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참사로 희생된 다섯 분의 장례식이 1월 9일로 잡혔습니다. 범대위에서 시민상주를 모집하고 있습니다. 전혀 어렵지 않습니다. 만 원만 내면 됩니다. 저도 만 원 냈습니다. 만 원 그거, 술 한 잔 참으면 되는 돈입니다. 돈에 정신 팔려서 인간은 안중에도 없는 썩은 사회의 틈바구니에서 억울하게 희생된 분들을 마지막으로 보내는 마당입니다. 물론 단 돈 만 원이 아쉬울 때도 참 많지만 이럴 땐 정말 '그깟 만 원', 하고 생각하고 아낌없이 보내줄 때입니다. 이곳을 누르시면 계좌번호 안내가 있습니다.
용산참사가 타결된 마당에도 여전히 테러리스트니, 범법자니 하고 그 분들은 욕보이는 말들은 넘쳐나고 있습니다. 하지만 사람에게 결국은 법보다는 밥이 먼저입니다. 법은 없어도 죽이 되든 뭐가 되는 살 방법이 있지만 밥이 없으면 살아갈 방법이 없습니다. 법이 자신의 밥줄에 칼을 들이대면 아주아주 숭고한 희생정신으로 가득한, 도덕 교과서에 길이길이 남을 사람 빼고는 법에 저항하게 마련입니다. 뒤집어 말하면 어떤 잘난 국가도 법이란 이름으로 남의 밥줄에 칼을 들이댈 자격은 없다는 얘기입니다. 그저 법이기 때문에, 법치국가니까 무조건 지켜야 한다고 말하시겠다면, 히틀러 시대의 독일도 김정일의 북한도 다 법이 있었고 법에 따라서 국민을 억압한 '법치국가'입니다.
사실 이 정부가 사기치고 있는 건 법치국가가 마치 국민이 악법이든 약밥이든 무조건 지켜야 한다고 윽박지르는 모습입니다. 법치국가란 건 원래 통치하는 권력자가 법과 법 정신에 바탕을 두고 법에 어긋나게 권력을 휘두르고 싶은 욕망을 자제하는 게 더 중요한 겁니다. 권력자가 자신의 권력을 멋대로 휘두르려는 욕망을 자제하고 법의 정신을 존중할 때, 국민들도 법을 존중하게 마련입니다.
아시다시피 이 정권이 저질렀던 수많은 악행들 가운데 상당수는 상당히 보수성이 강한 집단인 법원에서조차도 위법으로 판결나고 있습니다. 더 문제는 위법이라는 판정을 받고도 부끄러워할 줄도 모르고, 그와 같은 위법을 더 저지르지 않으려는 자제심도 없다는 것이지요. 무죄가 되든 위법이 되든 일단은 잡아놓고, 고소하고, 재판에 넘기는 것만으로도 맘에 안 드는 사람을 충분히 괴롭힐 수 있다는 점을 노리는 겁니다. KBS 정연주 사장처럼 해임이 정당하지 못하다는 판결이 나 봐야 임기가 다 지나간 마당이라 원상회복이 안 된다는 점도 노리고 있습니다. 억울한 사람을 만들지 않기 위한 법 절차가 권력자의 욕망을 채우는 수단으로 농락당하고 있는 겁니다. 권력자가 법치를 안 하는 마당에 국민한테 법치를 강요하는 건 넌센스입니다. 뭐든 힘 있는 사람이 먼저 지키고 존중할 때에만 권위가 서고 바로 서는 겁니다. 심지어 그런 권력이 법을 핑계로 남의 밥줄에 칼을 들이댄다면 그건 법 자격도 없는, 북한법이나 다를 거 없는 쓰레기인 겁니다.
이명박 대통령은 새해에도 어김없이 '친서민'을 내세우고 있습니다. 지자체 선거나 어떻게 사기쳐서 넘겨 보려고 수작 부리는 거 아니라면, 당신도 만 원 내세요. 당신한테 목도리 받고 품에 포옥 안기는 '포토제닉 서민'만 서민인 거 아닙니다. 재산 다 기부하셔서 단 돈 만 원도 없는 거 아니겠죠? 진짜 친서민 하고 싶으면 당신도 만 원 쏘시기 바랍니다. 내 그럼 믿어드리리다.
'혹세무민'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인터넷 언론이 시사 블로고스피어를 망치고 있다 (3) | 2010/01/16 |
|---|---|
| 신해철의 '북한 미사일 축하' 글, 오히려 극우적이다 (9) | 2010/01/10 |
| 법보다는 밥이 먼저다 (4) | 2010/01/05 |
| 김형오 국회의장의 '대운하 포기' 선언 제안, 어떻게 믿으라고? (3) | 2009/12/26 |
| 스티브 유의 한국 입국을 환영한다! (11) | 2009/12/12 |
| 4대강도 모자라서 DMZ까지 망가뜨리나? (2) | 2009/12/02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