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청 바뀐 차량들의 모습만큼이나 엄청 바뀌어버린 판도. 전통 강호들이 나란히 몰락하고 그동안 중하위권에서 헤메던 팀들이 약진하는 상황이 계속 벌어지고 있습니다. 물론 강팀이 한 시즌 두 시즌 정도를 망치는 일들은 그동안에도 있어 왔습니다만, 올 시즌처럼 맥클라렌과 페라리라는, 적어도 둘 중 하나는 챔피언십을 놓고 다투던 라이벌이 나란히 몰락하는 경우는 정말 드물었지요. 그 중심에 있었던 디퓨저 논란도 세계 모터 스포츠 평의회에서 합법 판정이 내려졌습니다. 과연 브론 GP가 이끌고 있는 새 판도가 계속 이어질지, 아니면 전통의 강호들이 시즌 중 개발을 통해서 이들을 따라잡을 수 있을지, 중국 그랑프리에서 판단하기는 좀 이를 것 같습니다.
이번 경기에서는 팀들에게 몇 가지 변화가 있었습니다. 먼저 디퓨저 논란이 마무리되어 맥클라렌과 르노에서는 이 규정을 응용해서 약간 변형된 디퓨저를 들고 나왔습니다. 그리고 효과가 있느냐 없느냐를 두고 논란이 늘 있는 KERS를 페라리와 르노가 떼고 나왔습니다. 그래서 맥클라렌 두 대, 그리고 BMW 자우버의 닉 하이드펠트만이 KERS를 장착하고 나왔습니다. 이런 변화가 과연 결과에 영향을 줄까요?
자... 보시다시피 비가 내리고 있습니다. 예선 때에는 날씨가 좋았는데 시작부터 상당히 많은 비가 내리고 있습니다. 그래도 레이스가 결국 중단되어버린 말레이시아만큼 폭우가 내리는 상황은 아닙니다만 그래도 만만치 않은 양이라서 관제에서는 롤링 스타트로 레이스를 시작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보통은 포메이션 랩을 한 번 돈 다음에 그리드에 정렬해서 출발 신호에 맞춰서 출발하게 되지만 이런 날씨에서는 위험할 수가 있어서 일단 세이프티 카 뒤에 예선 순위대로 정렬해서 서킷을 돌다가 적당한 때에 세이프티 카가 피트로 들어가면 레이스가 시작되는 롤링 스타트로 경기를 시작하기로 한 거죠. 한편 피트에서는 1차 예선에서 탈락한 BMW 자우버의 로베르트 쿠비차, 그리고 예선 성적이 나빴던 데다가 기어박스 교체로 5 그리드 페널티까지 받았던 토요타의 티모 글록이 대기하고 있습니다. 피트에서 경기를 시작하는 경우에는 일단 차량 대열이 모두 피트 출구를 지나간 다음에 대열 후미에 붙어야 합니다.
대열 선두에 선 세이프티 카가 출발하고, 차량들이 그 뒤에서 대열을 이루어 뒤따르면서 레이스가 시작되었습니다. 세이프티 카 뒤에서 돌더라도 일단 레이스는 시작된 것으로 간주되기 때문에 바퀴 수에 가산됩니다. 보기에도 차량들이 상당한 물보라를 뿌리고 있는 걸 알 수 있지요. 트랙에 물이 많이 고인 만큼 모든 차량들이 인터미디어트가 아닌 풀 웨트 타이어를 장착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되고 보니까 연료를 조금만 넣어서 차량 무게를 가볍게 했던 르노의 알론소와 같은 드라이버들은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니게 됐습니다. 연료를 조금만 넣는 경우에는 가벼운 차량 무게를 이용해서 좋은 예선 성적을 거둔 다음, 그리드 앞쪽에 있다는 잇점을 이용해서 초반에 최대한 뒤쪽 차량과 격차를 벌려 놓고 피트로 이득을 보는 것입니다. 그런데 지금처럼 세이프티 카 뒤에서 레이스를 시작하게 되면 세이프티 카가 들어가기 전까지는 격차를 벌릴 수가 없게 되죠. 따라서 작전이 틀어져버립니다. 아마 알론소는 세이프티 카가 빨리 들어가기를 바랄 것이고, 연료를 많이 넣은 해밀튼이나 마사 같은 경우에는 내심 넉넉하게 돌아주기를 바랄 겁니다. 세이프티 카 뒤에서 돌게 되면 급가속과 급제동을 하지 않으므로 연료 절약이 많이 되기 때문에 연료를 적게 넣은 차량에 비해서 피트스탑 전에 훨씬 더 많은 바퀴수를 소화할 수 있지요. 게다가 격차도 벌어지지 않으니...
