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계형 F1 일본 그랑프리 관전기, 그 두 번째 얘기입니다. 첫 번째 얘기를 보시려면 여기를 누르세요.
이제 스즈카 서킷의 명물인 대관람차가 눈 앞에 어른어른하게 보일 만큼까지 왔습니다. 고지가 바로 저기다! 하지만 여전히 가야 할 길이 꽤 남았더군요. 날은 서늘한 듯하지만 은근히 후텁지근해서 점점 땀이 뻘뻘 흐릅니다. 그래도 빨리 가서 사람을 만나야 하는 관계로...
왼쪽에 서 있는 'FUJI'란 간판을 단 건물은 바로 파친코입니다. 정말 일본 구석구석에 파친코가 많다는 얘기는 들었지만 스즈카 서킷 주위에도 여러 곳 있습니다. 일부러 차를 몰고 와야 하는데 제법 규모가 큰 건물을 통째로 쓰는 파친코가 즐비한 걸 보면 정말 일본에 파친코가 많기는 많은가 봅니다.
서킷 바로 근처까지 오니까 길가에 이런 기념품 상점들도 눈에 뜨입니다. 자세히 보니까 짝퉁은 아닌 것 같더군요. 제대로 라이센스를 받은 사업자가 운영하는 곳 같습니다. 하긴 이 정도로 판을 벌이고 장사를 하려면 그래도 허가는 받고 해야겠지요. 하지만 안에 가면 이런 상점이 휜 더 많을 것 같은데... 그리고 어차피 여기 있는 사람들은 서킷 안에 들어갈 사람들일 텐데 굳이 여기서 살 필요까지야? 싶었는데 말이죠...
좀 더 지나다 보니까 게이트 하나가 눈에 뜨입니다. 1 코너 게이트입니다. 곧 1 코너 쪽에 마련되어 있는 관중석을 이용하는 사람들을 위한 출입구입니다. 이걸 보니까 아까 봤던 상점들이 눈에 뜨입니다. 서킷 안의 주행사장을 통하지 않고 바로 경기장 바깥으로 빠져나올 수 있는 통로가 있으니, 이쪽으로 나오는 사람들에게는 아까 그 상점에 꽤 쓸만한 곳일 듯합니다. 하긴, 5.8 킬로미터나 되는 서킷을 둘러서 관중석이 즐비할텐데, 그 사람들이 언제 걸어서 주 행사장 쪽으로 나오겠어... 싶은 생각이 듭니다.
이제 대관람차의 모습이 더욱 선명하게 보입니다. 실물로 보니까 정말 크더군요. 정말로 스즈카구나, 싶은 생각이 듭니다. 앞쪽은 놀이용 카트를 탈 수 있는 코스가 마련되어 있습니다. 스즈카 서킷은 모터스포츠 서킷과 놀이공원이 결합되어 있는 형태입니다. 누군가 세계에서 상업적으로 가장 서킷을 잘 활용하는 곳이 스즈카일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서킷과 배후시설을 아주 잘 활용해서 많은 수익을 거두는 곳으로 유명하다고 하네요.
땀 뻘뻘 흘리면서 이리저리 헤멘 끝에 드디어 메인 게이트에 도착했습니다. 오른쪽에 보면 매표소가 보이는데 F1 티켓을 파는 곳이 아니라 평소에 서킷 안 시설을 이용할 수 있는 입장권을 파는 곳입니다. 스즈카 서킷이라는 간판이 큼직하게 자리잡고 있고, 일본 그랑프리 개최를 알리는 현수막이 그 아래에 걸려 있습니다.
좀 기다리다가 약속한 분을 만나서 패스를 받았습니다. 코스 안으로 들어갈 수 있는 건 아니고 서킷 구내로 들어갈 수 있는 패스입니다. 경기장 밖 상업시설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게 지급되는 패스죠. 하여간에 게이트 안으로 들어가니까 놀이공원 분위기입니다. 앞에서도 말했듯이 놀이공원이 결합되어 있는 형태니까 어쩌면 당연한 걸 지도...
역시 분위기 팍팍 올라오는 모습들이 하나 둘 나타납니다. 먼저 요즘 잘 나가고 있는 브론GP 상점이 보입니다. 그러고 보니까 젠슨 버튼과 브론GP 옷을 입은 사람들이 꽤 많은데, 버튼이 인기가 좋은 건지 브론GP의 원조가 혼다 팀이었기 때문에 그런 건지는 글쎄요?
