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2009년 시즌도 세 번째 경기로 접어드는 시점에서, 가장 큰 관심사는 벌써 브론 GP가 양대 챔피언십을 다 차지할 수 있을 것인가로 모아지고 있습니다. 젠슨 버튼의 압도적인 2연승으로 브론 GP는 확실하게 초반 기선 제압을 하고 있습니다. 지금 추세로는 97년 윌리엄스 이후 최초로 자동차 회사 팀이 아닌 독립 팀이 챔피언십을 차지하는 기록을 세울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브론 GP도 작년까지는 혼다 팀이었고 올해 머신도 따지고 보면 혼다 자본으로 개발한 것이니 완전 독립 팀이냐고 시비를 거신다면야...) 일단 디퓨저 논란이 일단락되었기 때문에 다른 팀들도 브론 GP 방식의 디퓨저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을 듯합니다만 실제 적용되려면 앞으로 한 달 정도는 잡아야 할 것이므로 그때까지 이른바 '디퓨저 갱'들은 최대한 이익을 봐야 할 것입니다. 다만, 맥클라렌과 르노는 약간 달라진 중간 형태의 디퓨저를 들고 나왔는데, 실제로 중하위를 헤메던 루이스 해밀튼이 첫번째 연습주행에서 톱 타임을 기록하고 토요일 연습주행에서도 좋은 성적을 거두면서 디퓨저가 꽤 효과가 있나본데? 싶은 느낌을 주고 있습니다.




피트 출구에 1차 예선 시작을 알리는 파란 신호등이 들어왔습니다. 가장 먼저 나간 드라이버는 포스 인디아의 쟝카를로 피시켈라. 신호등 옆을 보니까 LG 로고가 보입니다. 올해부터 LG가 포뮬러 1 스폰서로 들아가면서 경기장과 중계화면의 각종 계측 장치 또는 계측 화면에 LG 로고가 노출됩니다.




피시켈라 뒤를 따라서 윌리엄스의 니코 로즈베르크도 트랙에 나섰습니다. 그리고 줄줄이 상하이 서킷에 발을 들여 놓습니다. 가장 먼저 트랙에 나섰던 피시켈라가 1:39.502로 첫 랩 타임을 끊습니다. 토요일 연습 주행 때 니코 로즈베르크가 1분 36초대를 기록했으니까 엄청 차이가 크죠. 역시 오늘도 꼴찌는 포스 인디아의 것...?




4분이 넘게 지난 뒤에야 맥클라렌의 루이스 해밀튼 차량에 휠을 끼우는 모습이 보입니다. 중국 그랑프리에 몇몇 새로운 공기역학 패키지를 적용한 맥클라렌. 특히 디퓨저에 약간 변화를 준 결과가 일단 연습주행에서는 괜찮았습니다만 예선에서는 어떨까요? 작년 챔피언이라는 타이틀에 걸맞지 않게 지난 두 경기에서 2차 예선 통과에 실패한 굴욕을 맛본 해밀튼. 3차 예선에 들어갈 수만 있어도 일단은 성공이라 볼 수 있을 겁니다.




토요일 연습주행 때 성적이 가장 좋았던 니코 로즈베르크가 톱 타임을 기록하지만 1:37.646. 연습주행 때보다 더 나쁩니다. 하지만 이번 주행에서는 타이어 재질이 하드 옵션입니다. 보통 1차 예선 때에는 처음에는 하드 옵션으로 달려 보고, 그 다음에 소프트 옵션으로 달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무래도 소프트 옵션이 그립이 더 좋기 때문에 예선에서는 소프트 옵션을 많이 쓰는 편입니다. 중국에서는 소프트(하드 옵션)와 수퍼 소프트(소프트 옵션) 두 가지가 공급되는데, 올해 브리지스톤 타이어의 수퍼 소프트를 두고 성능과 내구성에 말이 많습니다. 그래도 워낙에 초중반에 그립이 필요한 부분이 많은지라 한 번에 서너 바퀴만 잘 돌면 되는 예선 기록은 수퍼 소프트가 더 나을 겁니다.




1차 예선이 약 15분 남은 상황. 키미 라이코넨이 개러지를 나섭니다. 타이어 옆을 보니까 녹색 줄이 그려져 있지요? 이게 소프트 옵션을 뜻하는 표식입니다. 처음부터 소프트 옵션을 장착했네요. 지난 두 경기에서 노 포인트라는 치욕을 당한 페라리. 과연 중국에서 이를 만회하고 포인트 획득에 성공할 수 있을까요? 작년에 챔피언 자리를 놓고 혈투를 벌였던 맥클라렌과 페라리, 하지만 올해는 맥클라렌 달랑 1 포인트, 페라리 노 포인트입니다. 페라리의 단장 스테파노 도메니칼리는 작년에 너무 에너지를 쏟아 붓느라 상대적으로 올해 개발에는 소홀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하고 있는데 아마도 맥클라렌 역시 비슷한 사정이 아닐까...