이렇게 되고 보면 폴 포지션부터 3위까지는 연료를 적게 넣었기 때문에 손해가 될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정말 결과가 어떻게 될지는 두고 봐야겠죠. 특히나 베텔은 작년 토로 로소에서 거둔 첫 승도 빗속에서 뛰어난 드라이빙으로 얻은 우승이라 이 상황이 더 좋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세바퀴 째지만 아직도 세이프티 카가 나와 있습니다. 트랙이 역시 미끄러워서인지 이 상황에서도 트랙을 이탈하는 차량들이 있습니다. 페라리의 펠리페 마사가 마지막 코너에서 트랙을 이탈하는 모습이 보이네요.
각 팀들은 레이더를 통해서 실시간으로 전송되는 서킷 주변 구름의 상황을 보고 있습니다. 비가 어떻게 될지를 판단해서 피트스탑 시기와 타이어 선택을 결정하는 게 빗속 레이스 결과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게 마련입니다. 어쨌거나 트랙 상태가 좋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경기를 못할 정도는 아닌 듯하니, 상황을 봐서 세이프티 카가 들어가긴 하겠죠. 아까 마사가 트랙 이탈을 했던 마지막 코너에서 이번엔 포스 인디아의 아드리안 슈틸이 역시 트랙에서 벗어나버린 모습이 보입니다. 벌써부터 이러니 레이스가 제대로 시작되면 정말 험난한 경기가 될듯합니다.
아까 트랙을 이탈했던 슈틸이 피트로 들어왔습니다. 어차피 꼴찌니까 뭐... 슈틸 역시 연료가 많이 들어가진 않았기 때문에 웨트 타이어를 새로 바꿔 끼고 연료를 주입했습니다. 연료를 적게 넣은 다른 드라이버들도 세이프티 카가 빠지기 전에 스탑할지를 고려해 보고 있을 겁니다. 마사의 팀 동료인 라이코넨도 역시 마지막 코너에서 트랙을 이탈하는 모습이 보네요. 직선에서 90도 가까이 꺾어지는 저 곳이 오늘 드라이버들에게 상당한 아킬레스건이 될 듯합니다.
여섯바퀴째입니다. 윌리엄스의 니코 로즈베르크도 피트에 들어와서 타이어를 바꾸고 연료를 채우고 나갑니다. 나가면 가장 후미가 되겠지만 어차피 차량들 사이에 격차가 별로 없을 때 급유하는 편이 낫다고 생각한 거죠. 니코 역시도 650kg으로 연료를 적게 넣고 출발한 편에 속합니다.
혹시 이 분 기억 나시나요? 페라리 드라이버인 펠리페 마사의 아버지가 상하이 서킷을 찾았네요. 작년 브라질 그랑프리에서 마사가 챔피언인 줄 알고 기뻐서 방방 뛰다가 해밀튼이 체커 직전 막판 역전극으로 챔피언을 나꿔챈 사실을 듣고 급실망하던 장면이 아마 F1 팬들 기억에 생생할 겁니다.
제일 차량 무게가 가벼웠던 르노의 페르난도 알론소가 피트로 들어왔습니다. 8.4초 스탑했지만 급유 호스를 빼고도 출발이 좀 느렸기 때문에 실제 급유한 시간은 6초가 좀 넘는 정도니까... 많이 넣은 편은 아니죠. 크... 그런데 알론소 재수 좋네요. 피트에서 떠나려는 때에 이번 바퀴에서 세이프티카가 들어간다는 메시지가 나왔습니다. 막차 제대로 탔습니다.
