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를 둘러싼 논란이 점점 커져가고 있습니다. 여당에서는 재보궐선거를 의식해서인지 말로는 '원안 준수'를 주장하고 있습니다만 별로 믿는 사람은 없는 분위기입니다. 정부야 아예 정운찬 총리가 대놓고 행정부처 이전을 반대하고 있는 상황이고 청와대도 눈치는 살살 보고 있습니다만 거의 축소 분위기로 가고 있습니다. 어쩌면 이명박 대통령이 정운찬을 총리로 앉혔을 때 노렸던 것도 '세종시 축소 앞잡이'로 삼으려고 한 건 아닌가 싶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세종시 축소로 분위기를 볼아가던 여당에게 제동이 걸렸습니다. 박근혜 전 대표가 '원안 그대로 준수'를 주장하고 나섰기 때문입니다. 박근혜 대표는 "세종시 추진은 원안을 준수하되 필요하면 플러스 알파(+α)가 되어야 한다"면서 ""수없이 토의했고, 선거 때마다 수없이 많은 약속을 한 사안... 정치는 신뢰인데, 신뢰가 없으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이 문제는 당의 존립에 관한 문제"라고까지 말하면서 파장이 일고 있습니다. 당연히 한나라당은 생각하지도 못했던 암초를 만나서 당혹스러운 상황이고, 원안 준수를 주장했던 야당들은 박 대표의 주장을 반기는 분위기입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여러분, 박근혜를 믿으세요?
미디어법 통과를 들러싼 여야 사이 긴장관계가 고조되는 와중에 박근혜가 했던 '소신 발언'을 기억하실 겁니다. 작년 말 국회에서 미디어법 통과를 둘러싸고 극한 대치를 하고 있었던 상황에서 결국 미디어법 처리가 올 6월 국회로 미뤄지면서 여당은 좌절을 맛보던 상황이었습니다. 그 때 박 전 대표는 ""국민을 위한다면서 내놓은 법안들이 국민에게 실망과 고통을 안겨주는 점도 굉장히 안타깝다.... 열린우리당이 4대 악법 내걸고 다수당이라는 이유로 밀어붙이고 강행처리 하려고 했다. 당 대표로서 그런 점들이 가장 안타까운 일로 기억된다."라면서 여당을 비판했습니다. 당시 이 '소신 발언'은 언론에서도 대문짝만하게 보도되었고 야당은 일제히 환영하고 나섰지요.
하지만 올 6월 국회에서 박 전 대표의 태도는 싹 바뀌었습니다. 생색내기로 찔끔 고쳐 놓은 미디어법을 가지고 한나라당에서 직권상정으로 밀어붙이려고 할 때, 박 전 대표는 "국민들도 이 정도면 이해할 것"이라면서 날치기 통과에 가담했습니다. 당시에도 여전히 여론은 반대 여론이 60%가 넘어갔는데도 말입니다. 결국 박 전 대표는 여당에게 분위기가 좋지 않았을 때에는 등 뒤에 비수를 꽂았다가 상황이 여당이 밀어붙여서 될 것 같으니까 여당 편에 붙어버린, 심하게 대해서 이솝우화에 나오는 박쥐와 같은 행태를 벌인 꼴입니다. 사실 애초부터 그 '소신발언'이란 것도 여야가 첨예하게 대치하는 상황에서는 입 다물고 있다가 상황이 일단락 되고 여당이 만신창이가 된 상황에서 저 혼자 빠져나오려는 비겁한 술수에 불과했을 뿐입니다. 한마디로 '대세편승'이었던 겁니다.
세종시 문제를 둘러싸고 박근혜는 어떤 태도를 보일까요? 예전의 사례로 봤을 때 세종시 문제가 결국 여야간에 첨예한 전선이 되고 사생결단 상황에까지 이르면 결국 한나라당이 수적 우세를 앞세운 밀어붙이기를 감행할 때 박근혜는 적당한 핑계를 대고 여당 편에 붙어 먹을 확률이 무척 높아보입니다. 지금 박근혜가 세종시 백지화 문제에 대해서 '반대'를 분명히 하고 있습니다만, 아직 세종시 문제는 논란 수준입니다. 결국 세종시를 축소 또는 백지화하기 위한 법안이 국회에 상정되고 이 법안이 치고 받고 싸우는 난투극을 거쳐서 통과가 되느냐 마느냐 하는 상황이 되면 분명히 박근혜는 '대세편승'을 택할 것입니다. 그의 이른바 '소신 발언'이 나온 배경을 추측해 봐도, 최근 들어서 이명박 대통령 지지율이 좀 올라가면서 상대적으로 자신의 존재감이 많이 떨어진 상황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가장 첨예한 이슈인 세종시 문제를 거론하면 자신을 소신 있는 정치인으로 포장하여 대중들에게 자신의 존재를 다시 한번 각인시키고 인기를 높일 수도 있습니다. 또한 여당에도 자신의 위력을 과시할 수 있는 일종의 '시위성 발언'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올 6월 국회 미디어법 날치기 통과 때 박근혜는 7월 초에 여당이 강행처리를 위해 본회의를 소집하려고 하자 "참여하게 된다면 반대표를 행사하기 위해 참석할 것"이라고까지 말한 바 있습니다. 그 때문에 야당은 박근혜가 미디어법 통과에 소극적일 거라고 생각하고 안이하게 상황을 판단하다가 제대로 뒤통수를 맞은 바 있습니다. 그러니 여러분. 박근혜, 그녀를 믿지 마세요. 그의 말은 '소신'으로 가장한 '대세편승'일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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