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부르고뉴 좋아하는데... 라고 말은 합니다만 사실 부르고뉴의 옷자락도 못 들춰 본 셈입니다. 못 마셔 본 지역, 못 마셔본 쟁쟁한 도맹들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지요. 그리고 그랑 크뤼는 한 번을 못 마셔 봤습니다. 아이작 뉴튼이 그랬던가요? 그저 자신은 바닷가에서 조약돌이나 들고 장난치던 아이에 불과하다고요. 불멸의 업적을 남긴 대과학자도 그럴 진대, 저 따위야 아이는 커녕 바닷가에 굴러다니는 조약돌에 불과하죠. 언제 부르고뉴의 끝자락이라도 들춰서 속 살 한번 볼 수 있을까...




횡설수설이 길었는데, 어쨌거나 좀 낯선 녀석이긴 한데 궁금해서 집어들었습니다. 도맹 데 루즈-뀌외에라는 참 이름 헛갈리는 도맹입니다. 꼬뜨-뒤-본 지방 포도로 나름대로 자기들이 농사까지 직접 지어서 만든 것일 텐데, 기대 좀 하고 맛을 봤습니다만...

향은 괜찮았습니다. 바이올렛이 향수처럼 은은하게 뿜어 나오면서도 꽃향기의 느낌도 좋고, 가죽향, 민트향도 상당히 이 와인을 상당히 기대하게 만들었습니다. 문제는 맛! 산미가 지나치게 강해서 다른 녀석들을 다 압도해 버리는 게 가장 문제입니다. 상한 건 아닌데 아무튼 너무 산미가 강한 바람에 씁쓸한 느낌 말고는 과일 계통은 도통 안 나옵니다.




시간이 흘러도 별로 변하는 게 없이, 산미는 좀 누그러들긴 해도 여전히 별다른 특징이 없이 맛이 아주 밋밋한 느낌이라서 마시기가 불편하네요. 향은 괜찮긴 합니다만, 결국 와인은 입을 통해서 목으로 넘어가는 것이지 관상용은 아닙니다. 오로지 후각 만족을 위한다면 그냥 향수 냄새나 맡는 게 낫지요. 어쨌거나, 상태가 안 좋아서인지 원래 그래서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안 좋은 부르고뉴의 특징인, 산미 때문에 다른 맛이 다 가려져버리는 문제점이 선명하게 드러나는 와인이었습니다.
  • matured and bottled by: Domaine des Rouges-Queues
  • grape variety: Pinot Noir
  • appellation: Bourgogne Hautes-Côtes-de-Beaune AOC
  • alchol: 12.5%
Posted by MP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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