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비하 욕설 논란을 일으킨 2PM 재범이 결국 그룹을 탈퇴하고 미국으로 떠났습니다. 문제가 불거지자 사과했지만 비난 여론이 쉽게 잠재워지지 않자 활동 중단에 이어서 탈퇴까지 이어지면서 비슷한 일이 일어나면 늘상 그랬듯이, 이번 일을 두고 '마녀사냥' 논란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상식 선에서 생각해 봅시다. 이번 재범과 같은 일이 일어났을 때, 2PM 팬이 아니고서야 "어이구, 얼마나 낯선 한국 땅에서 연습생 생활이 힘들었으면 그런 소리를 다 했을까" 이런 여론이 일어난다는 게 상식적으로 말이 될까요? 비난 여론이 비등해지니까 성인군자 수준의 좋은 말씀을 하는 분들이 있습니다만, 과연 그 분들도 처음 그런 재범의 욕을 봤을 때 그렇게 바다와 같은 넓은 마음으로 이해해 주셨는지 참 궁금합니다. 어떤 사회든지 이런 일에 대해서 대체적인 여론은 비난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건 여론의 속성이라고 봐야 합니다. 애초부터 나라 욕을 하든 뭘 하든 너그러운 문화가 뿌리박혀 있는 나라라면 모르지만 도대체 어느 나라의 여론이 그렇게도 일 터졌을 때 당사자 마음 다 이해해 가면서 역지사지의 성인군자같은 분위기로 돌아가는지 잘 모르겠습니다.어떤 기사를 보니까 일본 네티즌들이 이번 일을 가지고 한국 네티즌들 무섭네 뭐네 하던데, 그런 일본도 모닝구무스메의 카고 아이가 담배 피웠다가 걸려서 팀에서 쫓겨나고 자살 시도까지 했죠? 어떤 면에서는 일본 연예계가 우리나라보다 더 심한 경우들도 있습니다.

그리고 이번 일을 두고 벌어진 비난여론을 마녀사냥이라고 딱지 붙이는 것도 적절하지 않습니다. '마녀사냥'이란 건 어떤 일이 벌어졌을 때, 이슈를 다른 곳에 돌리고 책임을 떠넘기기 위해서 전혀 관계 없는 사람에게 죄를 뒤집어 씌워서 단죄하는 것을 뜻합니다. 중세에 역병이 돌거나 하면 어맨 여성에게 되지도 않는 혐의를 덮어 씌워서 재판하고 화형시키는 게 마녀사냥입니다. 그런데 재범이 하지도 않은 일을 가지고 사람들이 죄를 뒤집어 씌운 걸까요? 재범을 옹호하는 사람들은 '당사자 처지'에서 그의 행위를 정당화하려고 합니다. 나이도 어렸고, 연습생 생활도 너무 힘들었고, 공개 석상에서 한 얘기도 아니고... 하지만 그런 식이라면 정말 마녀사냥 아닌 게 없습니다.

예를 들어 봅시다. 고위 공직자들이 거의 에누리 없이 걸리는 위장전입 문제는 어떨까요? 당사자 입장에서 본다면 자기 자식 좋은 데서 공부 시키기 싫은 부모가 어딨습니까? 부모 된 처지에서 어떻게든 좋은 학교에 자식 보내고 싶은 건 당연한 겁니다. 그리고 그게 큰 죄인 줄도 몰랐을 거고, 옛날 일이고... 그런데 이런 부모의 심정으로 저지른 '실수'를 가지고 비난의 화살을 쏟아붓고 자리에서 물러나라고 한다면 이것 역시 마녀사냥입니다. 편법 상속과 탈세를 한 삼성은 또 어떨까요? 뼈빠지게 노력해서 일군 회사와 자산을 자기 피붙이에게 주고 싶은 게 당연한 부모의 심정 아닐까요? 그리고 자기 힘으로 모은 재산 대부분을 상속세로 나라에 내 놔야 한다는 것도 당사자 입장에서 본다면 억울한 노릇입니다. 그러니, 어떻게 해서든지 한 푼이라도 더 자식에게 물려 주고 싶은 부모의 입장에서 편법이라도 동원하고 싶지 않았겠습니까. 삼성만 그런 것도 아니고 재벌들이 대부분 그런 식인데, 이런 걸 가지고 삼성을 비난하고 이건희 회장이 퇴진했으니 이것도 마녀사냥입니다. 실제로 돈 좀 있는 사람들은 삼성 문제 가지고 여론을 욕합니다. "니들은 돈 많이 있으면 안 그럴 것 같지? 니들이 더 할 걸!" 하고 분개합니다.

