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에이미트가 <PD수첩>과 영화배우 김민선 씨를 고소한 사건이 계속 시끄러워지고 있습니다. 16년 동안 차분한 얘기만 해 오신 입방정 전여옥 의원께서 김민선 씨에게 삿대질을 하고, 여기에 정진영 씨가 반박을 하는 상황까지 가면서 논란이 더욱 달아오르는 모습입니다. 작년에는 쇠고기 잘 팔린다고 함박웃음을 짓다가 올해 들어서 판매량이 뚝 떨어지니까 1년도 더 된 김민선 씨를 걸고 넘어지는 모습을 보니 정진영 씨 말대로 재판 승소보다는 '입막기'를 위한 고소라는 생각이 듭니다만, 한편으로는 이번 일이 김민선 씨에게는 기회가 될 수도 있겠습니다.
사람은 뭔가 일을 겪을 때 비로소 자각하게 되는 법입니다. 노동운동이 뭔지, 노조가 뭔지도 모르고 오히려 어디서 파업이 났다고 그러면 남의 일처럼 손가락질하던 사람들이, 막상 정리해고나 부당 노동행위와 같은 일들이 자신의 턱밑까지 들이닥쳐서 자신을 위협할 때 비로소 노동자로서 자신의 정체성을 자각하고 힘겨운 싸움에 나서는 것과 같은 맥락이랄까요? 백문이 불여일견이라는 말처럼 100 권의 책을 읽는 것보다 한 번 몸으로 체험하는 게 훨씬 많은 가르침을 주는 법입니다.
영화배우 김민선 씨의 정치 성향이 뭔지 저는 모릅니다. 김민선 씨가 대놓고 어느 정당을 지지했던 것도 아니고, 정치에 관련된 발언을 했던 것도 아닙니다. 광우병 논란이 한참일 때 많은 사람들이 저마다 거기에 대한 의견을 밝혔고 김민선 씨 역시도 마찬가지로 그저 의견을 밝혔을 뿐입니다. 그것도 자신이 지어낸 얘기도 아닌, 이미 당시 언론을 통해서 얘기됐던 내용을 바탕으로 한 것일 뿐입니다. 그런데 1년도 지나서 갑작스럽게 황당한 소송에 휘말리게 된 김민선 씨가 과연 어떤 생각을 하게 될까요? 게다가 전여옥 의원과 배우 정진영 씨까지 논란에 가세하고 있는 상황을 과연 김민선 씨는 어떤 눈으로 보고 있을까요? 사람은 그런 일들을 겪으면서 세상의 부조리를 깨닫게 되고, 내가 지금까지 얼마나 무지했던가를 깨닫게 마련입니다. 그리고 내가 지금 뭘 해야 하는지도 조금씩 느끼게 되는 법입니다. 저도 그렇고,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성장해 왔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에이미트는 김민선 씨에게 한편으로는 큰 선물을 준 셈입니다. 미니홈피에 올린 글까지도 꼬투리를 잡아서 입을 틀어막겠다는 이 사회의 저질스러운 행태가 김민선이라는 한 여배우를 사회적으로 자각시키게 만들고 있으니 말입니다. 문제가 되고 있는 김민선 씨의 글을 보면 잘 가다듬어진 사회의식이라든가 하는 맥락보다는 개인적인 소감이랄까요? 분노랄까요? 그런 감상적인 느낌이 강했습니다. 하지만 작년 광우병 논란 때 어렴풋이나마 느꼈던 그런 분노가 오히려 이번 일을 통해서 제대로 모양새를 갖춘 사회의식으로 각성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물론 김민선 씨가 이번 일을 겪었다고 해서 어떤 정당에 가입하거나, 당장 올해 보궐선거 혹은 내년 지자체 선거에서 활동에 나설 것이라고 생각할 마음은 조금도 없습니다. 에이미트와 이 정권이 노리는 것처럼 이번 소송으로 오히려 김민선 씨는 앞으로 사회 문제에 대해서는 입을 꾹 닫아버릴 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적어도 이번 일을 통해서 김민선 씨의 사회 의식은 많이 올라가고, 세상에 대해서 좀 더 눈을 뜰 수 있을 것입니다. 아무 생각 없이 휩쓸리듯이 살아가는 것보다는 자신의 의식을 가지고 자신의 뜻에 따라서 세상을 보고 자신을 바로 세우면서 살아가는 게, 조금은 피곤할 지 모르지만 인간으로서도 더 가치있는 삶이 될 것이고, 더 나아가 사회 속 다양한 사람들의 삶을 대신 살아가야 하는 배우라는 직업에도 세상에 대한 깨어 있는 의식은 더 많은 도움이 될 것입니다.
더불어 이런 사태를 바라보는 동료들(정진영 씨도 그렇고 김장훈 씨도 이번 일을 어이 없다고 얘기하고 있지요), 그리고 광우병 문제를 한참 잊고 있던 사람들에게도 다시 한 번 그 때 그 일을 상기시켜 주는 효과까지 덤으로 준 셈이니 이래저래 에이미트는 살신성인을 한 셈입니다. 이 정권이 모르는 점이 바로 그것입니다. 억누르고 탄압하면 당장은 조용해질 지 몰라도 그게 사람들을 오히려 사회적으로 각성시키고 깨닫게 만드는 효과를 낳는다는 것을 말입니다. 어쨌거나 듣자 하니 미국 쇠고기가 안 팔려서 에이미트가 쫄딱 망하게 생긴 것 같은데 무의미한 연명소송은 그만 하시고, 더 이상 추잡한 꼴 그만 보이시고 그냥 품위있게 존엄사 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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