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2008 포뮬러 1 중국 그랑프리 : 레이스 - 1 다음에 이어지는 글입니다.


이제 경기도 중반전으로 접어들고 있습니다. 베텔이 버튼과 격차를 계속 벌려 나가고 있는 상황이고 마크 웨버도 3위로 좋은 상황. 이 정도만 해도 오늘 레드 불 대박입니다. 사실 엄연히 형님 팀인데도 작년에 동생 팀 토로 로소가 먼저 첫 승을 신고하는 바람에 체면을 구긴 셈이 됐는데, 그 베텔이 레드 불로 승격해서 형님 팀에도 첫 승을 안겨줄 기세입니다.




2위 브론 GP의 젠슨 버튼과 3위 레드 불의 마크 웨버 사이에 접전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랩 타임을 보면 웨버 쪽이 더 좋네요. 시즌 개막전과 말레이시아에서 압도적인 경기력을 보여준 브론 GP지만 오늘은 레드 불에게 밀리고 있습니다. 이 점은 아마도 브론 GP가 시즌 전에 새 웨트 타이어에 대한 테스트를 못 해 봤다는 것에서도 이유를 찾을 수 있겠죠. 말레이시아야 급속도로 기상 상황이 나빠져서 결국 레이스가 중단됐지만 이번에는 빗속에서 긴 레이스를 해야 하는 상황이니... 결국은 압박을 받으면서 웨버를 막아보려던 버튼이 긴 직선 구간 끝 헤어핀을 앞두고 브레이크를 제대로 잡지 못하고 트랙을 이탈. 웨버가 손쉽게 2위 자리를 가져갑니다.




자아... 이렇게 되고 나니까 이제 레드 불은 첫 승을 원투 피니시로 가져갈 공산이 커졌습니다. 벌써 웨버와 버튼의 차이도 확 벌어져버렸고, 지금으로서는 두 드라이버들이 실수만 안 하면 베텔과 웨버가 각각 1-2위를 차지할 상황입니다. 개막전에서는 브론 GP가 창단 첫 경기에서 원투 피니시로 첫 승을 가져가더니, 이번엔 레드 불도 첫 승을 원투 피니시로 신고한다? 참 재미있게 돌아가는 2009년 시즌입니다.






토로 로소의 세바스티엔 부에미와 르노의 페르난도 알론소 사이에 다시 혈투가 벌어집니다. 빼앗긴 자리를 다시 찾겠다는 알론소의 투지가 불타오르는데... 직선에서 슬립스트림을 타면서 앞지를 줄 알았지만 뒷심 부족으로 부에미가 코너에 먼저 들어갑니다. 알론소로서는 다시 한번 'KERS 괜히 뗐나...' 생각에 입맛을 다실 것 같습니다.




그런데 웨버 앞에서 달리고 있는 젠슨 버튼의 모습이 보입니다. 어라? 순위가 뒤집혔네? 무슨 일 있었나? 싶었는데 역시 마의 마지막 코너에서 웨버가 트랙을 이탈하는 바람에 버튼이 다시 2위 자리를 찾아 옵니다. 하지만 금방 웨버가 버튼 뒤로 따라붙습니다. 페이스 자체가 레드 불이 좋기 때문에 다시 뒤집히는 건 시간문제가 아닐지...




역시나 시케인 첫 커브에서 웨버가 바깥쪽으로 치고 나가서 두 번째 커브에서 안쪽을 잡아 버튼을 앞지릅니다. 그나저나 비가 좀 잦아들은 느낌입니다. 아직은 트랙 전반에 물이 많은 상황이지만 이 상황이 계속되면 인터미디어트를 생각할 팀들도 슬슬 나타나겠죠.




34 바퀴 째에 맥클라렌의 루이스 해밀튼이 들어옵니다. 남은 바퀴 수는 23 바퀴에 불과하니 피트 스탑 시간이 그리 길지는 않겠네요. 8.6초만에 출발해서 8위로 트랙에 복귀합니다. 역시나, 급유량은 79 리터로 딱 23 바퀴를 돌 만한 분량이었습니다. 한편 13위에 머물고 있는 키미 라이코넨은 12위를 달리는 윌리엄스의 니코 로즈베르크를 추격하고 있지만 공략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물론 앞에 있는 차량들 중에 피트스탑을 할 차들이 여럿 있지만 그렇다고 해도 포인트권인 8위 안에 들기가 만만치 않아 보입니다.