한편 이번 경기에서는 페라리와 르노가 KERS(운동 에너지 회수 시스템) 장치를 뗐습니다. 과연 이게 더 좋은 결과를 낼지 어쩔지는 봐야 알겠죠. 반대로 그동안 KERS를 달지 않았던 BMW 자우버의 로베르트 쿠비차는 KERS를 달고 나왔습니다만, 금요일 연습주행에서 영 좋지 않은 결과를 거두고 나서 KERS를 다시 떼기로 했습니다. 이렇게 되면 KERS를 장착한 차량은 맥클라렌 두 대, BMW 한 대, 도합 세 대 뿐입니다.




디퓨저 재미를 제대로 보고 있는 토요타 차량 두 대가 줄줄이 결승선을 밟고 있습니다. 그런데 차이가 너무 많이 납니다. 티모 글록은 1분 38초대 후반, 트룰리는 1분 37초대 중반입니다. 둘 다 하드 옵션 타이어인데도 차이가 심하게 나네요. 물론 소프트 옵션으로 타이어를 바꿔 끼고 다시 나오겠지만, 글록이 뭔가 실수라도 했나...?




이제 올해의 수퍼 스타, 브론 GP의 두 드라이버도 트랙에 나섰습니다. 레드 불의 세바스티안 베텔이 1:37.351로 톱 타임을기록하고 있는 가운데, 바리켈로의 1 섹터 기록은 썩 좋지 않습니다. 트랙 이탈과 같은 별 실수도 안 했는데 2 섹터 기록에서는톱 타임보다 무려 2초 넘게 느립니다. 그러다 보니 뒤따라오는 버튼이 바리켈로를 앞질러버리는 상황이 생깁니다. 머신에 문제라도 있나...?




어쨌거나 젠슨 버튼은 역시나 톱 타임을 0.1초 차이로 갈아치우지만 뒤따라온 레드 불의 마크 웨버가 다시 0.1초 차이로 꼭대기 자리를 차지합니다. 오호, 오늘 레드 불 페이스 아주 좋습니다. 브론 GP가 만만치 않겠는데요.





페라리의 펠리페 마사가 0.3초나 기록을 당기면서 1위에 오릅니다. 1, 2 섹터는 기록이 나쁘지만 3 섹터에서 기록이 워낙에 좋아서 얻은 결과인데, 3 섹터에 긴 직선 구간이 있는 만큼 여기서 많은 이득을 본듯합니다. 하지만 앞에서 버튼과 웨버는 하드 옵션 타이어로 달렸기 때문에 이 기록이 얼마나 유지될지는 알 수 없겠죠... 라는 말이 무섭게 소프트 옵션도 아니고 하드 옵션 타이어를 장착한 베텔이 마사의 기록을 0.147초 앞당기면서 꼭대기 자리를 되찾아 옵니다. 브론 GP에 로스 브론이라는 명장이 있다면 레드 불에는 애드리언 뉴이라는 황금의 손이 있지요. 과연 애드리언 뉴이의 손으로 탄생한 올해 레드 불 머신이 어떤 일을 저지를지, 흥미진진해집니다.




1차 예선이야 어차피 15위 안에만 들면 그만인데 뭘 1위를 그렇게 하려고 달리나... 싶지만 드라이버의 자존심 문제도 있고, 또 예선 동안에 심리 상태에도 영향을 미칠 테니, 이미 안정권에 든 드라이버들도 열심히 달립니다. 또 많이 달리면 스폰서가 중계에 노출될 기회도 많아지고... 어쨌거나 젠슨 버튼이 다시 1:36.578로 톱 타임을 갈아치웁니다. 그 뒤로 드디어 루이스 해밀튼이 결승선을 향해 다가옵니다. 해밀튼 바로 앞에서 다시 키미 라이코넨이 톱 타임을 갈아치웠는데... 결국 해밀튼도 해냈습니다. 1:36.381. 새로운 공기역학 패키지. 특히 변경된 디퓨저의 덕을 톡톡히 보는 듯합니다.