자! 여덟 바퀴째에 드디어 레이스가 시작됐습니다. 일단은 별 일 없이, 순위도 바뀌지 않고 시작됩니다. 얼마 안 있어 급유를 위해서 피트로 들어가야 하는 베텔로서는 지금 격차를 빨리 벌려 놔야 합니다. 상위권 순위는 그대로 유지되는데, 루이스 해밀튼이 키미 라이코넨과 경합에 들어가서 결국 앞지르기에 성공합니다. 둘 다 연료를 많이 넣은 편인데, 해밀튼이 KERS 덕을 좀 보는 듯합니다. 그리고 라이코넨 뒤에는 토로 로소의 세바스티엔 부에미가 바짝 쫓아왔습니다. 어제 2차 예선 통과에 성공하면서 주목을 받았는데 과연 이 여세를 몰아서 데뷔 세 경기만에 첫 포인트를 따 낼 수 있을지...
10 바퀴째입니다. 베텔은 이미 팀 동료인 웨버를 2.4초 차이로 월등히 앞서 가고 있습니다. 얼마 안 있어 피트스탑을 하겠지만 일단 격차를 충분히 벌려 놓으면 해볼만한 싸움입니다. 한편 중위권에서는 트룰리를 시작으로 해밀튼-라이코넨-부에미로 이어지는 치열한 각축전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빗속 혈투에서 아차 실수라도 했다가는 사고로 이어지거나 뒤로 쭈욱 미끄러지기 쉬우니 조심해야겠죠. 아무튼 키미의 몸놀림이 썩 좋아보이지 않습니다. 부에미가 호시탐탐 뒤를 계속 파고 들려고 하는데...
결국 키미와 치열한 경합을 벌이던 부에미가 마지막 코너에서 비틀거리더니 브레이킹 포인트를 못 잡고 트랙에서 이탈했다가 되돌아갑니다. 일단 첫 전투는 키미의 승리. 아무튼 저 마지막 코너가 오늘 아주 블랙홀이 될 듯합니다. 이어서 BMW 자우버의 닉 하이드펠트도 1 코너에서 트랙을 벗어납니다. 풀 웨트 타이어로도 컨트롤이 쉽지 않은 상황인데, 과연 이 비가 잦아들까요? 경기 직전 해밀튼과 맥클라렌 팀의 무선 교신으로는 30분 뒤에 비가 약해질 거라는 얘기는 있었습니다만...
한편 빗속에서 꽤 좋은 드라이빙을 보여주는 해밀튼이 토요타의 헤어핀에서 트룰리를 공략하는 데 성공합니다. KERS를 장착한 단 세 대의 차량 가운데 한 대인데 상당히 효과를 보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너무나 기쁜 나머지? 마지막 코너에서 트랙을 이탈했다가 돌아오는 모습이 보입니다. 랩 타임을 보면 확실히 1-2위를 달리고 있는 레드 불이 페이스가 월등합니다. 이미 1위 베텔과 3위 버튼의 차이가 10초나 벌어져버렸습니다.
얼랠래? 해밀튼의 차량이 느릿느릿하게 트랙을 기면서 아까 앞질렀던 트룰리와 부에미가 유유히 그 앞을 스쳐지나가는 모습이보입니다. 그 뒤로 페라리 차량 두 대와 맥클라렌 동료인 헤이키 코발라이넨까지 지나가버립니다. 어느새 마사가 라이코넨 뒤로 바짝붙었습니다. 빗속에서 약한 모습을 자주 보였던 마사지만 오늘은 페이스가 괜찮습니다. 반면 키미는 몸이 무거워보입니다. 물론연료를 많이 넣기는 했죠...
리플레이 화면을 보니 해밀튼이 턴 10에서 180도 회전했네요. 그런 스핀 턴은 김연아가 해야지 당신이 할 일은 아니잖아! 반면 토로 로소의 부에미가 오늘 일을 내려고 그러나? 결국 트룰리까지 제쳐버립니다. 그나저나 트룰리는 아까 해밀튼에게도 손쉽게 공략 당하고, 오늘 컨디션이 썩 좋아 보이지 않네요.
