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이스 해밀튼. 정말 전율이네요. 캐나다에서 첫 우승을 차지하더니, 거침없이 미국까지 우승을 거머쥐었습니다. 이번에는 알론소가 뒤에서 그렇게 압박을 주었는데도, 침착하게 페이스를 잃지 않고 끝까지 선두를 지켰습니다. 오히려 알론소가 결정적인 순간에 저지른 사소한, 하지만 사소하지 않은 실수 때문에 역전을 놓치고 말았습니다.




특히나 두번째 피트스탑 몇 바퀴 전에, 트랙 바깥으로 살짝 빠지는 바람에 1초를 까먹은 건 두고두고 통탄할 일입니다. 만약 그 실수만 없었다면 피트 스탑에서 역전할 확률이 꽤 높았는데... 포디움에서 영 알론소가 힘이 없어 보이는 게, 아마도 그 실수가 꽤 분했던 것 같습니다. '이 녀석은 어떻게 얄밉게 실수 한번을 안 하니?' 하는 듯한 표정이었습니다. 아무래도, 알론소 - 해밀튼, 이 관계가 불꽃이 좀 튈 것 같습니다. 할 수 없죠. 챔피언은 단 한 명 뿐이니까요.




출발 때. 알론소가 출발을 잘 했습니다만, 해밀튼이 안쪽으로 파고 들면서 라인을 내 주지 않았습니다. 알론소가 아웃으로 빠지면서 안으로 파고들어가려고 했습니다만, 해밀튼이 딱, 라인을 가로막고 있어서 결국 앞지르기에 실패했죠. 그 뒤부터는 계속 해밀튼 - 알론소 사이에 밀고 당기는 싸움이 됐습니다.

섹터 타임을 분석해 보면, 섹터 1은 해밀튼이 약간 빠른 정도, 섹터 3은 알론소가 빠른 모습이었지만, 섹터 2에서 해밀튼과 알론소가 0.2에서 0.3초 정도 격차가 난 게 문제였습니다. 결국 여기서 시간을 까먹으면서 알론소는 해밀튼을 쫓아가지 못한 거죠. 섹터 2가 가장 저속이고, 그 다음이 섹터 3, 그리고 섹터 1이 가장 빠른 구간인데, 이렇게 됐다는 건, 세팅 실패인 듯 합니다. 기자회견에서 어렴풋이 들리는 바로는 알론소 말도 코너에서 다운포스가 부족했다는 것 같습니다.




사실, 예선에서 해밀튼과 알론소 사이 격차를 생각해 보면, 알론소가 연료를 상당히 많이 넣었겠구나, 싶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가장 먼저 피트를 찾은 인물은 루이스 해밀튼. 음... 이렇게 되면 잘하면 알론소가 피트 스탑에서 해밀튼을 앞지를 수도 있겠구나 했지만, 이거 웬일? 알론소가 바로 다음 바퀴에서 피트인 했습니다. 결국 연료량은 비슷했던 거죠. 두번째 피트스탑은 오히려 알론소가 먼저 했습니다.





35 바퀴를 남기고, 백마커 때문에 시간을 다 까먹은 해밀튼을 알론소가 앞지를 기회가 있었습니다. 뱅크를 지나서 메인 직선으로 들어설 때, 슬립을 타고 앞지르기를 시도했지만, 결국 해밀튼이 잘 막으면서 수포로 돌아갔습니다. 알론소로서는 정말 아깝죠.




그 다음 바퀴에서 알론소가 좀 이상한 행동을 했습니다. 사진에서 보는 것과 같이 갑자기 피트 월 쪽으로 획 틀었다가 다시 해밀튼 뒤로 붙었습니다. 이를 두고 마틴 위트마시는 알론소가 당혹스러움을 표현한 것 같다고 했습니다만, 알론소 말은 계속 바짝 뒤에 따라가다보면 앞차 브레이크에서 나오는 카본 입자를 많이 뒤집어쓰기 때문에 그걸 떨쳐내려고 그랬다고 했습니다. 오늘 알론소 잠 못 잘 것 같네요. 정말 사소한 실수 때문에 우승을 놓쳤으니까요. 하지만 미국 그랑프리 성적이 별로 안 좋았던 알론소로서는 이번에 차지한 2위가 그다지 기분나쁘진 않을 것 같습니다. 대체로 알론소는 캐나다나 미국처럼, 브레이크를 심하게 쓰는 서킷에 약점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앞으로는 좀더 나은 모습을 보여주지 않을까요?