그 다음은 르노 팀 상점과 토요타 팀 상점도 보입니다. 이제 토요타만이 유일한 일본 팀이라 할 수 있기 때문에 일본 팬들에게 무척 인기가 좋을 듯한데, 상점 분위기는 뜻밖에 한산합니다. 그래도 토요타 옷 입은 사람들을 많이 볼 수 있습니다.
페라리 팀 스폰서인 푸마 상점입니다. 물론 페라리 로고가 박힌 옷이나 신발을 팔고 있습니다. 그러고 보면 정말 붉은 물결이 넘쳐납니다. 페라리야 워낙에 인기 좋은 팀이고, 토요타 역시 일본에서는 높은 지지를 받다 보니 둘 다 옷들이 붉은 계통...
메인 게이트에서 경기장 앞까지 가는 길도 꽤 멉니다. 이 사진들만 보면 서킷 같은 느낌은 없고 영락없는 놀이공원입니다. 근데 대관람차는 가만 지켜보고 있으면 조금씩이나마 돌아갑니다. 사람은 없는데...
해가 빨리 떨어지네요. 6시인데 벌써 어둑어둑합니다. 날도 흐린 데다가 생각해 보면 우리나라가 토쿄 표준시에 맞추다 보니까 30분 빠른 것도 있지요. 이제 경기장 근처까지 오니까 상점들도 좀 더 붐비는 모습입니다. 저 너머로 경기장 그랜드 스탠드의 모습도 살짝 보입니다.
다시 한 번 스즈카 서킷 게이트가 나옵니다. 여기서 다시 한 번 패스를 확인하고 들어가게 되는데, 눈앞에 그랜드 스탠드의 모습이 가득하게 들어오기 시작합니다. 와, 정말로 이제 스즈카 서킷에 온 거구나! 하는 생각에 마음 한 구석이 찌릿해집니다. F1 본 지 11년 만에 이제서야 F1 경기장을 직접 방문하다니, 우우...
경기장 구내에는 여러 프로모션 행사장이 마련되어 있는데, 거의 한복판에 말보로 행사장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오늘 경기 일정은 끝나서 사람들은 돌아가는 분위기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행사장 구내를 돌아다니고 있습니다. 그리고 프로모션 행사도 아직은 다 끝나지 않은 상황인지라 여기저기서 시끌시끌한 소리들이 들려 옵니다.
F1의 전설, 아일톤 세나의 사진들이 눈에 들어옵니다. 아마 세나와 뭔가 관련이 있는 곳일 거에요. 그렇겠죠? 세나의 기념품 판매점일까요?
역시, 안에 들어 가니 아일톤 세나가 몰았던 맥클라렌 머신이 손님들을 맞이합니다. 그 한켠에는 세나가 입었던 레이싱 수트도 보입니다. 벽마다 그득한 세나의 사진이야 말할 것도 없죠.
세나가 1993년에 친필 사인한 타이어도 전시되어 있습니다. 혹시 모르는 분들은 빨간색 차량의 모습과 말보로 로고 때문에 페라리 머신이라고 착각하실 지도... 하지만 이 때에는 말보로는 맥클라렌의 타이틀 스폰서(팀 이름에 정식으로 들어가는 스폰서)였습니다. 뒤에 페라리로 넘어갔지만... 그러고 보면 이 머신에 브랜드가 큼직하게 찍혀 있는 쉘 역시도 맥클라렌에서 페라리로 넘어갔죠.
세나가 썼던 헬멧의 실제 크기 모형도 팝니다. 시즌에 따라서 조금씩 디자인이 다른 점도 볼 수 있는데 가격은 무려 399,000엔! 그래 그래... 그래서 30만 엔 대라고 광고할 셈인가! 이런 걸 살 사람이면 30만 엔 대나 40만 엔 대나 별 신경 안 쓸 것 같기는 한데요...
수많은 사진들로 둘러싸여 있는 이곳에서는 세나와 관련된 여러 가지 기념품들을 팔고 있습니다. 실제 사는 사람들이 얼마나 되는 지는 몰라도 어쨌거나 사람은 무척 붐비는 곳입니다.
