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서 논란이 된 두 가지 프로그램이 있습니다. 하나는 '키 작으면 루저' 발언으로 파문이 됐던 <미녀들의 수다>였고, 또 하나는 식객 뉴욕편에서 정준하의 무례 논란, 그리고 '개또라이짓' 논란을 불렀던 <무한도전>입니다. 그런데 논란이 불거졌을 때, <미수다>와 <무도>의 제작진이 보여준 모습은 사뭇 달랐습니다. 간단히 말하면 <미수다>는 발뺌, <무한도전>은 책임감이라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먼저 <미수다>의 루저 파문을 생각해 보면, 당시 문제가 된 발언을 했던 출연자는 한동안을 거의 혼자서 뭇매를 맞다시피 했습니다. <미수다> 제작진은 침묵했습니다. 그러다가 결국 출연자가 대본 문제를 거론하고 나섰습니다. 자신은 대본에 그런 말을 하도록 유도했고, 심지어는 녹화장에서 스케치북으로 쓰면서까지 제작진이 루저 발언을 유도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 전까지는 출연자 혼자 뭇매를 맞도록 방치했던 제작진은 불똥이 제작진에 지대로 튀고 나서야 태도를 밝혔습니다. 그것도 '대본에는 썼지만 강요는 아니다'는 식으로 책임을 출연자에게 전가하다시피 하는 태도를 보였습니다. 그래놓고서는 '마녀사냥은 그만'이라는 말을 덧붙였습니다.

하지만 <무한도전> 제작진의 태도는 사뭇 달랐습니다. 파문이 불거지자 제작진은 출연자를 적극 보호하려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이번 일을 '개또라이짓'으로 비난했던 이선민 씨에 대해서는 "이번 사태에 대한 비판이나 그분의 글도 프로그램에 대한 한 개인의 의견으로서 존중하고 겸허히 받아들이고 반성하고 있다"고 말했고, 정준하 씨와 명현지 셰프의 대립에 대해서는 "하루 종일 쉬지 못하고 촬영한 탓에 출연진이 많이 피곤하고 예민한 상태였다. 정준하 역시 열의에 넘쳤기 때문에 생긴 갈등으로 모든 프로젝트에 이 정도의 갈등은 있었다. 하지만 이번 역시 잘 마무리 됐고 현장에서는 전혀 문제되지 않았고 분위기도 좋았다"면서  "정준하씨가 전화해 자신 때문에 자꾸 논란이 생기는 것 같아 미안해했다. 하지만 정준하씨는 열심히 했을 뿐이고 문제가 됐다면 제작진의 문제, 모든 게 제작진의 책임이다"고 얘기했습니다. 적어도 해명 글의 논조를 보면 <미수다>와는 확연한 차이를 보입니다.

여기서 생각해 볼 점은 <미수다>에서 문제가 되었던 출연자는 방송 경험이 별로 없었던 여대생이었고, <무한도전>의 출연자는 그야말로 카메라 앞에서 먹고 사는 사람들이라는 점입니다. 일반인들은 방송에 대해서 아무래도 공포심을 가지고 긴장하게 마련입니다. 따라서 제작진이 요구하는 것을 거의 강요로 받아들이기 쉽고, 대본에 나와 있다면 그대로 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연예인들은 다릅니다. 사실 <무한도전>도 대본이 있기는 하지만(아무런 대본도 없다면 작가가 있을 이유가 없지요) 단지 상황을 세팅하고 기본 틀을 잡아주는 것에 불과합니다. 그 안에서는 많아야 오프닝과 클로징 멘트, 또는 중요 포인트에서 진행을 위해서 꼭 필요한 멘트를 빼고는 어떤 대사를 해야 한다는 것도 없을 거라고 보지만, 또 대본에 있다고 해서 그대로 하지도 않습니다. 충분한 경력을 가지고 있는 연예인들에게는 예능 프로그램의 구성 대본은 그저 '참고 사항' 정도일 뿐입니다.

