것 같기도 한데요. 피트 입구에 들어설 때에는 해밀튼이 앞서 있었지만 라인으로는 베텔이 좀더 나았는데, 좀 모호한 상황입니다. 하여간 자존심들 하고는...
일곱 바퀴째입니다. 아까 세이프티 카 상황에서 인터미디어트 타이어를 택했던 주자들이 다시 피트로 우루루 들어옵니다. 하지만 트랙 곳곳이 젖어 있는 듯, 아까 드라이로 바꾸고 나온 베텔이 그립이 안 나오는지 핸들링이 불안 불안합니다. 그래도 로즈베르크가 6 바퀴째에 1:45.801로 계속해서 기록을 단축합니다. 2위 버튼과는 2.0초 차이고 둘 사이 격차가 계속 벌어지는 분위기입니다. 어라? 메르세데스 GP가 오늘 대박 우승 한번 건지는 걸까요?
8 바퀴째입니다. 예선 1, 2위였던 레드 불이 9, 10위로 내려 앉았습니다. 비록 말레이시아에서 원투 피니시를 거두긴 했어도, 레드 불은 예선에서는 언터처블이지만 영 레이스에서 뭐가 안 따라주네요.
페라리의 펠리페 마사가 피트에 들어갈 때 트랙을 이탈하는 모습이 보입니다. 자막은 알론소인데 마사가 맞습니다. 자막도 곧 정정됩니다. 아무튼 비만 오면 마사는 힘을 잘 못 씁니다. 슬릭으로 바꾸고 나간 다음에 얼마 못 가서 다시 트랙을 이탈하는 모습이 보입니다만...
9 바퀴째입니다. BMW 자우버의 데 라 로사가 엔진 블로우로 리타이어합니다. 지난 말레이시아에서도 페라리 엔진 세 대가 한꺼번에 문제를 일으켰는데, 이번 경기에서도 또 문제가 생기네요. 페라리 엔진이 왜 이리 말썽인지... 다른 차량들은 괜찮을까요?
한편 베텔은 팀 동료 웨버를 직선에서 잡고 9위로 올라섭니다.
중위권에서는 전쟁이 벌어지거나 말거나 로즈베르크 - 버튼은 무주공산을 순항하고 있습니다. 로즈베르크 - 버튼 차이는 2.8초까지 벌어져 있습니다. 그 뒤로 르노의 쿠비차와 페트로프가 3, 4위를 지키고 있습니다. F1 사상 첫 러시아인 드라이버지만 개막전 후 3연속 리타이어라는 치욕을 당한 페트로프가 과연 오늘은 한 건 올릴 수 있을까요?
10 바퀴 째에 해밀튼이 직선에서 웨버를 잡습니다. 직선에서야 F-덕트가 있는 맥클라렌이 유리하겠죠. 하위권 팀들 중에서는 타이어 바꾸지 않은 로터스의 코발라이넨이 현재 대박 7위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꼴찌권에서 헤메던 로터스가 과연, 얼마나 오랫동안 포인트권에 붙어 있을 수 있을까요?
11 바퀴째입니다. 오늘도 해밀튼은 열나게 앞지르기를 거듭해야 하는 고단한 하루가 될 것 같습니다. 세바스티안 베텔의 꼬리에까지 붙었습니다만, 베텔은 백마커를 이용하면서 일단 위기 상황에서 빠져 나갑니다.
그런데 다음 바퀴, 긴 직선 구간에서 슬립스트림을 제대로 받은 해밀튼이 베텔을 노립니다. 베텔의 앞에는 포스 인디아의 아드리안 슈틸이 있습니다. 베텔이 슈틸을 이용해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 먼저 슬립스트림을 타고 슈틸의 왼쪽으로 빠집니다. 그런데 해밀튼은 반대로 슈틸의 오른편으로 빠집니다.