14 바퀴째. 그런데 어어이! 둘이 마주보고 데이트 하나! 주인공은 BMW 자우버의 닉 하이드펠트와 토요타의 티모 글록입니다. 두 차량이 부딪쳐서 하이드펠트의 차량이 스핀했는데, 정작 차량 손상은 티모 글록 쪽이 더 있는 듯합니다. 앞쪽 날개가 덜렁거리는 걸로 봐서 피트로 들어가야 할 듯. 한편 라이코넨을 제낀 마사는 내친 김에 트룰리까지 손쉽게 안쪽으로 파고 들어서 공략에 성공합니다. 시즌 개막 두 경기에서 노 포인트라는 치욕을 당한 페라리로서는 이번에는 마사와 라이코넨이 좋은 성적을 거둬주기를... 기대 잔뜩 하고 있을 겁니다. 마사의 페이스가 지금으로서는 좋아서 자알~ 하면 포디움까지도 노려볼 수 있을 듯합니다.
15 바퀴째에 2위를 달리던 마크 웨버가 피트스탑합니다. 가볍게 시작한 만큼 9.9초로 넉넉하게 연료를 채우고 나갑니다. 이미 3위와도 격차가 꽤 있어서 여유는 있을 듯... 한편 베텔은 1:54.881로 가장 빠른 랩 타임을 갈아치웁니다. 초반이라 이른 감은 있지만 베텔의 몸놀림이 워낙 좋아서 다시 한번 빗속 우승을 조심스럽게 점쳐볼 수 있는 상황입니다. 일단 웨버는 6위로 복귀합니다. 그 뒤로는 트룰리-라이코넨-해밀튼의 행렬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자... 드디어 라이코넨이 트룰리에 바짝 붙어서 결국 앞지르기에 성공합니다. 아웃으로 공략하다가 트룰리가 아웃으로 빠지니까 인으로 파고 들어서 앞지르기에 성공했는데, 트룰리가 방어를 했다기보다는 코너에서 충분히 회전각을 못 만들어서 크게 돈 느낌입니다. 아무튼 트룰리 차량이 컨디션이 별로입니다.
그러니 해밀튼이라고 가만히 있을 리가 없죠. 곧바로 트룰리를 공략해서 손쉽게 자리를 차지합니다. 아까 대박 스핀만 아니었다면 좀더 앞쪽 주자들을 공략했을 텐데... 그런 생각도 들 겁니다.
이런 와중에 16 바퀴째에 선두 베텔이 피트스탑합니다. 사실 정상 상황이라면 훨씬 전에 들어와야 했겠지만 초반에 세이프티 카 뒤에서 일곱 바퀴나 돌았으니 연료가 많이 절약돼서 이렇게 늦게 들어올 수 있었던 거죠. 아마 연료를 듬뿍 채워서 첫 스틴트를 길게 가져갈 생각이었던 차량들은 어쩌면 1 스탑 작전까지도 생각해볼 수 있을 것입니다. 어쨌거나 베텔은 웨트 타이어를 그대로 유지한 상태에서 8.7초 스탑. 일단 젠슨 버튼이 선두가 되는데 4-5 바퀴 정도 더 돌 여력이 있는 상황에서 벌어진 격차를 따라잡고 피트스탑할 수 있을까요? 그러기에는 격차도 좀 커 보이고, 브론 GP의 차량도 이전 두 경기와는 달리 좀 무거운 느낌입니다만...
해밀튼이 다시금 라이코넨을 공략합니다. 헤어핀에서 키미를 아웃으로 밀어붙인 뒤에 가볍게 앞지르기에 성공했습니다. 페라리도KERS를 장착했다면 이렇게 쉽게 밀리지는 않았을 텐데... 싶습니다만... 좀 있다 물보라 속에서 키미가 먼저 나옵니다.해밀튼이 또 어디선가 실수를 한 셈이지요. 빗속에서는 좋은 모습을 많이 보여 온 해밀튼이지만 오늘은 영 실수 연발입니다. 하긴해밀튼이 중국과는 좀 안 맞긴 합니다.
