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토로이를 쓴 지가 3주가 됐네요. 이제는 이 새로운 환경에 많이 익숙해졌고 정도 붙었습니다. 그리고 그에 따라서 거슬리는 약점도 눈에 뜨입니다. 3주 동안 모토로이를 써 보면서 느낀 점들을 써볼까 합니다. 쓰다 보면 자꾸만 단점이 더 밟히는 법! 아마도 아쉬운 점 위주로 쓰게 될 것 같습니다.


저장용량

이미 많이 지적되고 있는 부분입니다. 제원으로는 512MB입니다만 시스템과 기본 어플이 잡아 먹는 용량을 빼면 128MB라고 하죠. 게다가 프로그램이 구동되면서 캐쉬가 먹는 용량까지 있어서 실제 어플을 설치할 수 있는 공간은 확 떨어집니다. 보통 저장소 공간이 10% 아래로 떨어지면 알림 영역에 용량 부족 메시지를 내는데 제 경우가 그렇습니다. 요즘 들어서 가끔 이 메시지가 사람 성가시게 만듭니다. 물론 그래도 여전히 10MB가 넘는 메모리가 남는 상태기 때문에 쓰는 데에는 문제는 없습니다만 일단 공간 부족 메시지가 계속 떠 있고 없어지지도 않는 터라 짜증 나죠(하지만 이 점을 제외한다면 메모리 때문에 쓰는데 큰 문제를 겪는 일은 없습니다).

사실 아이폰이나 안드로이드폰이나 풍부한 어플을 이것저것 깔아서 써 보는 재미가 쏠쏠한 건데 이런 면에서는 깔 수 있는 어플의 수가 아이폰에 비해서 크게 제한 받을 수밖에 없는 모토로이의 빈약한 내장 메모리는 아무래도 아이폰과 경쟁하는 데에는 치명적인 약점이 될 듯 합니다. 사실 512MB에서 1GB로 늘린다고 해서 원가가 엄청나게 올라가는 것도 아닌데 말이죠.

그런데 생각해 보면, 이렇게 된 데에는 우리나라 휴대폰 신제품의 버릇, 다시 말해 백화점식 제원 경쟁도 한몫 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카메라를 8.0 메가픽셀이 아니라 5.0 메가픽셀 정도로 낮췄다면? 화면 해상도를 조금만 줄였다면? 지상파 DMB와 중복된다고 볼 수 있는 FM 라디오 기능을 넣지 않았다면? HDMI 단자를 뺐다면? 똑같은 가격으로도 충분히 1GB 내장 메모리를 제공했겠지요. 하지만 눈에 확 띄지 않는 메모리보다는 뭔가 이것저것 기능을 갖다 붙임으로써 카탈로그에서나 그럴싸해 보이는 제원 리스트를 좋게 보이게 만들려고 했던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하여간 가끔씩 뜨는 저장공간 부족 메시지는 스트레스 확 받게 만듭니다. 10%만 남아도 공간이 부족하다고 난리니 정말 성가십니다. 5% 정도였을 때 뜨면 좀 좋을까... 특히나 스마트폰에 익숙하지 못한 사람들에게는 이런 성가신 메모리 관리 문제는 모토로이를 선택하는 데 발목을 잡는 요소가 될 겁니다.


딱딱한 터치감

확실히 아이폰의 말랑말랑하고 부드러운 터치감에 비하면 모토로이의 터치감은 딱딱하고 좀 끊겨 보이는 느낌입니다. 이건 아마도 전체적인 시스템의 성능은 아이폰보다 빠르지 않으면서 화면 해상도는 아이폰보다 훨씬 높은 데에서 오는 원인이 클 겁니다.

사실 해상도는 멀티미디어에서만 좋은 거 아니냐...고 하실 분들도 있겠지만 웹 서핑을 할 때에도 해상도가 조밀하고 좋은 화면은 더욱 좋은 환경을 제공합니다. 특히나 한글처럼 같은 공간에 알파벳보다 획이 조밀하게 들어가는 글자를 볼 때에는 아이폰보다는 모토로이의 해상력이 월등히 좋습니다. 따라서 조밀한 화면 디스플레이 해상도냐(모토로이), 말랑말랑하고 부드러운 터치감이냐(아이폰), 이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할 것입니다. 제 경우에는 조밀한 해상도가 웹 서핑에 도움이 많이 되는 관계로 아무래도 모토로이 쪽 스타일이라고 봐야겠죠.


메시지 버그

SMS/MMS 메시지 프로그램에 버그가 있습니다. 바로 가장 최근에 온 메시지의 발신자과 그 전 메시지의 발신자가 뒤섞이는 버그가 나타난다는 것입니다.




보시다시피 가장 최근에 온 메시지(가장 위에 있죠) 대화 목록 두 개를 보면 똑같은 이름입니다. 동명이인이 아니라 가장 위에 있는 대화목록의 이름에 지금 엉뚱한 이름, 정확히 말하면 그 아래 목록에 있는 사람의 이름이 뜹니다.

대화목록 안으로 들어가 보면 타이틀에 있는 사람 이름과 대화 안에 뜨는 사람이 다르게 나오는 걸 볼 수 있습니다. 좀 황당한 버그인데, 실제 SMS/MMS 메시지는 정확하게 원래 원했던 사람에게 가지만 하루 빨리 고쳐져야 하는 버그입니다. 이번 업데이트에서도 고쳐지지 않았는데 다음 업데이트에서는 꼭 고쳐지기를 바랍니다.


멀티태스킹, 효용성보다는 버벅거림이...

