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관계법이 날치기 직권상정으로 다시 한 번 이슈의 중심이 되고 있습니다. 국회는 극한 대치 상황에 놓여 있고 통과시키려는 편과 막으려는 편 사이에 다시 한번 대충돌이 벌어질 판입니다. MBC도 다시 파업에 들어갔고 다른 방송사들도 지난번보다 더 높은 수위로 파업을 예고하고 있습니다.

자... 그런데 여기서 한 사람, 생각나는 분이 있네요. 바로 박근혜 씨입니다. 작년말과 연초까지 미디어법을 두고 여야가 치열한 공방을 벌이고 있을 때, 박근혜 씨는 침묵을 지키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결국 한나라당이 뜻을 이루지 못하고 좌절한 다음에야  박근혜 씨는 상당히 '소신있는' 발언을 했습니다.

"국민을 위한다면서 내놓은 법안들이 국민에게 실망과 고통을 안겨주는 점도 굉장히 안타깝다."

"열린우리당이 4대 악법 내걸고 다수당이라는 이유로 밀어붙이고 강행처리 하려고 했다. 당 대표로서 그런 점들이 가장 안타까운 일로 기억된다."

사실 말 자체는 맞는 말입니다(당시 이른바 '4대 개혁입법'을 '4대 악법'이라고 한 것 빼고는). 문제는 한창 미디어법 공방을 벌이면서 난타전이 벌어져 있을 때에는 입 다물고 발을 빼던 분이 서로 만신창이가 되고 나니까 쓱 나타나서 인기성 발언이나 툭 던지는, 그야말로 날로 먹으려는 꼴이 참 비겁했다는 점이지요. 홍준표 씨가 마스크 시위 처벌법을 '비겁자 처벌법'이라고 했는데 비겁하다는 이유로 벌을 받아야 한다면 1순위는 박근혜 씨가 아닌가 싶습니다. 그 때 썼던 '박근혜, 비겁하다'는 글을 보시면 당시 상황이 좀 더 자세하게 나와 있습니다.

이제 다시 상황은 박근혜 씨가 비판했던 그 상황으로 치닫고 있습니다. 그런데 박근혜 씨의 모습은 또다시 실종됐습니다. 친박계 의원들도 밀어붙이기에 적극 가담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렇다면 뭔가 상황이 달라지긴 했을까요? 미디어법에 대한 여론은 여전히 차갑습니다. 60%가 넘는 국민들이 여전히 미디어법을 반대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하지만 박근혜 씨는 달랑 "이미 입장을 다 밝혔다"라는 코멘트가 전부입니다.

정치는 말이 중요하지만 말만으로 끝나서는 안 됩니다. 미디어법 1 라운드 때는 그렇다고 치고, 적어도 1 라운드가 끝났을 때, 자신의 '소신'을 밝히고 당을 비판했다면 2 라운드 때에는 처음부터 자기 목소리를 분명하게 내고 행동을 하는 게 책임있는 정치인의 자세입니다. 그런데 이번에도 또다시 싸움이 전면전으로 치닫고 난타전으로 흐를 때에는 발을 빼고 있다가 서로 만신창이가 된 다음에 뭔가 그럴싸한 소신 발언으로 인기나 날로 먹겠다는, 비겁한 태도가 또다시 나타나고 있는 셈입니다. 만일 이번 2 라운드가 한나라당의 승리로 끝난다면, 과연 박근혜 씨가 1 라운드가 끝난 다음에 했던 그 '소신 발언'을 다시 한 번 할까요? 그럴 확률은 거의 없어 보입니다. 늘 눈치 보다가 대세가 정해지면 거기에 편승하는 게 그 분 스타일이니.

나름대로 차기 대권 후보로 유력하다는 분이, 지금 가장 큰 문제가 되고 있는 이슈에 대해서 자기 인기 관리나 생각하면서 강건너 불구경하듯이 바라보는 이런 행태를 보면 다시 한번 역시나 박근혜는 비겁하다는 사실을 재확인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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