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제 선거를 앞두고 야권이 연대를 모색하는 와중에 변수가 생겼습니다. 바로 동교동계의 거물이라 할 수 있는 한화갑 씨가 신당 창당을 선언한 것입니다. 87년 대선 때 DJ가 들고 나왔던 '평화민주당' 당명을 선관위에 등록하고 동교동계 인사들과 접촉을 가지고 창당 준비에 나선 것으로 보입니다. 한화갑 씨 쪽 주장으로 보면 '민주당이 실패한 열린우리당의 전철을 밟고 있다'는 것인데, 이 때문에 야권 분열에 대한 걱정이 나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한화갑 신당에서 주로 거론되는 인물들을 먼저 볼까요? 권노갑 정대철을 비롯해서 동교동 가신들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자세히 보면 한화갑 씨는 물론이고 비리 혐의에 연루됐던 인물들이 수두룩합니다. 사실 많은 영세 상인들 눈에 피눈물 나게 만들었던 굿모닝시티 사건에 연루됐던 정대철 씨가 버젓이 한 자리 차지하고 앉아 있는 민주당이 야권 통합의 중심을 외치는 것 자체가 코미디였습니다만, 이런 민주당의 구세력이자 부패세력들이 딴살림 차리고 나간다면 야권 분열이 아니라 쌍수를 들고 환영할 일로 봐야 합니다.

그 동안 이런 사람들이 있어서 민주당은 호남의 지지기반은 좀 거머쥘 수 있었을 지 몰라도 개혁과는 거리가 먼 짬뽕잡탕 야당이라는 안 좋은 이미지를 낳는 데 한몫 단단히 한 것도 사실입니다. 한나라당이 저렇게 삽질을 하는 데에도 불구하고 민주당 지지도가 오르지 못하는 이유가 어디에 있었을까요? 그나마 있는 의석으로 할 수 있는 일도 제대로 못 했던 무력함, 그리고 부패 구세력들이 여전히 떵떵거리고 있는 실망스러운 모습이 아니었을까요? 그런 민주당이었기 때문에 다른 야당들도 민주당과 쉽사리 손을 잡는 것에 주저해 왔던 것도 사실입니다. 호남에서 기반을 좀 잃는 한이 있더라도 과감히 토호세력과 결별한다면 수도권을 비롯한 다른 지역에서 '호남당' 이미지를 불식시키고 지지율을 높일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합니다.

개혁의 발목을 잡고, 다른 야당과 힘을 합치는 데 걸림돌이 되는 호남 토호 집단과 이번 기회에 과감하게 결별을 선언한다면 이는 민주당을 살리는 지름길이고, 지방자치제 선거에서 민주당이 호남 기득권을 포기하고 과감하게 다른 야당과 연대할 수 있는 발판도 될 수 있는 겁니다. 부패한 구세대들은 갈 테면 가라! 하고 결별해야 할 사람들과는 확실히 결별해 주는 게 더 큰 통합을 위해서는 훨씬 나은 선택입니다. 게다가 알아서 나가주겠다는 데 뭐가 그렇게 고민이겠습니까?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는 식의 이승만식 묻지마 통합에 목을 매고 있어서는 곤란합니다.

아마도 신당 창당 쪽에서는 호남을 인질로 잡고 자기들의 세력을 좀 구축해 보겠다는 속셈이겠지만 호남 정서도 지난 탄핵 후 총선 때에서도 봤듯이 언제까지나 묻지마 찍어주기만 하지는 않습니다. 그러니 민주당의 발목을 잡는 부패세력이 딴 살림 차리고 나가겠다면 민주당으로서는 잃는 것보다는 얻는 게 더 많은, 대단히 고마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래도 동방예의지국이니 예의상 '꼭 나가야 돼?' 하는 시늉만 좀 해 주고, 잘 살라고 멀리멀리 배웅해 주시길 바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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