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연차 리스트가 정치권을 강타하면서 연루된 정치인들이 속속 검찰의 수사망에 걸려들고 있습니다. 이미 전 정권의 실력자였던 이강철 전 청와대 수석이 구속됐고 이광재 의원도 조사를 받고 있습니다. 재보선 출마를 선언한 정동영 씨의 측근까지 구속되면서 상당한 파장이 예고 되고 있습니다.그런데 이 와중에 눈에 띄는 인물이 있죠. 바로 추부길 씨입니다.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을 지낼 정도로 얼마 전까지만 해도 권력의 중심부에 있었던 인물이자 이명박 대통령의 역점 사업이던 한반도 대운하 추진에 발벗고 나선 '대운하 전도사'가 체포된 것에 대해서 상당히 의외라는 반응과 함께 이번 사건이 여야 모두에게 예외가 없을 거라는 추측도 나오고 있습니다.

사실 이명박 정권은 법치, 법질서를 내세우면서도 정작 측근들의 비리에 대해서는 상당히 물렁한 모습을 보여 왔습니다. 여러 측근들이 부동산 투기를 둘러싼 각종 편법과 탈법 의혹을 받았고, 상당수가 의혹을 받은 자신이 인정할 정도로 입증되었는데도 정권에서는 "직무 수행을 못 할 정도의 문제는 아니다"라고 감싸고 도는 데에 여념이 없었지요. 게다가 경찰과 검찰이 정권의 청부 수사기관으로 전락했다는 비난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대통령의 최측근이라 할 수 있는 추부길 씨 체포는 상당히 뜻밖일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사실, 추부길 씨가 지금도 대통령의 최측근인가 하는 점에는 논란이 있습니다. 이미 MB가 추부길 씨를 버렸다는 주장도 있기 때문입니다.

MB가 추부길을 버렸다는 말은 OBS 사장 선임 문제 때부터 제기되었습니다. 작년에 OBS가 경영난에 봉착하면서 자체 제작 프로그램이 대폭 줄고 '재탕채널'처럼 전락했을 때 OBS 부회장으로 추부길 씨가 영입될 거라는 설이 파다하게 퍼진 바 있습니다. 특히나 서울과 수도권 역외 재송신 부분에서 계속 난관에 부딪쳤던 OBS 경영진으로서는 이 문제를 해결할 방법이 정권 실세를 영입하는 것뿐이라는 판단이 섰고, 따라서 청와대에서 물러났지만 '대운하 전도사'로 MB의 측근이었던 추부길 씨를 영입하는 게 해결책이라는 설이 진작부터 파다하게 나돌았습니다. 게다가 주철환 사장이 결국 사의를 표명하면서 추부길 씨가 부회장 아니면 사장 자리에 앉을 거라는 설은 더더욱 힘을 얻었습니다. 하지만 결과는? 결국 MB의 대선 특보 출신 차용규 씨가 사장으로 앉고 추부길 씨는 아무 자리도 건지지 못했지요. 이 때부터 추부길 씨가 권력 중심권에서 밀려난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환율 정책 실패로 경제 위기를 부채질했다는 비난을 받으면서도 변함없는 정권의 총애를 받았고, 결국 장관 자리에서 물러났지만 국가경쟁력강화위원장이라든 타이틀을 받았던 강만수 씨와 비교한다면 뭐 하나도 건지지 못한 추부길 씨는 그야말로 초라한 신세가 된 셈이지요. OBS 입성에 실패한 추부길 씨는 '아우어뉴스'란 인터넷 뉴스 사이트를 만들었고, 공기업 광고 몰아주기 논란이 일었습니다만 얼마 안 돼서 이제는 체포되는 신세로 몰락한 겁니다.

그렇다면 왜 MB가 추부길을 버렸을까, 이유를 생각해 보면 답은 어렵지 않습니다. 추부길 씨는 '대운하 전도사'란 말처럼 대운하와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입니다. 다시 말하자면 대운하가 제대로 추진되었어야 추부길 씨가 권력 핵심부에 머무를 수 있었다는 얘기지요. 하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대운하는 거의 물건너간 상황입니다. '4대강 살리기'란 말로 이래저래 포장하면서 꼼수를 부리고는 있습니다만 어쨌거나 지금으로서는 이명박 대통령 임기 중에 대운하 완공은 텄다고 봐야겠죠. 결국 추부길 씨는 용도폐기된 셈입니다. 이재오 씨도 대운하 전도사란 타이틀을 달고 다녔지만 운하 하나밖에는 볼 게 없었던 추부길 씨와는 달리 이재오 씨는 한나라당 안에 친이 세력의 좌장격이라는 점, 그리고 아직은 정치인으로서 효용가치가 충분했다는 점에서 계속 정치권에서 생명력을 가질 수 있었지만 그런 것도 없는 추부길 씨는 괜히 '사탄의 무리' 발언 같은 걸로 점수만 깎아먹었을 뿐, 대운하가 거의 물건너 간 지금으로서는 MB가 굳이 붙들고 있을 마땅한 이유가 없지요.

이렇게 본다면 추부길 씨는 나름대로 다용도 희생양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한때 MB의 측근이었던 추부길 씨를 잡아 넣음으로써 야당 탄압이라는 비난을 조금이라도 모면하는 '구색'을 갖출 수도 있고 효용가치가 없어진 인물을 뒷탈 없게 확실하게 목을 치는 효과도 있으니 말입니다. 과연 박연차 리스트가 어디까지 정치권에 손을 뻗칠지, 과연 정권과 여권의 핵심급 인사가 걸려들지 아니면 역시 재보선을 앞둔 야당 밟기로 끝날져는 검찰 수사가 더 진행되어 봐야 알 수 있겠습니다만 '대운하 전도사' 추부길 씨의 몰락은 아마도 정권에 어중간하게 붙어 있는 이들에게는 '까불지 말라'는 상당히 식은땀 나는 일일 것입니다.
Posted by MP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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