역시 일본 그랑프리답게 토요타에서는 큼직한 행사장을 마련해 놓고 토요타 F1 차량까지 턱 갖다 놨습니다. TV에서 볼 때는 그런 생각 안 했는데 실물로 보니까 참 예쁘다는 생각이 듭니다.
차량만이 아니라 스티어링 휠과 헬멧도 전시해 놨습니다. 티모 글록의 헬멧이네요. 그런데 글록은 오늘 몸이 안 좋아서 안 뛰었다는 거~ 대신 리저브 드라이버인 일본인 고바야시 카무이가 금요일 연습주행에 참여했지요.
옆에는 토요타 팀의 각종 상품을 팔 수 있는 상점도 마련되어 있습니다. 당연한 얘기. 아까 게이트 근처 상점의 썰렁한 분위기와는 달리 이곳은 무척 붐비는 모습입니다. 그렇고 말고. 일본 그랑프린데.
토요타 팀의 메인 스폰서인 파나소닉도 부스를 차려 놨는데 부스 안에서 계속 방송 형식으로 떠들고 있습니다. 사실은 실제 라디오 방송으로 경기장 주변에서 위 사진에서 보시는 것과 같은 FM 주파수를 맞추면 이 방송을 들을 수 있게 되어 있습니다.
바로 이 곳! 우리 일행(달랑 두 명)이 초대를 받은 곳은 바로 이 캥거루TV입니다. 이번 관전이 생계형 관전이 된 이유이기도 합니다. 캥거루TV와 이곳에 오게 된 사연에 대한 자세한 얘기는 나중에 하도록 하죠.
F1 타이어 공급사인 브리지스톤도 일본 기업입니다. 당연히 큼직한 부스를 차려 놓고 관객들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오른편에는 페라리 머신이 전시되어 있는데 막상 스크린에는 맥클라렌 머신이 더 많이 나오더군요.
이 타이어는 브리지스톤 타이어가 거둔 150번째 우승입니다. 지난 번 스페인 발렌시아에서 열린 유럽 그랑프리로 브론GP의 루벤스 바리켈로가 노익장을 과시하면서 우승을 차지했죠.
레드 불과 맥클라렌도 상점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레드 불은 무척 손님이 붐비는 데 비해 맥클라렌 쪽은 썰렁합니다. 가만 보면 왠지 맥클라렌 상점은 별로 꾸민 것도 없이 흰 바탕에 덜렁 로고만 쓰여 있어서 상점 이미지 자체가 좀 썰렁해 보이기도 합니다.
토요타 팀에 보내는 팬들의 응원 메시지들.
토요타 머신을 좀 더 자세하게 살펴 봤습니다. 뒷쪽 날개 폭만 봐도 올해 머신 티가 팍팍 납니다. 바지보드도 없고, 널찍한 앞쪽 날개를 봐도 그렇습니다.
이제는 거의 밤입니다. 대관람차에 조명이 환하게 밝혀졌습니다. 정말 예쁘네요.
완전 밤입니다. 이제는 행사도 거의 끝났고, 사람들도 대부분 내일을 기약하며 집으로 돌아가서 조금 을씨년스러운 모습입니다. 우리도 가야죠. 캥거루TV 일행들과 숙소를 향해서 떠났습니다. 결국 경기장 안은 보지도 못하고 언저리만 실컷 보다가 떠난 셈이지요. 숙소는 스즈카 서킷에서 거의 1시간 정도 가야 하는 유노야마 온천에다 잡아 놨더군요. 멀기도 해라... 하지만 서킷에서 가까운 숙소는 워낙에 비싸고 수도 적어서 이렇게 먼 데에 잡는 경우들도 많다고 하네요.
숙소로 가는 도중에 저녁 겸 간단히 술 한 잔 할 겸 야끼도리집에 들렀습니다. 유명하다거나 뭐 그런 건 아니고 그냥 동네 식당 같은 작은 곳입니다만, 아담하고 깔끔하더군요. 처음에 나온 게 닭육회였습니다. 소고기 육회는 먹어 봤어도 닭육회라니? 어디선가 말은 들어 봤지만 실제로 보니까 좀 뜨악하긴 했는데... 먹어 보니 뜻밖에 맛있더군요. 한 입 베어문 느낌은 뭐랄까, 반경성치즈 정도 질감인데 냄새도 없고 담백하면서 꽤 맛이 괜찮았습니다. 기름이 적은 부위의 참치회 같기도 하고...
