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들어서 법원이 우리나라 민주주의를 지키는 마지막 보루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미네르바, 강기갑, PD수첩을 비롯해서 정권에서 속보이는 생각을 가지고 기소했던 사건들이 줄줄이 무죄판결을 받으면서 도대체 누구네 집 부모인지도 모르는 '어버이'들이 법원 앞에서 생난리를 치고 자유당 시절을 무색하게 하는 백색테러 위협을 하는 판입니다. 아마 요즘처럼 법원이 많은 사람들에게 박수를 받는 일도 드문 것 같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 법원이 민주주의를 지키는 이 상황은 참으로 창피한 일입니다. 일단 법원이 과연 그럴 자격이 있는지, 이 점을 생각해 봐야 하기 때문입니다.
둘째로 법원은 댓가를 너무 많이 치러야 하는 곳입니다. 돈 없고 힘 없는 서민들은 자신의 권리를 침해당하고 탄압을 받아도 너무나 문턱이 높은 곳입니다. 변호사비를 비롯한 소송비용도 만만치 않고, 시간과 마음 고생도 이만 저만이 아닙니다. 사실 검찰이 마구잡이로 기소를 남발하는 이유 가운데 하나도, 일단 법으로 걸고 넘어지는 것 자체가 유무죄에 상관 없이 엄청난 피해를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정연주 씨 경우만 봐도 임기 11일을 남겨 두고 겨우 1심 판결이 났습니다. KBS 사장 해임이 잘못된 거라고 최종 판결이 나도 상황은 돌이킬 수 없습니다. 배상금이나 받는 수밖에는 없고, 누구도 그렇게 나가는 배상금으로 큰 손해를 끼쳐도 그 돈을 책임지지 않을 겁니다. 상처뿐인 승리죠. 민주주의와 인권을 기댈 데가 법원 밖에 없다면 결국 그 비용을 감당할 능력이 없는 사람들은 그냥 당하고 살 수밖에 없습니다.
족보도 없는 '어버이'들이 법원까지 때려부수겠다고 설치고, 수구 세력들은 언론과 정치인들을 앞세워서 삼권분립 따위 엿바꿔 먹으라고 난리를 치는데, 우린 그냥 법원에게 박수만 치고 있습니다. 그러다가 미디어법 때 박근혜에게 뒤통수 맞았듯이 그 본질이 기득권층일 수밖에 없는 법원한테도 뒤통수 맞기 딱 좋습니다. 법원조차도 등을 돌리면 그 때는 어쩔 겁니까? 법원의 무죄 판결에 박수를 칠 일이 아니라 저를 포함해서 상황이 이 지경에까지 이르도록 방관한 게으름에 대해서 창피하게 생각할 일입니다. 민주주의는 누가 떠먹여 주는 게 아닙니다. 아쉬운 사람이 알아서 찾아 먹어야 합니다. 위대하신 판사님들이 몇 숟가락 떠먹여 주는 민주주의에 도취돼서 그분들이 언제까지나 먹여 줄 것처럼 착각하다가는 굶어 죽기 딱 좋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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