하지만 해밀튼이 다시 속력을 늦추면서 뒤로 빠지는 듯하더니, 직선 구간 끝 헤어핀에서 안쪽으로 파고 듭니다. 오히려 베텔은 슈틸을 완전히 제치지 못하면서 가로막히는 바람에 아웃으로 빠질 수밖에 없었고, 해밀튼이 두 대를 한꺼번에 밀어내버립니다. 과감한 판단을 한 해밀튼, 그리고 지나치게 베텔을 막는 것만 의식한 슈틸의 합작품이랄까요... F1 올드 팬이라면 2000년 벨기에 그랑프리에서 미카 하키넨이 리카르도 존타를 사이에 두고 미하엘 슈마허와 서로 반대 방향으로 빠져 나가면서 벌였던 혈투를 기억하실 지도 모르겠습니다. 마치 그때를 떠올리게 하는 대단한 격전이었습니다.
결국 베텔은 라인이 막히면서 슈틸에게까지 자리를 내줍니다만, 잠시 후에 직선에서 슬립스트림을 타고 다시 순위를 되찾습니다. 뒤에 있던 웨버까지 라인이 막힌 슈틸을 앞질러 갑니다. 한편 걸리적 거리는 게 없어진 해밀튼은 12 바퀴째에 1:43.276으로 가장 빠른 랩 타임을 기록합니다.
14 바퀴째입니다. 슈마허와 팀 사이 교신을 들어 보니 로즈베르크와 버튼의 타이어가 '오버 타임'이라는 얘기가 나옵니다. 아직 피트에 들어가지 않은 이들 주자는 3차 예선에서 최고 기록을 낼 당시 쓰던 타이어를 아직도 쓰고 있는 셈이죠. 게다가 소프트 옵션이니까 슬슬 성능이 떨어질 때가 됐습니다. 그렇다면 피트스탑에 대해서 고민할 시점이 가까워 왔다는 건데...
한편 해밀튼은 1:42.061로 다시 한번 가장 빠른 랩 타임 기록을 갈아치우면서 급속도로 슈마허에게 붙고 있습니다. 물론 선두권과는 격차가 심하지만 아직 희망은 있습니다. 앞 주자들은 대부분 시작 때 썼던 타이어를 그대로 쓰고 있기 때문에 피트스탑을 해야 할 테니까요. 긴 직선에서 슬립스트림을 타고 슈마허를 공략해 봤으니 간발의 차이로 실패합니다. 다음 메인 직선에서도 다시 공략을 해 보지만 슈마허가 누군데, 그리 쉽게 당할 줄 알았더냐!
15 바퀴째입니다. 해밀튼이 다시 한번 슈마허를 공략해 보지만 실패합니다. 접전이 벌어지기 전까지 랩 타임을 보면 해밀튼이 슈마허보다 무려 3초나 빠릅니다. 오늘 슈마허가 영 황제 체면 구기게 맥을 못 춥니다. 나중에 팀 얘기에 따르면 타이어가 너무 빨리 상태가 나빠졌다고 하는데... 한편 메르세데스 GP에서는 로즈베르크에게 곧 레이스 시작 때와 비슷한 정도로 비가 내릴 것이라는 얘기를 전달합니다. 자... 또다시 인터미디어트를 고민해야 할 때가 오는 걸까요?
17 바퀴째입니다. 긴 직선이 시작되는 곳에서 해밀튼이 입술 꽉 깨물고 바짝 붙습니다. 곧바로 슬립스트림을 타고 슈마허를 제칩니다. 슈마허는 뒤로 붙어서 이번에는 자신이 해밀튼의 뒤에서 슬립스트림을 타고 역전을 노려 봅니다.
안쪽으로 치고 들어가서 헤어핀에서 해밀튼을 제끼려고 했지만 오히려 해밀튼이 안으로 파고 들면서 과감하게 슈마허를 밀어버립니다. 정말 엄청난 혈투입니다. 하지만 해밀튼 머릿속에서는 기쁨보다는 이런 생각이 들 것 같습니다. '빌어먹을, 버튼 저 넘은 타이어 선택 한 번 잘해서 널럴하게 2위 하는데, 난 이게 무슨 개고생이야!'