한편 트룰리는 계속 농락당하는 분위기입니다. 헤이키 코발라이넨도 트룰리를 헤어핀에서 공략하는 데 성공합니다. 오늘은 이 지점이 공략처가 될 듯합니다. 확실히, 트룰리가 몸이 무거워서 헤어핀에서 제대로 라인을 못 타고 바깥쪽으로 크게 도는 모습이 보이는데 아무래도 영 그립이 안 나오는 듯합니다. 오늘은 토요타 니들이 고생이 많다~
어어? 18 바퀴 째에 메인 직선 구간을 달리는 토요타의 야르노 트룰리 차량이 무척 느린 모습입니다. 윌리엄스 차량이 휭 하니 앞을 지나가는데 뭔가 차량에 문제가 있는 듯합니다... 자세히 보니까 뒷날개가 날아가고 뒷쪽 위, 엔진 커버 부분이 너덜너덜해졌습니다. 뭔가 사고가 있었던 듯합니다. 한편 피트에는 BMW 자우버의 로베르트 쿠비차가 들어와 있는데 망가진 앞쪽 노즈가 나뒹구는 걸 봐서는 아마 노즈를 바꾼 것 갈았습니다. 아마 둘 사이에 사고가 있었나봅니다. 상황으로 봐서는 뒤에서 쿠비차가 트룰리의 차를 타고 엔진 커버를 들이받은 다음에 떨어진 듯합니다
이제 상황이 좀 짐작이 되시나요? 아마도 마지막 코너를 앞두고 트룰리를 바짝 추격하던 쿠비차가 브레이크를 제때 잡지 못하고 브레이크를 잡은 트룰리의 뒤에 올라탄 듯합니다. 브레이크 타이밍을 못 잡았거나 차량이 미끄러져서 브레이크가 제대로 안 들었거나 하는 상황일 텐데, 어쨌거나 오늘 마지막 코너가 정말 사람 여럿 잡을 것 같습니다. 어쩌면 드라이버들이 이 코너 바꾸라고 들고 일어날지도 모르겠네요. 어쨌거나 뒷 날개를 잃고 엔진 커버까지 망가진 트룰리는 아무래도 리타이어해야 할 것 같습니다.
결국 다시 세이프티 카가 출동합니다. 아마도 아까 사고 때문에 트랙에 떨어진 잔해들이 위험하다고 판단한 것 같습니다. 이렇게 되면 베텔은 쾌재를 부를 일입니다. 아직 피트스탑을 하지 않은 선두 버튼이 안 그래도 베텔과 격차를 별로 벌리지 못한 상황에서, 오히려 세이프티 카 때문에 격차를 다 까먹게 생겼으니 말입니다.
닉 하이드펠트가 피트에 들어갔습니다. 연료를 넉넉히 넣고 10.3초만에 출발합니다. 아마 아직 피트스탑을 하지 않은 많은 차량들이 쏟아져 들어오지 않을까 싶습니다.
올해부터는 세이프티 카 규정이 바뀌었습니다. 전에는 대열 정리를 할 때까지는 피트 입구가 폐쇄되었기 때문에 연료가 다 떨어져서 당장 급유를 해야 할 차량들도 페널티를 감수하고 피트에 들어가야 했습니다. 하지만 올해부터는이 규정을 없애는 대신에 트랙 위 차량이 있는 자리에 따라서 세이프티 카 발령 시점에 각 차량들이 언제부터 피트에 들어갈 수 있는 시간을 무선 신호로 알려줍니다. 무리하게 빨리 들어가려고 위험한 세이프티 카 상황에서 과속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지요.
토로 로소의 세바스티엔 부에미의 차량이 뭔가 좀 이상합니다. 어딘가에 부딪쳤는지 앞쪽 날개가 망가졌고 파편 일부는 뒷날개에 얹혀 있습니다. 그런데 리플레이 화면을 보니까 이런? 레드 불의 세바스티안 베텔 뒤를 들이받았습니다. 동생 팀의 신출내기 드라이버가 형님 팀의 에이스를 들이받다니... 다행히 베텔은 차량에 별 문제는 없는 듯합니다. 하여간 덕분에 부에미 차량의 파편이 트랙에 흩어져서 결국은 이래저래 세이프티 카 상황이 됐습니다.
선두에 있던 브론 GP의 젠슨 버튼이 20 바퀴째에 피트로 들어옵니다. 그 뒤를 따라서 팀 동료 바리켈로도 들어옵니다. 어느 정도 간격이 있으니까 바리켈로가 자기 팀 개러지 앞에 도착할 무렵에 버튼이 피트에서 나갑니다. 이래서 선두는 다시 베텔에게로 돌아가네요. 한편 머신 뒷쪽이 망가진 트룰리는 결국 피트로 들어와서 리타이어 했습니다.