35 바퀴 째에는 헤이키 코발라이넨이 스탑했습니다. 한편 젠슨 버튼을 제친 마크 웨버는 1:54.197로 가장 빠른 랩 타임 기록을 갈아치웁니다. 이 정도라면 대박 실수를 하지 않는 한은 레드 불의 1-2 피니시가 거의 확실해 보입니다.





그런데 BMW 자우버의 로베르트 쿠비차 차량의 앞날개가 뭔가 좀 이상합니다. 자세히 보면 왼쪽 앞날개가 바닥에 닿아 있는 모습인데, 연석이나 바닥에 부딪친 게 아닌가 싶네요. 바로 뒤에 같은 팀의 닉 하이드펠트가 있는데 눈으로 보기에도 확실히 쿠비차의 앞날개가 하이드펠트와 비교해도 주저앉아 있습니다. 그래도 겨우겨우, 순위는 어떻게든 유지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가장 가벼운 무게로 레이스를 시작했다가 일찌감치 급유를 한 알론소가 36 바퀴째에 다시 피트에 들어왔습니다. 8.4초 동안 연료를 넣고 웨트 타이어를 바꿔 낀 뒤 다시 트랙으로 나갑니다. 일단 순위는 9위. 앞에도 피트스탑할 차량들이 있으니 잘 하면 포인트를 노려볼 만합니다.




앞 날개가 주저앉았던 쿠비차가 피트스탑해서 앞쪽 노즈를 바꿉니다. 지금 상황으로는 포인트는 텄고, 완주라도... 하지만 또 아나요? 앞에서 대박 사고라도 나서 여러 대 줄줄이 리타이어할지? 어떤 일이든 일어날 수 있는 게 스포츠입니다. 한편 토로 로소의 세바스티앙 부르대가 시원하게 스핀하는모습이 보입니다. 이 사람 , 작년에도 베텔한테 밟히더니 이번에도 부에미한테 당하려고?




38 바퀴째에 선두 베텔이 피트에 들어옵니다. 웨트 타이어를 바꿔 끼우고 연료를 채운 뒤, 9.2초만에 피트를 빠져나갑니다. 그러고 보니 올해 레드 불 머신이 노즈가 무척 높습니다. 좀 독특한 느낌인데, 올해 호조를 보이고 있는 이유가 서스펜션 쪽이 좋다고 그러죠. 한편 코발라이넨을 추격하던 알론소가 턴 13 코너에서 제대로 스핀하면서 오히려 순위를 까먹습니다.




이제 18 바퀴 남은 상황에서 7위 아드리안 슈틸이 헤이키 코발라이넨 앞에서 달리고 있습니다. 잘 하면 개인으로나 팀으로나 꿈에도 그리던 사상 첫 포인트를 딸 수 있을 듯합니다. 작년에 모나코 그랑프리에서 5위로 잘 달리다가 막판에 키미 라이코넨이 뒤를 들이받는 바람에 눈물을 흘려야 했던 슈틸로서는 이번이 절호의 기회입니다.




자아... 이거이거. 피트스탑을 한지 얼마 안 돼서 몸이 무거울 베텔이 오히려 곧 피트스탑을 해야 할 가벼운 버튼을 따라잡았습니다. 아래 두 사진을 비교해 보시죠.





헤어핀을 도는 모습을 보면 베텔이 더 안쪽으로 바짝 붙어서 돕니다. 그만큼 라인을 잘 탔고, 그만큼 그립이 좋다는 얘기죠. 이런 상황이라면 몸이 무겁거나 말거나 충분히 베텔이 버튼을 제칠 수 있겠습니다.




베텔의 팀 동료인 마크 웨버도 40 바퀴째에 들어와서 7.5초만에 피트스탑을 마치고 다시 트랙으로 복귀합니다. 한편 페라리의 첫 포인트를 위해 갈길이 바쁜 키미 라이코넨이 오히려 메인 직선 끝에서 토요타의 티모 글록에게 덜미가 잡혀서 11위 자리까지 내줍니다.




41 바퀴째에 윌리엄스의 니코 로즈베르크가 피트로 들어옵니다. 그런데 어라? 웨트가 아닌 인터미디어트 타이어를 장착했습니다. 도박을 한 번 해 보기로 마음먹었나 봅니다. 만약 비가 더 내리지 않고 트랙의 물기가 많이 빠지면 당연히 좀더 접지면이 넓은 인터미디어트 타이어가 월등한 성능을 냅니다. 한 바퀴에 3, 4초씩 차이가 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비가 다시 강해지거나 물이 빨리 빠지지 않으면 인터미디어트 타이어는 배수 성능이 웨트보다 못하기 때문에 차량 컨트롤이 힘들어져서 망하는 작전이기도 합니다. 일단 지금으로서는 인터미디어트 타이어는 로즈베르크 뿐입니다.




