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MBC에서 납량특집 미니시리즈로 <혼>을 방송하고 있습니다. 제대로 보진 않았지만 첫 회부터 바로 피칠한 여성이 등장하고, 원혼, 빙의, 악마, 이런 키워드들이 나오는 걸 보면 내용이야 어떻게 전개되든 납량특집, 혹은 공포 드라마들이 주로 사용하는 방식들을 충실하게 가져오고 있습니다. KBS도 <전설의 고향>을 여름 납량특집 5부작으로 내보낸다고 하고, 영화관에서도 <마이 블러디 발렌타인>이나 <불신지옥>과 같은 호러영화들이 개봉했거나 개봉 예정이니 요즘 들어서 푹푹 찌는 날씨에 정말로 납량특집의 때가 온 것 같습니다.
하지만 납량특집 드라마나 영화보다 더 강하고, 더 오싹한 납량특집이 있으니... 바로 이명박 정권입니다. 이건 뭐 계절도 안 따지고 365일 납량특집입니다. 어째서 이 정권이 납량특집 혹은 호러 정권인가, 지금부터 납량특집의 키워드를 쫓아가 보면 확실히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살인, 그리고 원혼
요즘 납량특집 치고 살인이 안 나오는 경우는 거의 없지요. 특히 억울한 죽음이나 누명을 쓰고 죽는 경우에는 원혼으로 나타나게 마련입니다. 올해 전직 대통령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수구 세력들은 '자살'로 폄하하고 있지만 검잘의 확실치도 않은 수사내용 마구잡이 흘리기를 통한 망신 주기 수사가 결정적인 원인이 된 거, 뻔한 얘깁니다. 그래서 '포괄적 살인'이라는 분노가 터져 나왔습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에 큰 충격을 받은 김대중 전 대통령도 얼마 안 있어 건강이 급속도로 나빠지고, 지금은 생사를 넘나드는 위험한 상황입니다. 측근들은 '훌훌 털고 일어날 것'이라고 했지만 들려오는 '조금씩 나빠지고 있다'는 의료진의 발표도 그렇고 뉴스들은 희망과는 좀 반대방향으로 흘러가는 듯합니다. 잘 하면 몇 달 만에 전직 대통령 둘을 저승으로 보낸 대단한 정권으로 기록될 판입니다. 저승사자 정권이라고 해야 하는 건가 이거... 그리고 여전히 용산에서는 다섯 명의 억울한 죽음이 안식을 찾지 못하고 떠돌고 있습니다. 날이 갈수록 원혼만 만들어 가고 있는 이 정권, 이쯤 되면 확실한 납량특집 코드입니다.
빙의
납량특집에서 또 빼놓을 수 없는 키워드가 빙의입니다. 이 정권은 확실히 박정희가 빙의된 듯한 모습입니다. 정보화 시대라는 21세기에 정보통신 산업은 무시하면서 철지난 대규모 토목공사로 엄청난 돈을 쏟아 부을 판인 데다가, 국민들의 소리에 귀를 딱 걸어잠근 일방통행 밀어붙이기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안가에서는 여대생 끼고 시바스 리갈 먹으면서 밖에서는 모내기 후에 막걸리 마시는 서민 이미지 쇼에 집착했던 박정희처럼, 이명박도 길거리에서 오뎅 먹으면 서민 이미지가 되는 줄 착각하는 건지, '민생 탐방' 쇼에 집착하고 있습니다. 물론 둘 다 빈부 격차의 확대, 재벌 위주의 경제 정책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반대의 목소리는 폭력으로 억압하면 그만이라는 30년 전 마인드를 재탕하고 있는 박정희 빙의 정권, 오싹하지 않습니까?
비명
납량특집하면 비명, 이거 빠지면 섭섭합니다. 갑작스럽게 날카롭게 울려퍼지는 비명은 사람들을 섬칫섬칫하게 만드는, 체온 하락에는 특효약입니다. 그런데 굳이 말할 것도 없이, 이 정권 들어서 사방팔방에서 비명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집회 시위의 자유는 온갖 허울좋은 법타령 속에 억압되고, 경찰의 무차별적인 폭력은 어떤 제재도 받지 않고 끈 풀린 로데오 경기용 야생마 날뛰듯이 폭주하고 있습니다. 인권위원회의 목소리도 무시당하고, 오히려 인권위 죽이기로 국제 등급 강등이라는 국제망신까지 당할 판입니다만, 눈 하나 깜짝 안 합니다. 앞으로 또 얼마나 많은 비명소리가 이곳저곳에서 들릴지, 정말 매일 매일이 오싹오싹 섬칫섬칫합니다. 납량특집으로는 최고입니다.
증오, 그리고 저주
마지막으로, 납량특집의 필수 요소 중에 하나가 증오입니다. 원혼이나 공포 캐릭터들은 주로 증오와 복수를 끔찍한 일을 저지르는 원동력으로 삼습니다. 증오와 증오가 맞부딪치면 늘 피를 부르게 마련입니다. 또한 저주받은 캐릭터들도 종종 등장합니다. 이명박 정권이 등장하면서 이미 증오 코드는 널리 널리 퍼졌습니다. 이전 정권을 '잃어버린 10년'으로 낙인찍고, '좌파 적출'이라는 말이 공공연하게 나오더니 심지어는 대통령까지 '좌파'를 입에 올리기까지 했습니다. 국민들을 좌파와 우파, 이렇게 홍해 바다 갈라지듯이 확실하게 칼질해서 갈라 놓고 서로에 대한 증오심과 적대감을 한껏 끌어올렸습니다. 어차피 온 국민에게 사랑 받기는 텄고, 이렇게 하면 50%은 못 넘어도 적어도 우파는 확실하게 똘똘 뭉칠 수 있다, 이게 대통령 각하의 깊은 뜻이긴 한데, 증오심은 점점 하늘을 찌르고 있습니다. 사경을 헤메고 있는 김대중 대통령의 병세에 관한 뉴스에는 온갖 욕설과 함께 빨리 죽어버리라는 끔찍한 저주가 이어지고, <100분 토론>에는 "이명박 죽으면 떡 돌린다"는 말이 나오기도 합니다. 어째서 이렇게 됐을까요? 아무리 상대가 밉기로서니, 서로를 비판하고 비난하다 못해, 증오심에 가득차서 마치 장희빈이 인현왕후 초상화에 활 쏘듯 빨리 죽어버리라고 저주하고 있습니다. 온 국민을 증오와 저주의 늪에 빠뜨린 이명박 정권은 정말로 스케일 큰 납량특집 정권입니다.
푹푹 찌는 날씨 속에 이명박 정권의 오싹한 납량특집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국민들은 정말 언제 무슨 일이 일어날지, 덜컥덜컥 가슴이 내려 앉아서 정서불안에 신경쇠약까지 걸리지나 않을 지 참 걱정됩니다. 납량특집은 드라마나 영화 속 허구로 충분합니다. 현실이 납량특집이 되면 그건 공포 정도가 아니라 생명의 위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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