그나저나 상황이 이렇게 되고 나니까 연료 작전의 차이에 따라서 팀이나 드라이버들이 희비가 엇갈리게 됐습니다. 먼저 예선 후 차량 무게 기준으로 630-640kg대인 연료를 가볍게 넣은 레드 불과 같은 팀은 좋은 상황이 됐습니다. 피트스탑을 늦게 가져가는 팀은 일찍 피트에 갔다온 차량들이 무게가 무거워서 랩 타임이 떨어질 때 충분히 격차를 벌려 놔야 하는데 세이프티 카가 나왔으니 격차가 싹 줄어들었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670kg가 넘어가는 헤비급 차량들도 나쁠 건 없습니다. 무겁기 때문에 랩 타임이 처질 수밖에 없는데 세이프티 카 덕분에 이런 차이가 줄어드는 데다가 이미 시작 때 여덟 바퀴나 세이프티 카 뒤에서 돌았기 때문에 연료가 절약되고, 이번 세이프티 카 덕분에 또 연료가 절약되어 피트스탑을 아주 늦게 가져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아예 1 스탑 작전으로 전환하기가 한결 편해졌습니다. 물론 그러기에는 날씨 상황 변화와 이에 따르는 타이어 선택 문제가 변수일 것입니다. 어중간하게 연료를 넣은 브론 GP와 같은 미들급들이 작전으로는 제일 손해를 보는 상황이 됐습니다. 그래도 뭐, 브론 GP가 차량 성능은 좋으니까...
어어? 21 바퀴째, 세이프티 카 뒤에서 3위를 달리던 페라리의 펠리페 마사가 갑자기 트랙에 멈춰 섰습니다. 스쳐가는 차들을 망연자실하게 바라보던 마사는 결국 차량 밖으로 빠져나옵니다. 이게 웬 일? 리플레이 화면을 보니 그냥 멈춘 겁니다. 전기 계통 문제 때문에 엔진이 꺼져버린 거죠. 이렇게 되니 페라리로서는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격이 됐습니다. 아직 키미가 남아있습니다만, 자칫하면 개막 3연전 연속 노 포인트라는 치욕을 겪을지도 모를 판입니다. 페라리 단장 스테파노 도메니칼리가 올 시즌을 포기하고 2010년 차량 개발에 집중할 수도 있다고 말했는데, 그 말이 정말 현실이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물론 이 광경을 바라보는 아버지 역시도 마음이...
세 바퀴만에 세이프티 카가 들어간다는 메시지가 나왔습니다. 한편 맥클라렌 팀에서는 지금 남은 연료로 33 바퀴까지 돌 수 있다고 해밀튼에게 알려줍니다. 그럼 전체 56 바퀴의 절반이 훨씬 넘는 셈입니다. 그러면 너끈하게 1 스탑을 가져갈 수 있을 상황입니다. 차량 무게가 690kg가 넘어서 시작 때 급유량이 가장 무거운 축에 들어가는 팀 동료 코발라이넨은 이보다도 더 무거우니까 거의 35 바퀴 넘게 돌 수 있다는 얘긴데... 레이스 재개를 앞두고 헤어핀에서 토로 로소의 세바스티앙 부르대가 회전 댄스를 선보입니다. 신인 부에미에 밀리면 곤란한데...
레이스가 다시 시작됐습니다. 일단 상위권에서는 순위 변화 없이, 베텔이 선두를 잡고 나갑니다. 그 뒤를 버튼과 웨버가 따르고, 페라리의 유일한 희망 라이코넨은 4위입니다. 하지만 5위 해밀튼이 라이코넨의 뒤를 바짝 뒤쫓고 있습니다. 이번이 세번째 경합인데 이번에도 해밀튼이 키미를 공략할 수 있을까요?
결국 또 해밀튼이 시케인에서 안쪽으로 파고 들어서 라이코넨을 제치는 데 성공합니다. 해밀튼도 이제는 너무 무리하지 말아야 할듯합니다. 한편 팀 동료인 코발라이넨도 아까 피트에 들어가서 연료를 채우고 나온 바리켈로를 앞지릅니다. 코발라이넨은 워낙에 연료를 많이 넣고 시작해서 아직 첫 피트스탑까지는 여유가 꽤 있을듯합니다. 이제 23 바퀴째. 해밀튼이 33 바퀴에 들어갈 예정인데 그보다 10 리터 넘게 더 연료를 실은 코발라이넨이야 뭐...