한편 페라리의 마사는 계속 앞길을 가로막던 윌리엄스의 루벤스 바리켈로를 드디어 앞지르고 11위에 오릅니다. 바쁘다 바빠. 포인트권으로 들어가려면 한 대만 더 앞지르면 됩니다.
해밀튼과 격투 때문에 너무 힘을 뺐나요? 슈마허는 뒤따라온 베텔에게는 좀 무력하게 자리를 내어 줍니다. 슈마허가 헤어핀에서 안쪽을 잡아 보려고 했지만 베텔이 '나 그렇게 쉬운 남자 아니거든?' 하듯이 스윽, 라인을 잡아버립니다.
뒤이어 마크 웨버도 웨버도 코너에서 좀 크게 돈 슈마허를 제치나 했지만 간발의 차이로 실패합니다.
19 바퀴째입니다. 어라? 차이가 꽤 벌어져 있던 선두 로즈베르크와 2위 버튼이 어느새 접전을 벌이고 있습니다. 역시 턴 13과 14 사이 긴 직선 구간에서 버튼이 슬립스트림을 타고 로즈베르크를 앞지릅니다. 로즈베르크가 헤어핀에서 안으로 치고 들어가 보지만 이미 늦었습니다. 버튼이 선두로 올라섭니다. 버튼이 왠지 한 마디 했을 것 같습니다. '억울하면 니네들도 F-덕트 달든가...'
리플레이를 보니 로즈베르크가 코너에서 트랙을 이탈한 모습이 보입다. 아무래도 트랙이 다시 젖어들면서 드라이 타이어가 미끄러지는 것 같습니다. 온보드 카메라에도 물기가 많이 맺혀 있는 걸 봐서는 레이스 시작 때보다 상황이 더 나빠 보입니다.
20 바퀴째에 슈마허와 웨버가 피트로 들어옵니다. 역시 인터미디어트로 타이어를 바꿉니다. 뒤이어서 줄줄이 쏟아져 들어오는 주자들이 보입니다.
페라리는 둘이 나란히 들어오는데, 그 바람에 먼저 들어온 알론소가 작업을 하는 동안에 마사는 줄서서 기다리는 모습입니다. 오늘 하늘의 장난이 정말 장난이 아닙니다. 아직 슬릭 타이어로 달리고 있는 주자들은 조향이 안 되는 듯, 해밀튼과 웨버 모두 휘청거립니다. 한편 레이스 컨트롤에서 피트에서 해밀튼과 베텔 사이에 벌어졌던 일에 대해서 레이스 뒤에 조사를 한다는 공지가 떴습니다. 만약 페널티가 나갈 경우, 그 경중에 따라서 레이스 완주 기록에 20초, 또는 30초를 가산하게 됩니다.
21 바퀴째에 버튼도 인터미디어트 타이어로 신발을 바꿔 신습니다. 버튼으로서는 쾌재를 부를 일입니다. 예선 때부터 썼던 소프트 옵션 타이어를 계속 썼던 주자들은 지금쯤이면 많이 마모돼서 타이어 교체를 생각해야 할 상황이었는데, 타이밍 좋게 비가 왔으니 말입니다. 게다가 로즈베르크가 삽질을 해 준 덕분에 선두까지 차지하고, 어째 과감한 타이어 작전에 선두 베텔의 리타이어로 우승을 차지한 호주 그랑프리와 시나리오가 비슷하게 흘러가는 모습입니다.
다시 한번 해밀튼과 베텔이 피트에 나란히 들어갑니다. 이번에는 별일 없이 해밀튼이 먼저 나옵니다. 피트에서 나오는 해밀튼 앞을 이미 인터미디어트 타이어를 장착한 웨버가 쌩~ 하고 앞질러 갑니다. 그렇게 죽도록 고생해서 앞지른 게 몇 대인데, 도로아미타불이 되는 느낌이...
토로 로소의 하이메 알구에르수아리가 피트에 들어옵니다. 그런데 앞쪽 노즈가 땅에 닿아서 부서져 떨어져나가는 모습이 보입니다. 리플레이를 보니 앞쪽 날개가 연석과 부딪쳐서 부러진 듯합니다.