하지만 역시 브론 GP가 기세가 좋긴 좋네요. 바리켈로가 0.007초라는 간발의 차이로 다시 꼭대기에 앉습니다. 그것도 해밀튼과는 달리 하드 옵션 타이어로! 한편 피트로 들어가던 마크 웨버가 트랙을 이탈에서 자갈밭에 빠지는 모습이 보입니다. 저기가 좀 그렇더라고요. 90도로 꺾어지는 코너를 지나자마자 바로 속도 제한 구간이 시작되니까(트랙을 가로질러 하얀 선이 그어져 있는 부분) 속도를 확 줄이다가 컨트롤을 제대로 못하고 저쪽으로 빠지는 경우가 가끔 있다는...




계속 개러지에 틀어박혀 있던 맥클라렌의 헤이키 코발라이넨이 막바지로 접어들 때쯤에서야 드디어 트랙에 나섰습니다. 5분여를 남겨 놓고 플라잉 랩을 시작했는데 해밀튼에 비하면 썩 좋지는 않습니다. 그래도 1:36.646. 7위 기록으로 지난 두 경기에 비한다면야 용 됐죠. 16위로 밀려 있던 니코 로즈베르크도 3위로 확 올라오면서 안정권에 접어들었습니다. 그런데 이상한 건 토요타입니다. 남은 시간은 4분 정도 뿐인데 트룰리 16위, 글록 18위. 지금 상황이라면 탈락권입니다. 설마하니, 아직 소프트 옵션 타이어로 안 달려서 그런 거겠죠...





아까 3위를 차지했던 로즈베르크가 내친 김에 한 바퀴 더 달려서 1:35.941로 드디어 1분 35초대로 접어들면서 톱 타임을 갈아치웁니다. 2분 30초를 남기고 해밀튼이 다시 개러지를 빠져 나가는 모습이 보입니다. 이봐, 어차피 안정권일 텐데 꼭 그럴 필요 있나?





마사가 아까보다는 기록을 앞당겼지만 1분 36초 벽은 넘지 못하고 그 뒤를 따라온 토요타의 글록이 3위로 뛰어 오릅니다. 그럼 그렇지... 트룰리 역시 4위를 마크하면서 안정권으로 들어옵니다. 이제 1위 자리 뺏기 퍼레이드가 계속됩니다. 레드 불의 마크 웨버가 다시 1위를 빼앗고, 젠슨 버튼이 다시 1:35.533으로 톱 타임을 차지합니다.




여기서 잠깐! 오늘 토로 로소의 세바스티엔 부에미가 페이스가 좋습니다. 팀 동료인 세바스티앙 부르대가 탈락권에서 헤메고 있는 것과는 달리 부에미는 6위. 이 정도면 3차 예선까지도 노려볼 수 있는 페이스입니다. 그런데 토로 로소는 작년에도 세바스티안 베텔(Sebastian Vettel)과 세바스티앙 부르대(Sebastien Bourdais), 올해도 세바스티앙 부르대와 세바스티엔 부에미(Sebastien Buemi). 그러고 보면 'Sebastia(e)n'을 너무 좋아하는 듯...




이제 잘해 봐야 한 바퀴 정도를 돌 수 있는 시간만 남았습니다. 상위권에서는 1위 쟁탈전, 하위권에서는 2차 예선으로 가기 위한 마지막 생존 투쟁을 벌일 시간입니다. 그나저나 BMW 자우버의 로베르트 쿠비차는 결국 마지막 주행에서도 15위 안에 드는 데 실패함으로써 1차 예선 탈락! 이번 경기에 처음으로 KERS 장치를 달았다가 금요일을 망치고 나서 토요일에도 역시 망한 그림입니다. KERS 장치의 무게 자체가 60kg가 넘기 때문에 이 녀석을 떼느냐 다느냐에 따라서 차량 무게 배분과 균형에 큰 영향을 미치는데, 결국 그 바람에 오늘 머신 세팅까지도 실패한 셈이 됐습니다. 쿠비차 지못미... 그래도 같은 팀의 닉 하이드펠트는 간신히 12위로 1차 예선을 통과합니다. 그리고 체커가 나온 상황에서 막판 스퍼트를 벌인 루이스 해밀튼이 1:35.776으로 4위를 차지합니다. 톱 타임은 버튼과는 0.243초 격차가 있지만 그래도 중하위권을 기어다니던 때와 비교하면 뭐... 정말 용된 겁니다.

이래서 1차 예선 탈락자는 부르대, 피케, 쿠비차, 슈틸, 피시켈라로 결정됐습니다.

2009 중국 그랑프리 : 예선 - 2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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