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와인에 보면 'Vieilles Vignes'란 이름이 붙어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영어로 하면 'old vines', 그러니까 늙은 포도나무란 얘긴데, 다시 말해서 나이 먹은 포도나무에서 수확한 포도로 만든 와인이란 얘기 되겠습니다. 포도나무는 보통 20년 정도를 정점으로 해서 슬슬 늙어간다고 합니다. 다시 말하면 포도나무 한 그루에 열리는 포도송이의 숫자가 조금씩 줄어든다는 뜻이지요. 하지만 사람도 성장기를 지나서야 어느 정도 원숙함을 가지듯이, 꼭 왕성하게 포도송이를 맺어야 좋은 건 아닙니다. 너무 어리지도 늙지도 않은 전성기 때의 포도나무들이 최상품을 맺는 법이고, 그래도 어린 쪽보다는 너무 쇠퇴하지만 않았다면 늙은 쪽이 낫지 않나 싶습니다. 적어도 파워보다는 우아함이 주무기인 피노 누아는 그런 것 같습니다.




일단 결론부터 말하자면, 좋습니다! 처음부터 상당히 복합적인 과일향이 뛰쳐 나옵니다. 베리와 체리향, 여기에 부르고뉴 특유의 바이올렛향, 그리고 아주 시원스러운 민트향이 어울려서 마치 향수처럼 우아하면서도 힘있게 아로마가 퍼집니다. 입 안에서도 산미와 함께 장작, 그리고 약간 그을린 듯한 나무, 여기에 신선한 베리까지 다양하게 나타납니다.




시간이 지나면 탄닌이 어느 정도 나오는 편인데, 민트향이 좀더 강렬해지지만 바이올렛도 뒤처지지 않습니다. 향은 더 기다려 보니 점점 더 나무와 바이올렛 느낌이 많아지고 약간의 가죽향도 나타납니다. 맛은 상당히 정제된, 단맛을 뺀 베리 계통 과일 주스와 같습니다.




별 이름 없는 도맹에서 만든 와인입니다만 우아함, 부드러운, 시원스러운 느낌이 좋은 부르고뉴 피노 누아입니다. 다만 힘과 함께 숙성으로부터 빚어지는 2차 향들이 부족하다는 점은 아쉽습니다만, 그저 부르고뉴 피노 누아에 불과한 와인에게 더 이상을 기대하는 것도 진짜 도둑놈 심뽀가 될 겁니다.
  • bottled by: Domaine Philippe Garrey
  • grape variety: Pinot Noir
  • appellation: Bourgogne AOC
  • alchol: 12.5%
Posted by MP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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