아무튼 인터미디어트 타이어로 신발을 갈아신은 상황에서 버튼이 1위를 고수하고 로즈베르크가 2위입니다. 버튼은 또다시 호주에 이어서 럭키보이가 될 것인지!
22 바퀴째에 세이프티 카가 출동합니다. 트랙에 떨어진 파편이 차량이 주로 타는 레이싱 라인에 딱 걸친 모양입니다. 이렇게 되면 레이스가 또 뒤집어집니다. 세이프티 카가 발령되면 그동안 벌려 놓았던 격차가 다 좁혀지게 됩니다. 3위 쿠비차와 4위 페트로프가 거의 37초 차이인데... 이게 싹 없어지니. 뒤쪽 주자들은 도약을 위한 기회가 생기는 겁니다.
리플레이를 보니 피트로 들어가는 알론소와 마사 사이에서도 아까 해밀튼과 베텔 사이에 있었던 것과 비슷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뭘 같은 팀끼리... 하지만 늦게 들어가면 앞 선수가 타이어 바꿀 동안 기다려야 하니 이만저만 손해가 아니긴 하죠.
원래 세이프티 카가 발령되면 차량들은 다른 차량을 앞지를 수 없고 세이프티 카도 물론 앞지를 수 없습니다. 하지만 세이프티카가 녹색 등을 켜면 뒤에 있는 주자에게 앞으로 지나가라는 뜻입니다. 이 차량들은 한 바퀴 넘게 뒤처져 있는 상황입니다. 따라서 세이프티 카를 앞질러서 다시 대열 후미로 붙으라는 뜻입니다. 그렇게 해서 세이프티 카 바로 뒤에 1위 차량이 오도록 대열을 정리합니다.
24 바퀴째입니다. 얼랠래? 윌리엄스의 니코 훌켄베르크가 피트 인합니다. 드라이 타이어로 바꾸는데, 도박 한 번 해 보겠다는 소린지? 글쎄요? 과연 훌켄베르크에게도 버튼과 같은 행운이 찾아 올까요? 보면 알겠죠.
25 바퀴째입니다. 세이프티 카가 들어간다는 메시지가 나옵니다. 아직 비가 계속 떨어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아까 드라이 타이어로 바꿨던 훌켄베르크가 마지막 코너에서 트랙을 이탈하는 모습이 보입니다. 아무래도 버튼 황새 쫓아다가 훌켄베르크 뱁새가 가랑이 찢어진 분위기입니다.
이런이런... 버튼이 너무 느리게 달려서 그런 건지 대열이 확 좁아지면서 그 틈바구니에서 해밀튼이 트랙을 벗어나는 모습이 보입니다. 같은 팀인데 도움이 안 돼, 쯧. 아무튼 바야흐로, 다들 인터미디이트 타이어를 장착한 상태에서 벌어지는 중반전 결투가 막을 올려려는 상황입니다.
얘기가 너무 길어져서 전반부를 여기서 끝맺고 글을 바꿔서 레이스 재개 상황 이후에 대해서 얘기하도록 하죠.
[2010 포뮬러 1 중국 그랑프리 : 레이스 - 2]로 이어집니다.
'광속질주' 카테고리의 다른 글
| 맥클라렌의 F-덕트, 도대체 정체가 뭐야? (3) | 2010/04/25 |
|---|---|
| 2010 포뮬러 1 중국 그랑프리 : 레이스 - 2 (2) | 2010/04/25 |
| 2010 포뮬러 1 중국 그랑프리 : 레이스 - 1 (2) | 2010/04/23 |
| 2010 포뮬러 1 말레이시아 그랑프리 : 레이스 (2) | 2010/04/09 |
| 포뮬러 1을 200% 즐기는 20가지 키워드 : 1 - 컨스트럭터 (1) | 2010/04/04 |
| 2010 포뮬러 1 호주 그랑프리 : 레이스 (5) | 2010/04/02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