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흔히 하는 말이 있습니다. "돈이 없으면 몸으로 때우지 뭐!" 예를 들어서 남의 돈 떼먹은 사람들이 그런 얘기를 종종합니다. 까짓거, 돈 없으니까 감옥 가서 몸으로 때우고 나오면 되잖아? 이런 배짱인 거죠. 그런데 사실 몸으로 때워도 민사는 그대로 남아서 가압류와 같은 강제집행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이렇게 '몸으로 때우는' 사람들은 보통 재산을 다른 사람들 앞으로 도피시켜 놓거나 하죠. 어쨌거나 돈이 없으면 몸으로 때운다는 배짱으로 사는 사람들이 알고 보면 꽤 많습니다.
그런데 요즘 돈이 없으면 몸으로 때우는 분이 있으니 바로 이명박 대통령입니다. '중도실용'과 '친서민'을 간판에 내걸고 있긴 한데, 문제는 4대강 삽질 정책에 엄청난 예산을 쏟아부어야 하고, 게다가 경기부양을 위해서 대규모로 재정적자를 내고 있는 상황이라서 이 두 가지만으로도 나라 곳간이 거덜날 판입니다. 그러니, 서민들에게 잘 보여야 하긴 하는데 돈은 없고, 하다 보니 요즘 주로 쓰는 방법이 '몸으로 때우는' 방법입니다.
요즘 들어서 이명박 대통령은 프리 허그에 열심입니다. '민생행보'라는 이름으로 이곳 저곳을 돌아다니면서 역시 주로 아줌마들을 덥석덥석 잘도 껴안습니다(근데 남편한테 허락 받고 껴안는 건가?). 그런데 이런 기사들과 계속해서 나란히 나오고 있는 기사들이 '복지 예산 삭감'입니다. 각 부처의 서민 복지 관련 예산이 뭉텅이로 잘려나가고 있다는 뉴스가 줄을 잇고, 심지어는 신종플루가 창궐할 위험이 높은데도 전염병 예방 관련 예산까지 반이나 줄었다는 뉴스까지 나왔습니다. 한마디로, 서민들의 복지에 쓸 돈은 없으니까 이명박 대통령이 몸으로 때우고 있는 겁니다.
사실 몸으로 때우는 것도 한계가 있긴 합니다. 결국 삭감되는 복지 예산이 위력(?)을 발휘할 내년에는 서민들의 살림살이가 점점 더 팍팍해질 게 뻔하기 때문입니다. 경제위기에서 탈출한다고 해도 서민들에게 가장 중요한 고용상황은 '고용없는 성장' 추세 속에서 당분간 별로 나아질 전망이 아닙니다. 그럼 이를 뒷받침해 줘야 하는 사회안전망이라도 제대로 구실을 해야 하는데 복지 예산이 뭉텅이로 삭감되는 상황에서는 이조차도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사실 경제위기 때야, 어차피 어려우니까 하고 받아들일 수 있을 지 몰라도 이 상황에서 벗어나게 되면 서민경제의 몰락은 눈에 훨씬 더 잘 보입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지지율이 그렇게 바닥을 쳤던 이유도, 거시경제지표와 실제 서민들의 삶 사이에 놓인 괴리가 너무 컸기 때문이지요. 이명박 정부의 정책을 보면 이보다 괴리가 훨씬 심하면 심했지 덜하진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명박 대통령의 입장에서는, 지금의 '친서민' 행보는 일종의 시간 끌기로 볼 수 있습니다. 4대강 삽질을 필두로 하는 대규모 토목사업을 통해서 청계천 복원과 같은 업적을 남기는 꿈에 사로잡혀 있는 이명박 대통령으로서는 몸으로 때우는 모습을 통해서 일단 환심을 사면서 본격적인 삽질에 들어갈 때까지 시간만 끌면 되니까요. 일단 파들어가기 시작하면 어떻게 막겠습니까? 세계적인 갯벌을 망가뜨려 놓고서도 이미 공사를 상당부분 진척시켰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완공해야 했던 새만금 꼴 나는 겁니다. 이명박 대통령은 "임기 중 운하는 안 한다"고 했지만 일단 파 놓으면 어쩌겠습니까? "이미 팠는데 어떻게 해? 그냥 운하 만들어야지"로 얼마든지 갈 수 있습니다. 또 한 가지 시간끌기를 해야 할 이유는 방송장악입니다. 이미 KBS와 MBC의 이사진들을 뉴라이트 계열들로 다수 채워가고 있는 상황에서 이 두 방송사들을 확실하게 자신들의 손아귀 안에 놓기 위해서도 시간이 필요합니다. 한반도 대운하 파고, 손아귀 안에 놓인 방송사들은 열심히 찬양 나팔을 불어대고, 이렇게 되면 성공하는 겁니다.
이명박 대통령의 몸으로 때우기 전술은 일단은 효과를 발휘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부자감세와 4대강 삽질로 대표되는 그의 주요한 정책과 친서민 정책은 결국 한정된 나라 살림 속에서 양립할 수 없다는 건데, 이 두 가지 정책이 파열음을 내는 시점은 아마도 내년으로 넘어가게 될 것입니다. 하여간에 서민들의 사회안전망을 지탱해 줄 복지예산은 썰물 빠져나가듯이 빠져나가고 있는데 프리 허그 한 번 해 주면 황홀해 하는 우리나라의 서민들. 하긴 박정희 때부 터 그랬긴 한데... 그 고색창연한 수법이 30년이 지난 지금도 잘 먹혀들어가고 있는 걸 보면 우리나라 서민들은 밀가루 칠한 발에 속아서 늑대에게 문 열어준 아기양들처럼 참 순진하기도 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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