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초부터 기대도 안 했지만 이명박 대통령이 계속 떠들었던 '근원적 처방'이란 게 결국은 자기 말 잘 따르는 딸랑이들을 다시금 전진 배치하는 것으로 드러나고 있습니다. 특히나 검찰총장 내정자 천성관 씨는 그야말로 대표적인 공안통으로 용산참사 수사, <PD수첩> 수사를 통해서 이명박 대통령의 신임을 한몸에 받았을 확률이... 100 프롭니다. 벌써부터 "공공안녕이 있어야 인권도 있다"는 식으로 떠들고 다니는 걸 보니 앞으로 검찰이 무슨 짓을 할지도 뻔합니다.
그런데 무려 세 기수를 뛰어넘어 새 총장을 내정하다보니까 고위 간부들이 줄줄이 사표를 써야 할 판이고, 그럼 그 자리들은 천성관 씨의 후배들이 채워야 하는데 승진 대상 중에서 가장 고민되는 사람이 이인규 중수부장이라고 합니다. 얘기는 이렇습니다.
좌천성 인사를 하자니 노 전 대통령 수사의 정당성을 부정하는 꼴이 될 수 있고, 역으로 정상적으로 승진을 시키자니 여론이 부담스러운 상황인 것이다. 특히 검찰은 박연차 게이트에 대한 수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수사의 정당성과 당위성을 재확인한 상황이어서 선택을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
- 관련 기사 : 이인규 중수부장을?… 검찰의 진퇴양난
참여정부의 먼지를 탈탈 털었으니 상을 줘야 하는데, 주자니 노 전 대통령을 죽음으로 몰고 간 원흉을 벌을 못 줄망정 상을 줬다는 비난이 쏟아질 건 뻔하고, 그러니 고민이라는 겁니다. 그런데 이번 일만이 아니라 노 전 대통령 수사에 대해서 검찰이 계속 말을 바꿔치기하고 있는 부분이 있습니다. 바로 '수사의 정당성'입니다. 노 전 대통령 수사에 대해서 문제가 되고 있는 수사 방법의 정당성인데 마치 이걸 수사 자체가 정당했냐는 문제로 본질을 흐릿하게 만들고 있는 겁니다.
혐의가 있다면 누구든 수사를 할 수 있고, 누구든 수사를 받아야 하는 것은 굳이 말할 필요도 없습니다. 노무현이라고 해서 다를 것 없습니다. 전직 대통령이 비리 혐의로 수사를 받은 게 어제오늘 일도 아니고, 노무현이라고 수사를 받지 말아야 한다는 법은 그 어디에도 없습니다. 노 전 대통령 쪽에서도 이것 자체를 문제삼고 있는 게 아닙니다. 분명히 권양숙 여사가 박연차 씨의 돈을 받은 것도 인정한 문제이고, 그 가운데 일부가 자녀의 유학 자금, 집 구입비로 나간 것 역시도 노 전 대통령 쪽에서 인정한 문제입니다. 사실을 사실대로 규명했다면 그걸 가지고 문제 삼을 일은 아닙니다. 문제는, 그 수사가 과연 그렇게 '사실 규명'이란 원칙으로 흘러갔느냐 하는 점입니다. 누가 봐도 '이번 기회에 노무현 확실히 망신 주자'고 작정한 듯이 날마다 언론에다 혐의와 직접 관계도 없는 문제, 명확하게 사실로 확인되지 않은 문제까지 펑펑 흘려댔고 언론에서는 검찰 관계자의 입을 빌어서 이런 허접한 얘기들을 열심히 보도했죠. 결국 불법 혐의에 대한 수사를 넘어선 '노무현 죽이기'는 진짜 노무현 죽이기라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1억짜리 시계 논두렁에 버렸다'는 전직 대통령 망신 주기의 하이라이트였죠. 일이 커지니까 검찰에서는 '빨대를 잡겠다'고 했지만 그 말 믿는 사람들 아무도 없었습니다. 누가 빨대였겠습니까? 빨대를 잡겠다고 떠들던 사람들이 바로 끊임없이 노무현 망신 주기를 위한 떡밥을 던져대던 빨대였는데. 많은 네티즌들이 주장한 '포괄적 살인'이란 말이 어울릴 정도로 검찰의 노 전 대통령 수사는 그야말로 <선데이서울> 수준이었습니다.
그 수사의 시작이 아무리 '비리 혐의가 있다면 전직 대통령이라고 해도 예외는 될 수 없다'는 정당성이 있다고 해도, 방법이 잘못되어서 결국은 제대로 된 결과를 얻지 못하고 오히려 파탄만 냈다면 수사 자체도 정당했다고 볼 수가 없습니다. 애초부터 수사를 한 목적 자체가 정말로 혐의에 대한 수사만이 아닌 '전직 대통령 망신 주기'라는 다른 속셈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도둑을 잡아서 조사한 게 잘 했다고 한들, 고문하다가 사람이 죽는 결과를 낳는다면 '정당성'이라는 말은 낯간지러운 변명에 그치게 마련입니다. 하물며 좀도둑도 그럴진대 전직 대통령을 놓고 망신 주기를 위한 지저분한 삼류 황색 찌라시 수준의 뒷말을 퍼뜨리면서 죽음의 벼랑끝으로 몰아가 놓고서 이제 와서 '정당성'를 거론하는 건 그야말로 양심불량의 극치입니다. 목적은 수단을 정당화할 수 없으며, 목적과 수단은 따로 떨어져 있는 게 아닙니다. 아무리 자신들의 목적이 정말로 '비리 혐의에 대한 수사'였다고 해도 그 수사의 방법이 잘못되어서 결국 비극적인 결과를 낳는다면 목적도 더럽혀지는 것입니다. 그나마 몇 명 잡아넣었던 사람들도 지금 관련자들의 말이 바뀌면서 일부는 재판 결과가 어떻게 될지도 모르는 판입니다. 그러니, 검찰은 이제는 더 이상 '수사의 정당성'이란 말을 거두고 여론의 심판을 받을 때입니다. 정당성은 목적과 수단, 두 가지 모두가 정당할 때만이 주장할 수 있는 겁니다.
그나저나, 검찰총장도 책임을 지고 사퇴한 마당에 노무현을 죽음으로 몰아넣은 주역인 이인규 검사님께서는 어찌 뻔뻔하게 사표도 안 쓰고 이제는 언감생심 승진을 바라고 계시는지요. 한 3년 잘 해먹고 그 다음에는 해외로 도피라도 하시려고 그러시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그래도 1년에 한두번 쯤, 국경일이나 뭐 이런 때에는 '나에게 양심이란 게 있나' 하고 가슴에 손 얹고 한 번쯤은 돌아보고 그래야 하는 거 아닌가요.
'혹세무민'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이명박이 싫어서 술 끊어야 하나... (9) | 2009/06/29 |
|---|---|
| 2MB식 떡볶이 만들기 (7) | 2009/06/29 |
| '수사의 정당성'하고 '수사 방법의 정당성'이 같냐? (7) | 2009/06/23 |
| 김영삼과 변희재의 공통점 (8) | 2009/06/14 |
| 허무개그 : 2009년 6월 10일 (2) | 2009/06/10 |
| 가축은 '폐기 처분' 대상인가? (3) | 2009/06/10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