안드로이드의 장점으로 내세웠던 것 가운데 하나가 멀티태스킹입니다. 아이폰도 사실 OS의 커널 자체는 맥과 같기 때문에 멀티태스킹이 지원되지만 애플에서 막아 놨기 때문에 탈옥을 해야만 쓸 수 있습니다. 생각해 보면 모바일에서 멀티태스킹이 뭐 그리 필요한가 싶기도 하지요.

안드로이드에서는 기본으로 멀티태스킹을 지원하지만 효용성 여부는 갸우뚱합니다. 데스크탑처럼 여러 가지 작업을 동시에 해야 할 경우가 모바일에서 그다지 많지 않으니까요. 오히려 가끔씩 모토로이가 감당을 못 하고 잠깐씩 벽돌이 될 때가 있습니다. 또한 스마트폰에 익숙치 않은 분들은 백그라운드에서 여전히 돌아가고 있는 프로세스 때문에 그만큼 메모리가 소모되고, 따라서 이것저것 너무 많이 띄웠다면 때로는 죽여줄 필요가 있다는 것을 이해하는 게 쉽지 않을 겁니다. 참고로 Automatic Task Killer 프로그램으로 이러한 백그라운드 응용프로그램 관리를 한결 쉽게 할 수 있습니다.


총평 : 노력했지만, 어딘가 산만한 느낌

대체로 모토로이를 써 본 느낌은, '노력은 많이 했지만 어딘가 산만한 느낌'이란 말로 정리할 수 있겠습니다. 일단 아이폰을 제껴 놓고 얘기하자면(SKT 사용자에게야 아이폰은 그림의 떡이니까요) 지금까지 나온 스마트폰 가운데에는 최고라고 말할 수 있는 기능으로 무장하고 있습니다. 삼성과 SKT가 손잡고 지금까지 스마트폰 시장을 엉망진창으로 만들어 놨던 스펙다운 문제나(쿼티 자판이 있는 드로이드의 스펙다운이라고 하는 분들도 있지만 드로이드와 모토로이는 다른 모델인 데다가, 과연 두툼한 두께를 감수해야 하고 가로모드로 써야 하는 쿼티 자판은 제대로 쓰시기나 하면서 그런 말씀 하시는지) 지긋지긋한 변태 SMS/MMS 통합메시지함에서 탈출할 수 있는 첫 모델이란 점에서, 확실한 타겟을 가지고 가는 블랙베리를 뺀다면 범용으로는 가장 쓸만한 스마트폰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이제 아이폰을 끌어들여 보면, 선택과 집중으로 사람들의 마음에 가장 다가갈 수 있는 특징에 강조점을 잘 찍은 아이폰과 비교한다면 모토로이는 이것저것 끌어모아 놓긴 했지만 좀 정리가 될 된 느낌입니다. 예를 들어서 지상파 DMB에서도 라디오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에도 FM 라디오 기능을 또 넣은 것은 중복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물론 채널 수야 FM 라디오가 더 많겠지만 주요 채널은 DMB 라디오에도 거의 있습니다). 720p HDMI 출력도 과연, 모토로이폰으로 정말 HD 영상을 외부로 연결해서 볼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요? 아마도 HDMI 단자를 한 번이라도 써 볼 사람은 1%도 안 될 겁니다. 이렇게 실용성이 많이 떨어지는 기능이나 산만한 제원을 좀 정리하고 오히려 내장 메모리나 CPU/GPU와 같은 기본적인 부분에 좀 더 강조점을 찍었다면 사용자에게 더 많은 환영을 받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못내 듭니다.

또한 아이폰 열풍에 나름대로 맞서 보겠다고 서둘러 내서인지 가장 중요한 부분 가운데 하나인 안드로이드 마켓도 아직 무료 어플밖에 서비스가 안 된다는 점도 역시 김을 빼는 원인이 됩니다. 안 그래도 아직은 아이폰보다 어플 수가 부족한 게 현실인데 그나마 유료 어플 서비스도 아직 안 된다면 매력이 뚝 떨어질 수밖에 없죠(물론 무료 어플만으로도 쓸만한 것들이 적지 않습니다만). 어쩌면 모토로이는 앞으로 나올 안드로이드폰의 개업식 도우미 신세로 전락할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에서 안드로이폰의 첫삽을 떴다는 점에서는 분명 의미가 있는 폰이고, 또한 결코 '나쁜 폰'은 아닙니다. 아이폰으로 한 순간에 갑자기 확 높아진 사람들의 눈높이에는 모든 스마트폰이 못마땅해 보일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분명 모토로이는 쓸 만한 스마트폰이고, 모든 스마트폰이 다 그렇듯이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서 자기 능력을 200% 발휘할 수도, 50% 밖에 못 쓸 수도 있습니다.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던 윈도우 모바일도 획기적인 7 버전을 내놓고 반전을 노리고 있습니다. 애플도 올해 아이폰 4G를 준비하고 있고, 심비안이 아직도 건재한 상태지만 노키아는 인텔과 손잡고 미고(MeeGo)를 들고 나올 태세입니다(바다OS 따위는 얘기도 하지 맙시다). 그동안 쇄국정책으로 일관해 왔던 한국의 이동통신사들도 조금씩 조심스럽게, 세계의 조류 속으로 발을 들여 놓고 있는 상황입니다. 2010년, 과연 스마트폰 시장의 춘추전국 시대는 어떻게 흘러갈지, 올 한 해는 스마트폰 시장에 정말 재미있는 일들이 많아질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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