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 생각 없이 집어든 와인입니다. 빈티지도 없고, 이름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홈플러스에서 파는 테스코 딱지 붙은 와인입니다. 물론 빈티지조차 없는 만큼 가격은 1만 원도 안 됩니다. 그야말로 괜히 울적한 일이 있거나 할 때, 소주나 맥주처럼 퍼마시기(?)에는 딱 좋은 와인입니다. 사실 가격으로 따지면 뭐, 소주나 맥주와 비교해도 많이 비싼 것도 아닙니다.
어찌 됐거나, 이런 싸구려 와인들은 흐리멍텅하고 싸구려 과일주 맛이 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이 녀석은 별로 그렇질 않네요. 그래도 와인답게 만들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나무 태운 향, 시원스럽게 코 끝을 찌르는 휘발성 아로마, 그리고 블랙베리향을 느낄 수 있습니다. 맛은 산미가 너무 강한 데 비해서 단맛이 별로 없어서 처음에 마시기에는 좀 부담스러운 느낌이 약간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네 맛도 내 맛도 아닌 흐리멍텅한 것보다는 훨씬 낫습니다. 처음부터 탄닌도 좀 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역시 카베르네 소뷔뇽이라고, 블랙커런트향이 부각되네요. 시간이 지날수록 이쪽이 점점 강하게 발현되는 느낌입니다. 맛도 처음보다는 조금 균형이 맞아서 단맛이 조금 더 부각되는 반면에 산미는 누그러집니다. 그야말로 퍼마시기에는 이 정도면 모자랄 게 없는 와인입니다. 잘 구운 싸구려 수입 쇠고기 스테이크라도 있으면 더 괜찮을 듯합니다. 자두향도 조금 나타나고, 이 정도면 싸구려 느낌은 별로 나지 않습니다. 1만 원도 안 되는 와인에서 그게 어딥니까 말이죠. 와인을 잘 모르는 분들이라고 해도 차게 식혀서 바깥으로 나가서 여름밤에 고기 구워 먹을 때 종이컵에 콸콸 부어서 마시기에도 괜찮은, 부담 없으면서도 와인다운 느낌은 충분히 주는 와인입니다.
- bottled by: McGuigan Simeon Wines Ltd.
- grape varieties : Cabernet Sauvignon, Merlot
- alchol: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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