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번에 이 도맹에서 만든 쥬브레-샹베르땅이 꽤 괜찮아서 그보다는 약간 싼 이 와인도 궁금해졌습니다. 사실 부르고뉴에서도 픽상은 그다지 알려진 지역은 아닙니다. 픽상은 부르고뉴의 심장부라 할 수 있는 꼬드 도르에서 가장 꼭대기에 있는 막산네 바로 밑 동네인데, 픽상 아래가 쥬브레-샹베르땡입니다. 하지만 두 지역의 명성은 하늘과 땅 차이죠. 쥬브레-샹베르땅은 그랑 크뤼와 1등급 포도밭들이 즐비한 곳이지만 바로 위 픽상은... 1등급만 약간 있을 뿐입니다. 그 위 막산네는 아예 없고요.
어쨌거나, 자연 조건이 썩 축복받지 못한 동네라고 해도 잘 만드는 프로듀서는 좋은 와인을 만들게 마련입니다. 이 와인도 어중간한 쥬브레-샹베르땅보다 훨씬 낫습니다. 일단 힘이 느껴집니다. 강렬한 민트향과 함께 바이올렛향이 힘있게 확산되는 느낌이 아주 좋습니다. 산딸기향은 물론이고 가죽향도 약간 느껴집니다. 맛 역시도 느낌이 좋네요. 밝은 느낌의 산미가 약간의 단맛과 잘 조화를 이루고 있습니다. 조금은 덜 익은 체리를 맛보는 느낌이랄까요? 너저분한 느낌이 별로 없이 깔끔한 피니시로 이어집니다.
시간이 지나면 사향이 좀더 강하게 나타납니다. 그보다 한참 더 기다려야 탄닌감이 나타나기 시작하는데, 그 느낌도 부드러운 편입니다. 시간이 흐름에 따라서 자연스러운 부르고뉴 피노 누아르로 발전해 갑니다. 딸기잼 향, 그리고 나무 향이 잘 어울리면서 절정으로 이어집니다. 밤에 마시다가 한 잔을 남겨 놓고 잤는데, 다음날 아침에 맛을 보았을 때에도 망가지지 않고 여전히 좋은 느낌을 간직하고 있었습니다. 다시 말해서, 좋은 와인이고 숙성될 여지가 아직도 많다는 것이죠.
부르고뉴 피노 누아르는 역시 향이... 이라는 느낌을 주는 와인입니다. 농축미나 집중력이 아주 강하다는 느낌까지는 아니지만 어느 정도 감각을 잡아당기는 힘도 있고, 무엇보다도 부르고뉴의 우아함을 잘 나타내 줍니다. 아마도 2-3년 쯤 더 숙성된다면 더 멋진 향과 맛을 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런 와인이라면 향신료가 강하지 않은 닭고기 요리, 아니면 연어 같은 강한 생선이 잘 어울리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 bottled by: Domaine Dupont-Tisserandot
- grape variety: Pinot Noir
- appellation: Fixin AOC
- alchol: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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