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예산안을 둘러싼 여야 대치가 연말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은 '준예산 집행'까지 거론하면서 위협하고 있고, 언론에서는 날마다 준예산이 집행되면 중요한 사업에 차질이 생기고 서민 복지가 위협 받고... 하면서 펌프질을 하고 있습니다. 사실 정부의 예산안이 어떤 문제점을 가지고 있는가, 야당의 주장에는 어떤 허점이 있는가에 대한 얘기는 거의 하지 않고 '빨리 처리하라'는 중립적인 척하는 이런 보도는 결국은 '밀어붙이기'로 가려는 여당한테 힘만 실어주는 꼴입니다.
아무튼 이런 와중에서 김형오 국회의장이 '여야가 대운하를 안 한다고 공동 선언을 하자'는 제안을 했습니다. 여당은 환영했지만 야당은 얕은 수라면서 거부했습니다. 물론 이렇게 되니 여당에서는 '대운하 안 한다는데 발목 잡기만 한다'고 야당을 비난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과연 그 공동 선언을 어떻게 믿으라고?
이미 이명박 정부는 거액의 부도수표를 발행했습니다. 바로 '세종시 원안 추진'입니다. 이명박은 후보 시절에 여러 차례 원안 추진을 약속했습니다. 대통령이 된 직후에도 처음에는 마찬가지로 원안 추진을 약속했습니다. 자, 그런데 지금은 어떻게 됐나요? 정운찬 총리를 앞잡이로 내세워서 그 때 발행했던 수표를 부도처리 하려고 수작을 부리고 있습니다. 그런데 대운하 안 한다고 선언을 하든 혈서르 쓰든, 나중에 자기들 수 틀리면 뒤집지 말란 보장은 도대체 어디에 있을까요?
공동선언 했다가 뒤집었다고 해서 누가 감옥에 가는 것도 아니고 거액의 손해배상을 해야 할 일도 없습니다. 어차피 여론 따위는 알게 뭐냐, 여론이나 인기 따위에 연연하지 않겠다고 대놓고 말하는 정부입니다. 그까짓 비난 여론 쯤 그냥 귀 막고 버티면 잠잠해지겠지, 이런 마인드를 세종시 뒤집기로 증명한 상태에서는 그야말로 콩으로 메주를 쑤고 콩으로 콩나물을 기른다고 해도 믿을 수가 없죠.
정말로 대운하를 할 생각이 없다면 하나마나한 공동선언 같은 것보다는 정말로 대운하를 할 수 없도록 사업규모가 대폭 축소되는 게 옳습니다. 당장에 4대강 살리기와 아무런 관계 없는 지나치게 높은 보의 높이와 너무 많은 보의 숫자, 준설 깊이부터 줄이는 게 맞습니다. 아니, 보나 준설처럼 오히려 생태계 파괴를 일으킬 일들은 아예 백지화하는 게 가장 좋지요.
'늑대와 양치기 소년' 우화도 굳이 거론할 필요가 없을 겁니다. 신뢰란 건 한 번 잃어버리면 다시 되찾기가 엄청나게 어려운 겁니다. 세종시 뒤집기로 수틀리면 약속 같은 건 헌신짝처럼 내버리는 정부가 공동선언을 100만 번 한들, "나 이 사람 믿어 주세요"라고 했던 노태우 말만큼이나 공허한 얘기일 뿐이지요. 믿을 걸 믿으라고 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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