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네르바 박대성 씨가 "한국을 떠나고 싶다!"고 말했다는 기사가 올라왔습니다. 내용을 보니까 미네르바 박대성 씨가 뉴욕타임즈와 가진 회견에서 그동안의 소회를 밝히면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제 내게 남은 것은 비난 밖에 없다... 먼저 보수주의자들이 나를 공격했고, 진보주의자들은 나를 지지하다 내가 그들의 대변인이 될 수 없었기 때문에 나를 버렸다... 내가 한 일을 후회하고 있다. 한국에서 다시는 블로그에 글을 올리지 않을 것"

하지만 미네르바에게는 되게 미안한 얘긴데, 뉴욕타임즈 회견은 결국은 이건 뭐... 그야말로 감옥에서 나오면 만인들이 열광적으로 떠받들어 주는 대스타가 될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확 뜨질 못하니까 어리광부리는 모습으로밖에는 안 보입니다.

김구라 씨가 예전에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습니다. "내가 왜 인기를 얻었는가를 망각하는 순간 인기가 사라진다." 예를 들어서, 못생긴 외모에도 불구하고 자신있는 모습으로 인기를 얻은 연예인이 예뻐지겠다고 성형수술을 하면 얼굴은 예뻐질지 몰라도 인기는 식어버린다는 겁니다. 그 사람이 인기를 얻었던 중요한 이유가 사라져버렸기 때문이지요. 이건 연예인에게만 해당되는 건 아닙니다. 자기 자신에게는 좋든 싫든, 자신이 인기와 명성을 얻었던 이유가 뭔지 알고, 그에 충실해야만 하는 겁니다.

미네르바가 인기와 명성을 얻었던 이유가 뭘까요? 중요한 상황에서 전문가들도 감히 하지 못했던 과감한 예측을 했고 리먼브라더스 파산과 같이 몇몇 대박 적중이 나왔습니다. 잘난 경제전문가들은 눈치만 살살 보면서 빙빙 돌려서 말하고, 지나치게 낙관적으로 얘기할 때 '무슨 개소리냐'고 날카로운 언어로 과감하게 날을 세웠던, 하지만 그런 날카로운 칼날을 뒷받침하는 설득력있는 논리와 근거 제시가 미네르바의 인기 비결이었지요. 사실 그가 월스트리트 출신에 대한민국 1%에... 이런 얘기는 그가 이미 상당히 뜨고 난 뒤에 대중들에게 급속도로 퍼졌지, 그런 '간판'이 없었다고 해도 그는 이미 충분히 화제와 인기를 누려 왔습니다.

그런데, 감옥에서 나오고 나서 그의 모습은 예전과는 눈에 뜨이게 달라졌습니다. 무엇보다도 날카롭고 과감하게 날을 세우면서 낙관론자들을 공박하던 모습들이 사라져버렸습니다. 오히려 미안하다, 사과한다, 이런 식의 말을 되풀이하면서 예전에 그가 썼던 글을 부정하는 듯한 분위기까지도 풍겼습니다. 여러 차례 방송 출연을 했을 때에도 많은 사람들의 반응은 글에서 봤던 능력에 훨씬 못 미치는 서투른 모습에 '실망스럽다'였지요. 그가 좀 더 전략적이었다면 무리하게 준비 안 된 방송 출연을 하는 것보다는 자신의 강점인 글을 통해서 더 많은 좋은 모습을 보여 줬어야 할 겁니다. 미네르바가 지금 불만을 가지고 있는 이 상황은 그 원인이 대부분이 미네르바 자신에게 있는 것입니다. 물론 뜻하지 않은 옥고까지 치렀으니 예전의 야성이 한풀 꺾인 걸 뭐라고 비난하고 싶은 생각은 절대 없습니다. 하지만 그렇다면 사람들의 반응도 예전같지 않을 수밖에 없다는 점도 인정해야 합니다.

미네르바는 "진보주의자들은 나를 지지하다 내가 그들의 대변인이 될 수 없었기 때문에 나를 버렸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사실은 이건 당연한 얘기입니다. '진보주의자'들이 미네르바가 잘 생겨서 지지했겠습니까? 아니면 학벌이 좋아서 지지했겠습니까? '진보주의자'들은 그의 컨텐츠를 지지했던 것입니다. 그런데 지금 상황에서 예전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는 미네르바를 어떻게 예전처럼 열렬하게 지지할 수 있을까요? 당연한 얘기를 불만으로 토로하고 있는 모습을 보니 정말로 '바랄 걸 바래라'는 말을 하고 싶을 정도입니다.

미네르바가 정말로 계속 인기를 얻고 싶었다면 앞에서 얘기했던 김구라 씨 말처럼, '내가 왜 인기를 얻었는지, 왜 '경제대통령'이란 이름까지 얻게 됐는지'를 생각해 보고 거기에 충실해야 합니다. 물론 '도대체 미네르바가 누구냐'는 신비감 역시도 인기 비결이으니, 그 신비감이 사라진 지금은 전같은 열렬한 반응까지는 기대할 수 없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여전히 많이 배우고 잘나신 경제전문가들은 정부 눈치나 살살 보면서 낙관론만 쏟아내고 있습니다. 과잉 유동성을 비롯해서 곳곳에 시한폭탄이 숨겨져 있지만 빙빙 돌리고 있을 뿐입니다. 여전히 미네르바가 설 땅은 충분합니다. 예전과 같은 그런 과감함과 날카로움을 다시금 살려서 배짱 좋게 정부 경제 정책의 모순을 공박하고 근거와 논리를 세워서 경제에 대한 과감한 전망과 예측을 내놓는다면 '진보주의자들의 지지'를 다시 받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하지만 지금처럼 미네르바를 미네르바이게 만들었던 장점을 갖다 내버린 채로 과거의 명성에만 기대서 "왜 날 버렸나"고 어리광을 부린다면 정말로 곧 잊혀져버릴 겁니다. 어쨌거나 지금처럼 못 떠서 안달난 듯한 미네르바의 언행은 자신이 그나마 지금까지 쌓아올렸던 명성만 빛바래게 할 뿐입니다.
Posted by MP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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