16 바퀴를 남겨 놓은 상황에서 결국 베텔이 긴 직선구간에서 슬립스트림을 타서 헤어핀에서 버튼보다 먼저 들어가는 데 성공합니다. 아직 버튼은 피트스탑도 한 번 더 해야 할 상황이니 이렇게 되면 레드 불이 압도적인 우승을 차지할 확률이 높아졌습니다.




한편 라이코넨은 점점 뒤로 처지는 모습입니다. 아까는 글록에게 당했는데 이번에는 알론소한테도 당했습니다. 지금 상황이라면 아무래도 페라리의 개막 3연속 노 포인트라는 악몽이 정말 현실로 다가올 듯합니다.





43 바퀴 째에 젠슨 버튼이 스탑해서 7.8초 동안 급유를 받았습니다. 일단 4위를 차지했으니 이 순위만 잘 지켜도 그럭저럭 선방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앞에 있는 바리켈로도 피트에 들어와야 할 테니... 3위는 바라볼 수 있겠습니다. 한편 인터미디어트 타이어를 장착한 니코 로즈베르크는 헤어핀에서 크게 돌면서 토로 로소의 세바스티앙 부르대에게 자리를 내 줍니다. 역시 인터미디어트는 작전 실패가 될듯 합니다.





44 바퀴 째에는 버튼의 동료인 루벤스 바리켈로가 피트스탑합니다. 타이어를 바꾸지 않고 급유만 받고 나갔는데, 타이어 마모가 별로 없기 때문에 바꾸기보다는 그냥 열이 올라 있는 타이어를 계속 쓰는 게 낫다고 판단한 모양입니다. 그나저나 오호... 11 바퀴를 남겨 놓은 상황에서 슈틸이 8위. 포인트권의 끝자락을 잡고 있습니다. 하이드펠트와 글록을 잘 리드하고 있는데 더 이상 피트에 들어갈 일도 없기 때문에 정말 1 포인트? 어쩌면 앞에 있는 부에미가 스탑하고 나면 7위도 바라볼 수 있을 상황입니다.





해밀튼과 코발라이넨의 순위가 바뀌어서 코발라이넨이 해밀튼을 리드하고 있습니다. 또 해밀튼이 트랙에서 이탈했네요. 오늘 실수가 잦습니다. 사실 해밀튼 말로는 앞쪽 타이어 마모가 너무 빨라서 컨트롤이 힘들었다고 하는데, 아무튼 상하이 서킷과 해밀튼은 영 궁합이... 이렇게 되고 보니 첫 두 경기에서 뭐 하나 제대로 해 보지도 못하고 초반 리타이어를 당했던 헤이키 코발라이넨이 해밀튼보다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게 됐습니다. 포인트로는 같은 4 포인트지만 동점일 경우에 높은 순위를 많이 차지한 사람이 이기기 때문에 챔피언십 순위로는 헤이키가 더 높아지는 셈입니다.





자아... 브론 GP의 루벤스 바리켈로에 어느덧 코발라이넨이 바짝 다가섰습니다. 직전 바퀴에서 무려 2.299초나 격차를 줄였는데 이 페이스대로라면 바리켈로를 공략하는 것도 시간 문제일 것 같습니다만, 아까 기록이 바리켈로의 단순한 실수라면 또 모르죠. 그나저나 부에미가 피트스탑을 하는 바람에 중위권 순위가 한 단계씩 올라가서 포인트권의 마지막 한 자리인 8위 자리를 놓고 하이드펠트와 글록의 혈투도 치열합니다.





어이쿠야, 니코 로즈베르크... 헤어핀을 앞두고 컨트롤을 거의 못하고 시원하게 트랙 바깥으로 튕겨져 나갑니다. 고생이 많다. 광고 하나 찍어야겠네. "인터미디어트 끼면 개고생이다!" 결국 다시 피트로 들어와서 웨트 타이어로 바꿔 끼고 나갑니다. 도박했다가 쪽박 된 거죠.




해밀튼도 마지막 코너에서 또 360도 스핀. 당신도 혹시 김연아 선수 팬이신가? 그 바람에 아드리안 슈틸한테 순위를 빼앗깁니다. 이래서 슈틸은 6위! 18위로 출발해서 이게 웬 대박이란 말입니까! 남은 바퀴 수는 일곱 바퀴 뿐입니다.




아니 그런데 이게 웬 트랙 위에 타이어? 누군가 사고가 난 모양입니다. 그런데...