한편 페라리 쪽은 마사와 라이코넨이 전쟁을 벌이고 있었습니다. 초반 페이스는 마사 쪽이 좋았습니다. 라이코넨이 출발에서 실수하고 등수를 까먹으면서, 마사가 격차를 꽤 벌렸죠. 하지만 타이어 작전에서, 마사와 라이코넨이 차이가 있었습니다. 마사는 첫 스탑 때 출발 때와 마찬가지로 소프트를 끼었지만, 라이코넨은 미디엄을 끼었습니다. 키미가 마사와 비교해서 크게 처지지 않으면서, 마지막 스탑 때 미디엄을 써야 할 마사는 소프트를 쓸 수 있는 키미에게 많이 압박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마사가 잘 막아내면서 포디움을 지켰습니다. 하지만 그동안 계속 죽을 쑤던 키미는 출발 때 실수를 했어도, 역시 '빠른 드라이버'임을 과시하면서 가장 빠른 랩 타임을 기록했습니다. 그러나, 이제 챔피언 꿈은 확실히 어려워진 듯합니다. 선두와 26 포인트 차이. 고질적 문제였던 안정성에서 거의 해방된 듯한 맥클라렌의 머신. 그리고 알론소 - 해밀튼으로 이어지는 슈퍼 듀오. 어쩌면 라이코넨으로서는 '이게 뭐야! 내가 떠나니까 왜 이렇게 좋아진 거냐구!' 하고 울부짖을 심정일 것 같네요

원 스탑 작전을 쓰면서 캐나다에서 부르츠가 누렸던 영광을 꿈꿨던 로즈베르크는 엔진 블로우로 꿈을 접었고(물론 포디움을 할 만한 순위도 아니었습니다), 덕택에 세바스티앙 베텔이 데뷔전에서 포인트를 기록했습니다.

아무튼 북미 지역에서 2승을 챙기면서 알론소와 격차를 10 포인트로 벌린 루이스 해밀튼. 과연 유럽으로 돌아가서는 어떤 모습을 보일지 궁금합니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루이스의 페이스가 쉽게 사그라들지 않을 거라는 점입니다. 사실 캐나다와 미국은 루이스가 한 번도 타보지 못한 서킷입니다. 그나마 캐나다는 시뮬레이터라도 타 봤지만, 미국은 시뮬레이터조차도 써 보지 못했다고 하네요. 게다가 뱅크 구간이 있는, 유럽과는 좀 특성이 다른 트랙인데도 당당하게 우승이라... 참 입 벌어질 얘기죠.




이날 포디움 분위기가 좀 묘했습니다. 맥클라렌이 원투 피니시를 했는데도, 분위기가 조금 썰렁했죠. 해밀튼이 파크 퍼미로 들어왔을 때 알론소는 벌써 그 자리를 떠났습니다. 그래도 서로 포옹하는 정도의 우정은 남아 있네요.


 

박수는 쳐주고 있지만 알론소의 표정이 어째 좀 씁쓸해 보입니다.




과연 둘이서 무슨 귀엣말을 하고 있는 걸까요?

맥클라렌으로서는 올해 벌써 세번째 원투 피니시입니다. 북미에서 2승을 챙기고, 컨스트럭터 순위에서는 페라리와 35점 차이. 론 데니스로서는 목표치 200% 완수입니다. 아주 기분 좋은 마음으로 미국을 떠날 수 있게 됐네요. 물론 두 애물단지를 어떻게 안 싸우게 잘 관리할지, 그게 좀 스트레스긴 하겠습니다.




그나저나. 캐나다만큼 개그로 가득찬 경기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한 가지 코미디가 있었죠. 바로 이 장면, 맥클라렌이 스파이커 차량을 한 바퀴 잡으니까 청기를 내려던 마샬이 실수로 깃발을 트랙에 떨어뜨렸습니다. 이 깃발은 결국 뒤따라오던 피지켈라가 밟게 됩니다. 저 마샬 분 된통 혼났을 것 같습니다.


뱀발 :
한가지 아이러니한 건, 모나코 그랑프리에서 해밀튼이 '넘버 2 드라이버' 발언으로 파문을 일으킨 뒤에 2승을 챙겼다는 것. 이 녀석, 혹시 작정하고 그런 거 아닐까요? 팀에게 압박을 주려고? 정말 그랬다면 슈마허에 필적할 만한 엄청난 잔머리인데요...
Posted by MP4/13

BLOG main image
Drive with your sense. by MP4/13
Add to Technorati Favorites

카테고리

분류 전체보기 (1202)
광속질주 (205)
취생몽사 (160)
주지육림 (3)
독서삼매 (10)
음담패설 (28)
전광석화 (146)
우매상자 (66)
포장후면 (20)
악마사전 (6)
팔도유람 (20)
혹세무민 (508)
일상포착 (30)
Total : 3,916,072
Today : 561 Yesterday : 6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