그런데 희한하게도, 문제가 생기자 <미수다>와 <무한도전>이 내놓은 해명은 오히려 정반대라고 해도 좋을 정도였습니다. 방송 경험이 별로 없었던 일반인 출연자 때문에 생긴 문제에 대해서 <미수다>가 내놓은 해명은 '대본은 참고사항이지 강요는 아니다'였습니다. 연예인이라면 통할 수 있는 변명입니다. 하지만 일반인 출연자가 과연 대본을 참고사항이라고 생각하고 대본을 무시하고 갈 수 있었을까요? 그리고 그 출연자의 주장대로라면 심지어는 녹화장에서 스케치북에 써서까지 루저 발언을 유도했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그 정도라면 연예인들조차도 지시된 얘기를 해아 한다는 부담감을 느끼게 되는데 과연 일반인은 어땠을까요? 반대로 <무한도전>은 모든 것은 제작진의 책임이라고 말하면서 출연자들을 적극 변호하고 나섰습니다. 해명글을 보면 출연자들에게 책임을 전가하려는 어떤 모습도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사실 <무한도전>이 내놓은 해명이야말로 <미수다>가 해야 했던 해명의 기조였습니다. 방송 경험이 없었던 일반인 출연자는 최대한 보호하고 상황을 그렇게 몰고 갔던 제작진이 책임을 그야말로 모두 뒤집어 쓰는 그런 해명이었어야 합니다.

아무튼 출연자에게 책임을 떠넘기려 했던 <미수다>는 제작진 전원 교체라는 최악의 상황을 맞이했습니다. 그런데 국회에서는 또 한 번 책임전가가 벌어집니다. '연예계 파파라치'로 떠오르고 있는 한나라당 진성호 의원은 이번 일을 '대본을 그렇게 쓴 작가'의 책임으로 몰고 가고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 역시 맞장구를 쳤습니다. 그런데 이번 일은 사실 연출진과 작가가 나눠 가져야 할 책임입니다. 왜냐면 프로그램이 제작되는 과정에서 연출진과 작가진은 회의를 통해서 의견을 조율하고, 대본이 만들어지면 역시 함께 내용을 검토하게 됩니다. 그리고 녹화 후에 편집은 연출진이 거의 전적으로 담당합니다. 자막도 연출진이 넣지요. 다시 말해서 대본에 넣고 녹화장에서 유도한 건 작가의 잘못이라고 하더라도 문제가 된 장면은 얼마든지 편집 과정에서 걸러질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연출진은 심지어는 자막까지 큼직하게 박아 넣으면서 루저 발언을 강조했습니다. 그런데도 논란이 불거지자 출연자에게 책임을 다 떠넘기더니 다음에는 작가 자질 논란으로 몰고 가는 분위기입니다. 물론 출연자에게도, 작가에게도 분명 책임은 있습니다. 하지만 책임이 있는 것과 책임을 전가시키는 건 분명 다른 얘기지요.

하지만 <무한도전> PD는 논란이 되었던 출연자의 태도를 적극 변호하는 한편으로 문제가 생겼다면 책임은 자신에게 있다는 태도를 보였습니다. 물론 속으로는 억울한 면도 있겠죠. 하지만 결국에는 방송에 나가기 위한 화면에 대하여 마지막 게이트 키핑을 하는 건 PD를 비롯한 연출진입니다. 이번 논란과는 좀 다른 얘기지만 사실 예능 프로그램을 녹화할 때에는 출연자들끼리 방송에 부적절한 말과 행동을 하는 경우들이 종종 있습니다. 분위기를 살리는 차원에서 그러는 경우가 많은데, 자기도 알면서 그러는 데에는 편집 과정에서 알아서 걸러줄 것이다...라는 연출진에 대한 신뢰가 있기 때문이지요. 그런데 가끔 실수인지 생각 차이인지 상황에 따라서 이유는 다르지만 안 나갈 거라고 생각했던 장면이 그대로 나가는 경우들이 있습니다. 그래서 문제가 될 때 출연자들을 변호하면서 책임을 자신에게 돌리는 연출자와, 출연자들에게 책임을 떠미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 연출자 중에서 누구를 더 믿고 누구와 일하고 싶은가를 생각해 보면 답은 간단할 겁니다.

물론 그렇게 연출자가 '다 내 책임이요'라고 해명한다고 해서 출연자가 완전히 죄를 면제 받는 건 아닙니다. 아무리 연출자가 변호를 한다고 해도 결국 판단은 대중들이 내리게 되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중요한 것은 한 프로그램을 책임지는 최고의 자리에 있는 프로듀서가 문제가 생겼을 때에 어떤 태도를 보이는가 하는 점입니다. 진정성이 보이지 않는 판에 박힌 사과 멘트 속에서 슬쩍 출연자에게 책임을 떠넘기면서 네티즌들의 비난을 그냥 뭉뚱그려서 마녀사냥이라고 해 버려서 네티즌들의 화만 돋웠던 <미수다>의 태도와, 모든 책임을 PD가 받아 안으면서 다른 이들을 변호하려고 애썼던 <무한도전>의 태도는 분명히 책임감에서 확연한 차이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Posted by MP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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