오, 이런! 재앙을 당한 주인공은 바로 아드리안 슈틸이었습니다. 이게 웬 날벼락? 막판에 사고로 첫 포인트를 날려버린 작년 모나코의 악몽이 또다시 현실이 되고 말았습니다. 여섯 바퀴만 더 돌면 됐는데, 그야말로 '세상에 이럴 수가'입니다.




시케인을 돌고 나가다가 그립을 잃고 비틀거리던 차량이 먼저 광고판을 들이 받고, 자갈밭을 미끄러져서 타이어벽을 들이 받아서 앞쪽 타이어가 튕겨져 나갔습니다. 정말 눈 깜짝할 사이에 벌어진 일입니다. 하지만 이것으로 리타이어. 슈틸은 또다시 눈물을 삼킬 수밖에 없게 됐습니다.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닉 하이드펠트는 글록과 부에미에게 잇달아 당하면서 포인트권 밖으로 밀려납니다. 오늘 BMW 자우버 정말 일진 나쁩니다. 이렇게 되고 나니 세바스티엔 부에미가 다시 8위로 올라와서 첫 포인트를 바라보게 됐습니다. 하지만 이 경기의 주인공은 레드 불. 격차를 워낙에 벌려 놔서 시야가 나쁜 지금 상황에서는 그냥 안전 주행 모드로만 가도 원투 피니시는 거의 확정입니다.





결국 베텔이 편안하게 첫 체커 깃발을 받았습니다. 그 뒤로 웨버가 두 번째 체커를 받으면서 원투 피니시! 그 뒤로는 브론 GP의 젠슨 버튼과 루벤스 바리켈로가, 다음으로는 맥클라렌의 헤이키 코발라이넨과 루이스 해밀튼이 들어옵니다. 팀 단체전 하냐? 그 뒤로 토요타의 글록이 들어오고, 토로 로소의 신인 세바스티엔 부에미가 결국 8위로 첫 포인트를 따는 감격을 누립니다.




원투 피니시로 레드 불의 창단 첫 승을 신고한 두 드라이버들. 드라이버도 드라이버지만 맥클라렌에서 집요한 삼고초려 끝에 영입해 온 애드리언 뉴이가 설계한 차량이 드디어, 첫 승을 거두었습니다.




네가 무슨 히딩크냐... 어퍼컷 세레머니로 포디움에 등장한 베텔. 작년에 토로 로소에서 거둔 첫 승도 빗속이었고, 올해도 빗속에서 우승을 거뒀습니다. 이젠 레인 마스터란 타이틀이 이상하지 않을 정도입니다. 아마 계약이 끝날 때쯤 정상급 팀들이 빼가려고 집요하게 노릴 듯합니다. 벌써 페라리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고, 원래 베텔을 처음 F1으로 끌어들였던 BMW에서도 아마 닉 하이드펠트의 후임으로 은근히 베텔을 점찍고 있을지도 모르죠.




자... 이제 브론 GP의 독주일 것만 같았던 올 시즌이 좀 더 복잡해졌습니다. 물론 빗속이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거둔 우승이긴 하지만 레드 불이 만만치 않은 저력을 과시하고 있습니다. 뭐, 브론 GP도 3, 4위를 차지해서 여전히 드라이버와 컨스트럭터 챔피언십에서는 1위 자리를 굳게 지키고 있습니다. 맥클라렌은 호주 GP 거짓말 사건으로 35년 동안 팀에 몸담았던 데이브 라이언이 팀을 떠나는 바람에 이래저래 분위기가 어수선했는데 처음보다는 한결 나아진 모습으로 바닥을 다지는 분위기입니다. 반면 페라리는... 결국 또 노 포인트. 정말로 2009년을 포기하고 2010년으로 무게중심을 옮겨야 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페라리의 저력을 쉽게 무시해서도 안 될 일입니다.

이제 다음 경기는 아시아-태평양 1차 라운드의 마지막인 바레인입니다. 덥고 건조한 데다가 모래가 많아서 아주 까다로운 트랙입니다. 이 경기를 마치고 나면 F1의 본무대라 할 수 있는 유럽으로 건너갑니다. 아마 유럽 라운드 첫 경기인 스페인에서는 각 팀들이 디퓨저를 비롯해서 차량 여러 곳을 대대적으로 업그레이드할 것입니다. 아직 경기는 많이 많이 남아 있으니까 섣불리 챔피언십의 향방을 얘기하기는 어려운 상황입니다만, 어쨌거나 바레인까지 농사를 잘 지어 놓으면 일단 기선제압 효과는 있겠죠.
Posted by MP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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