다양한 닭요리가 나오는데 역시 일본. 한 접시에 양은 참 적게 나옵니다. 사람은 다섯인데... 그래서 꽤 많이 시키더군요. 아마도 메뉴를 일일이 지정한 게 아니라 알아서 달라고 한 것 같습니다. 일본에서는 그렇게 주문하는 경우가 많다고 하더군요. 그럼 사람 수나 먹는 속도를 봐 가면서 알아서 이것저것 챙겨준다고 합니다.
한 가지 독특한 것. 화장실을 보니까 변기의 앞쪽이 문과 반대로 되어 있습니다. 우리나라 같으면 문 쪽을 보면서 앉아서 일을 보는데 일본은 반대로 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혹시나 문을 안 잠가서 누가 들어오기라도 한다면 엉덩이를 보게 된다는... 앞을 보는 것보다는 낫나?
또 한 가지 재미있는 건 손 씻는 곳이 변기통 씻어내리는 물통 바로 위에 있습니다. 그러니까 손을 씻으면 그 물이 변기 씻어내는 물통으로 들어가니까 물을 재활용하는 셈이 되는 거죠. 물도 절약하고 좁은 화장실 공간도 잘 활용하고, 알뜰한 아이디어입니다.
우리가 저녁 겸 맥주를 돌리던 방 안에는 오래 된 TV가 한 대 있었는데 자세히 보니...
삼성 마크가 찍혀 있습니다. 그것도 옛날 마크죠. 그렇다면 80년대 제품이라는 얘기인데... 이 조그만 음식점에서 낡은 삼성 TV라, 묘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일본어라도 잘 알았으면 주인 할머니에게 한 번 물어봤을 텐데 일행도 있고 귀찮기도 하고 해서 패스.
숙소에 들어가기 전에 편의점에 들렀습니다. 우와, 맥주 많다...
더 놀라운 것은 다 일본 맥주라는 거. 우리나라 편의점에도 맥주 종류는 꽤 다양한 것 같지만 알고 보면 외국 맥주가 많고 국산은 좀 비슷비슷한 느낌인데, 일본은 정말 맥주 종류가 많더군요. 발포주는 가격도 싸서 더 부담 없습니다. 당연히 알콜중독자답게 몇 캔 사들고...
드디어 숙소 도착. 유노야마롯지라는 곳인데 '국민숙사'란 말은 또 뭐람.
오호... 우리가 묵을 방 문앞에 우리 이름이 떡 하니 적혀 있습니다. 요거 재밌네요... 이런 게 일본 특유의 세심한 배려랄까요? 물론 장삿속이지만...
그런데 방 안에 들어온 순간 살짝 황당... 화장실도 없고 세수나 샤워할 데도 물론 없습니다. 이게 뭐야. 알고 보니까 복도 저쪽 끝에 있는 공동 화장실 겸 씻는 곳을 써야 합니다. 음, 정말 싼 숙소를 잡으셨군, 이라는 생각이 들면서... 그래도 1층에 간이온천이 있어서 피로는 살짝이나마 풀 수 있더군요.
스즈카의 첫날밤은 이렇게 맥주와 함께... 하여간 정말 맥주 종류 다양합니다. 이 죽일 놈의 알콜중독.
물도 별도로 안 주는 곳이지만 포트에 물을 채워 놓고 늘 전원을 연결해 놓아서 뜨거운 찻물을 쓸 수 있게 되어 있습니다. 워낙에 차 좋아하는 일본답게 언제든 원하면 녹차를 마실 수 있게 다기와 티백도 마련되어 있습니다. 술이 얼큰하게 취하고 나니 차 한 잔 마시고 자야겠다는 생각이 괜히 들었습니다. 아, 녹차 정말 맛나더군요. 우리나라에서는 이런 느낌이 영 안 나던데(싸구려만 먹어서 그러나?) 퍼져 나오는 향의 느낌이 신선한듯 은은하면서도 탄닌의 떫은 자극도 살짝 얹혀서 좋더군요. 그다지 비싸 보이지 않는 티백인데도 이런 맛을 내는 걸 보니 역시 일본이 녹차의 나라이긴 한가 봅니다. 스즈카의 첫날 밤은 이렇게 깊어 가고 있습니다. 내일부터 어떤 중노동(?)이 기다리고 있는지는 까맣게 모른 채...
세 번째 이야기로 이어집니다. 보시려면 이곳을 누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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