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부르고뉴 화이트에 꽂히긴 제대로 꽂혔나 봅니다. 그 좋아하던 피노 누아르조차도 요즘은 눈에 잘 들어오지 않으니 말입니다. 문제는 물건이 차암 없다는 거죠. 샵에 가 봐도 부르고뉴 화이트 구경하기가 정말 힘듭니다. 예전에는 그냥 뫼르소도 좋은 거 꽤 있었는데...
사실 뭐, 부르고뉴의 중심부인 꼬뜨 도르 지역에서 화이트룰 주력으로 하는 마을은 몇 군데 안 되기도 하죠. 알록스-꼭똥, 뫼르소, 퓔리니-몽라쉐와 사샨느-몽라쉐, 이 정도죠. 사빈니-레-본이나 상뜨네 같은 다른 곳에서도 아주 안 나오는 건 아니지만 주력은 아닙니다. 하여간에 샤샨느-몽라쉐 1등급을 집어 들었습니다. 미쉘 콜랭-들레게르 에 피스는 이 지역에서 알아주는 프로듀서라고는 하는데 어디 실력 한 번 봅시다.
역시 실력이 어디 가겠습니까? 묵은 나무향이 물씬 풍기면서 기름기 잘잘 흐르는 버터향이 매끄럽게 후각을 자극합니다. 버터와 우유향이 은은하게 하지만 선명하게 나타납니다. 숙성이 꽤 진행됐기 때문에 산미도 부드러운 편이고, 여기에 적당한 향의 부드러운 단 느낌이 감돌아서 균형이 잘 어울리는 편입니다. 기름기가 번지르르하고 무게감이 느껴지지만 그럼에도 산뜻하고 입 안을 깔끔하게 청소해 주는 듯한 기분 좋은 와인입니다. 역시 부르고뉴 샤르도네의 진리는 기름지면서도 청명하고 상쾌한, 이런 야누스의 모습이랄까요.
시간이 흐르니 바나나향이 풍겨 나옵니다. 맛은 더욱 더 기름기가 번지르르해지면 입 안에서 그야말로 굴러다닙니다. 부르고뉴 샤르도네의 진리 중에 또 하나, 바로 입 안에서 자유롭게 노는 듯한 이런 질감이지요. 바나나에 이어서 당도가 높은 파인애플향도 풍겨 나오면서 나무향과 과일향, 버터향이 은은하게 얽혀 나옵니다.
시간이 거의 여섯 시간이 지나서 마지막 잔을 비웠는데 여전히 오일감이 강하고, 좀 묵은 느낌도 납니다. 무척이나 매끄러운 느낌이 너무나 좋은 와인입니다. 깔끔한 민트향으로 입 안을 싹 청소해 주는 청량감도 달라지지 않고 끝마무리까지 좋습니다.
- bottled by: Michel Colin-Deléger et Fils
- grape variety: Chardonnay
- appellation: Chassagne-Montrachet AOC (1er Cru)
- alchol: 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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