물론 재범이 한 행동에 비해서 지금의 결과가 너무 과한 것이 아니냐는 논란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당사자 입장'을 강변하면서 당사자를 이해 못한다고 비난 여론을 '마녀사냥'으로 몰아세운다면 이 세상에 정치인이든 재벌이든 비난할 수 있는 사람 별로 없습니다. 당사자 입장에서 이해해 보면 이해 안 될 게 뭐 있겠습니까? 어차피 여론이란 전지전능한 존재가 컨트롤하는 게 아닙니다. 사람들의 생각이 모이고 모여서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특히나 이런 일이 생겼을 때, 비난 여론은 어차피 어느 정도 오버페이스하는 게 속성입니다.

이쯤 되면 '왜 만만한 연예인만 가지고 그러느냐, 정치인이나 높은 사람들은 다 떵떵거리면서 사는데 왜 재범만 퇴출돼야 하나'고 항변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따져 보면 과연 나쁜 짓 한 정치인이나 이른바 '사회 지도층'에게 비난 여론이 퍼부어지지 않았던가요? 그들이 문제를 일으켰을 경우 비난의 강도는 연예인보다 심하면 심하지 결코 덜하지 않습니다. 심지어는 오프라인에서 시위와 퍼포먼스를 비롯한 활동까지 벌어집니다. 문제는 비난 여론에 대한 연예인과 정치인의 차이지요. 연예인들은 대체로 여론에 민감합니다. 문제가 벌어지고 비난 여론이 비등하면 자숙 차원에서 활동을 접거나 심지어는 이번과 같은 결과를 낳기도 합니다. 하지만 정치인들은 비난 여론이 들끓어도 알게 뭐냐는 식으로 콧방귀를 끼는 경우가 많습니다. 성추행을 저지른 최연희 의원에 대해서 그렇게 비난 여론이 들끓어도 지역주의를 업고 다시 국회의원이 되고 나서는 여론을 무시하고 정치 활동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지금 최연희에 대해서 용서하자고 생각하는 사람 별로 없습니다. 아무래도 연예인은 대중들에게 보이는 이미지와 평판이 결정적이지만 정치인이야 학연, 지역, 지역감정, 보스에게 줄서기와 같은 요소들이 차지하는 비중이 큽니다. 여론이 아무리 비난을 퍼부어대도 '실컷 짖어봐라'는 식으로 귀 막는 게 정치인들, 고위 공직자들, 재벌들입니다. 다시 말해서, 연예인만 욕하고 정치인은 욕 안 하는 게 아니라 똑같이 욕을 먹었을 때 대응하는 쪽이 다른 게 문제인 겁니다.

물론 이번 일이 과연 2PM 탈퇴와 미국행으로까지 이어진 것은 과하지 않은가 하는 게 제 생각입니다. 하지만 그건 결국은 재범의 선택입니다. 어떻게든 살아남아 보려고 구차한 모습 보이지 않고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거기에 대한 책임을 지는 모습은 우리나라 정치인들이 본받았으면 싶을 정도였지요. 하지만 이번 일을 두고 마치 여론이 다른 연예인 또는 정치인이나 재벌들에 비해서 재범에게만 가혹했던 것처럼, 그리고 재범을 피해자인 것처럼 네티즌들을 몰아세우는 건 아무리 생각해도 적절치 않은 주장입니다. 네티즌들의 비난이 과했다고 해도 분명 이번 사건의 가해자는 재범입니다. 잘못에 대한 댓가가 과했다고 해서 한국에 대한 원색적인 욕으로 많은 사람들을 실망시켜버렸던 가해자가 피해자로 뒤바뀔 수는 없는 겁니다.
Posted by MP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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