토요타의 티모 글록이 앞날개가 망가진 모습이 보입니다. 누구랑 박았을까? 아무튼 피트로 들어와서 앞쪽 날개를 바꿉니다. 이참에 타이어와 급유도 하고, 10.3초만에 작업을 모두 마치고 피트를 빠져나갑니다.
한편 세바스티안 베텔은 2위 버튼과 격차를 6.373초로 벌리면서 24 바퀴째 쾌속질주를 합니다. 23 바퀴째에서 1:54.646으로 가장 빠른 랩 타임을 경신합니다. 버튼과는 무려 4초나 차이나는 랩 타임입니다. 빗속에서는 실수도 별로 없이 정말 펄펄 나는 베텔. 같은 독일인인 슈마허 뒤를 잇는 레인 마스터로 등극하는 걸까요?
한편 중위권에서는 BMW 자우버의 로베르트 쿠비차가 아드리안 슈틸에게 자리를 내 줍니다. 이번 경기에서 KERS를 써 보려고 했던 쿠비차는 결국 KERS도 떼어 내고 머신 세팅을 못 잡아서 주말을 완전 망친 셈이 됐습니다. 게다가 아까 트룰리 차량 위에 올라탄 사고도 있었으니 하체 쪽에 손상이 있을 수도 있겠죠. 그리고 부에미와 알론소가 접전을 벌이고 있습니다. 부에미는 아까 베텔을 들이받은 것도 있고 해서 차량 상태가 어떤지 궁금한데, 일단 랩 타임으로 보면 알론소가 월등하게 좋습니다. 하지만 접전 상황에서는 부에미가 그리 손쉽게 자리를 내 주지 않습니다. 알론소로서는 이번 경기에서 떼어낸 KERS가 아쉬울 듯합니다. 부에미는 8위. 이 순위만 끝까지 지킬 수 있다면 데뷔 후 첫 포인트를 건질 수 있게 됩니다.
26 바퀴를 돌고 이제 30 바퀴 남았습니다. 베텔과 버튼의 격차가 7초 넘게 벌어졌습니다. 브론 GP 팀에서는 무선 교신을 통해서 버튼에게 레드 불 팀이 연료가 적게 들어서 빠른 것뿐이라고 얘기는 합니만, 이 추세대로 계속 벌어진다면 늦게 피트스탑하는 잇점을 활용해서 역전을 하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이곳저곳에서 트랙 이탈과 스핀이 벌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페라리 피트 크루들이 바깥으로 나옵니다. 곧 키미 라이코넨이 들어올 모양입니다. 레이스 시작 전 차량 무게가 해밀튼보다도 무거웠기 때문에 33 바퀴가 넘어서 들어올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조금 일찍 들어오네요. 11.4초나 피트스탑을 하면서 연료를 듬뿍 넣고 나갑니다. 한마디로 1 스탑으로 가겠다는 얘기죠. 어쨌거나 후미인 17위로 붙었습니다. 과연 포인트권으로 들어갈 수 있을까요? 아직 첫 스탑을 안한 차량들은 모두 1 스탑으로 갈 겁니다. 한편 라이벌 맥클라렌 팀의 두 드라이버들의 기록을 보니, 구불구불한 코너가 많은 두 번째 섹터 기록이 안 좋습니다. 디퓨저를 조금 바꿔서 향상됐다고는 합니다만 아직도 다운포스가 많이 부족한 느낌입니다.
잠시 스핀 쇼 좀 감상해 볼까요? 오늘 여러 차례 큼직한 스핀을 보이고 있는 윌리엄스의 나카지마 카즈키가 또다시 자갈밭까지 시원하게 미끄러집니다. 르노의 넬슨 피케 주니어도 빙그르르 돌더니 트랙 옆 광고판을 들이 받았습니다. 다행히 머신에는 큰 문제는 없는 듯, 겨우겨우 다시 트랙에 복귀합니다. 과연 몇 대나 완주할 수 있을지...
2009 중국 그랑프리 : 레이스 - 2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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