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부터 스즈카 서킷을 밀어내고 포뮬러 1 일본 그랑프리 개최권을 따낸 후지 인터내셔널 스피드웨이가 3년만에 개최권을 반납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일본의 시즈오카 현에 있는 후지 스피드웨이는 1976년에 포뮬러 1 경기를 개최했는데 당시 제임스 헌트와 니키 라우더 사이에 벌어졌던 치열한 타이틀 경쟁에서 헌트가 악천후를 뚫고 타이틀을 거머쥐는 현장이 되었습니다(우승은 마리오 안드레티). 하지만 이듬해 열렸던 경기에서 질 빌리누브가 일으킨 사고로 관중 두 명이 목숨을 잃으면서 결국 후지 스피드웨이서 벌어진 일본 그랑프리는 이것이 마지막이었습니다.




그 이후, F1 일본 그랑프리는 오랜 기간 동안 혼다가 소유하고 있던 스즈카 서킷에서 개최되었는데, 2000년대 들어서 토요타가 F1에 뛰어들면서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후지 스피드웨이로 개최권을 되찾아오려는 노력을 착실하게 진행해 왔습니다. 스즈카는 서킷의 레이아웃 자체는 벨기에의 스파-프랑코샹과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류 유명했지만 시설이 낡고 교통이 불편해서 많은 원성을 사기도 했습니다. 토요타는 거액을 투자해서 후지 서킷을 전면 개보수하면서 공을 들인 끝에 결국 2007년부터 F1 일본 그랑프리 개최권을 따냈습니다.

하지만 첫 경기였던 2007년 일본 그랑프리는 그야말로 엉망이 되었습니다. 일단 시설이 완전히 갖춰지지 않은 데다가 조직도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고, 물가도 그야말로 살인적이어서 별 볼일 없는 점심 도시락 하나가 무려 10만 엔에 이를 정도였다고 합니다. 특히나 산기슭에 있는 서킷 특성 때문에 날씨 변덕이 심하고 심한 안개에 폭우가 자주 쏟아지는 게 가장 큰 문제여서, 토요일 연습주행은 짙은 안개로 결국 취소되는 사태까지 맞았습니다. 결국 일요일 레이스도 폭우 때문에 무려 19 바퀴나 세이프티 카 뒤에서 유람만 하다가 시작했습니다. 이 경기에서는 맥클라렌 팀의 루이스 해밀튼이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2008년 일본 그랑프리는 상황이 상당히 좋아지긴 했지만 그래도 역시 악명 높은 기상 상황은 토요일 연습 주행 때 때 크고 작은 사고들을 낳았습니다. 레이스에서는 첫 코너에서 벌어진 혼란스러운 사고 끝에 형편 없는 시즌을 보내고 있던 르노 팀의 페르난도 알론소가 예상을 뒤엎고 우승을 차지해서 많은 사람들을 놀라게 했습니다.

어쨌거나, 2007년 그랑프리가 엉망진창이 되면서 과연 후지 서킷이 F1 개최지로 적합한가 하는 논란이 끊이지 않았고 결국 F1 상업권 보유자인 버니 에클레스톤과 스즈카, 그리고 후지 서킷은 2009년부터 일본 그랑프리 경기를 번갈아 개최하는 쪽으로 계약을 변경하는 데 합의했습니다. 그래서 올해 경기는 스즈카에서 열릴 예정입니다. 그러나 글로벌 경제위기가 자동차 업계에 태풍을 몰고 오면서 토요타는 결국 개최권 포기를 선언했습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그랑프리 경기 개최를 위해서는 1,200-1,800만 파운드 정도씩 자금이 들어가야 하는데 토요타는 올 회계년도부터 2010년 1/4분기까지 총 55억 파운드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비용 절감을 위해서 개최권을 포기한 것으로 보입니다.
"비즈니스 상황이 극도로 악화되고 있으며 경제가 빠르게 회복되고 있다는 신호가 별로 없는 상황에서, F1 일본 그랑프리를 계속 개최하기는 극히 힘들 것이라는 판단을 내렸습니다."

- 후지 스피드웨이의 개최권 반납 성명 중에서

일본 그랑프리의 앞날은 스즈카가 앞으로 계속 그랑프리를 개최할 것인지에 달려 있습니다. 문제는 스즈카의 소유주인 혼다 역시도 사정이 어렵기는 마찬가지여서, 올해 초에 혼다 F1을 매각하면서 철수한 상황인지라 과연 해마다 막대한 자금을 투여하면서 경기를 개최할 여력이 있는가 하는 점입니다.

어쨌거나, 안에서는 FIA와 F1 팀들 사이의 반목이 끊이지 않고, 밖에서는 경제 한파가 자동차 업계를 몰아치고, 이래 저래 올해 F1은 안팎으로 큰 시련을 맞고 있습니다.
Posted by MP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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