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녀석 참 주머니 생각은 잠시 잊어버리고 많이도 마신 와인 중에 하납니다. 근데 이 놈을 고르게 된 데에는 이유가 한 가지 있습니다. 바깥에서 간만에 이걸 잡았는데 맛이 좀 달라진 겁니다. 예전에 늘 즐겼던 그 느낌은 사라지고 칠레 와인에서 나는 이상한 블랙커런트 냄새가 진동을 하는 바람에 이게 뭐야? 싶었던 거죠. 상한 건 아닌데, 이 와인의 말로가 이런 건가? 싶었습니다. 그래서 그 병만 늙어버린 건지 아니면 정말 이 와인이 늙어버린 건지 궁금해서 확인차 한 병을 사들고 왔지요.




일단 확실히 전보다는 좀 나이를 먹은 느낌입니다. 나무 태운 느낌도 있지만 블랙커런트도 약간 있기는 있었습니다. 하지만 바깥에서 마셨을 때와 같이 진하게 풍기지는 않네요. 맛도 약간 칠레 같은 달달한 느낌이 있으면서도 검은 과일들이 어쨌거나 혀끝에 짙게 굴러다닙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 칠레 와인 같은 느낌이 사그러들면서 이 와인의 원래 색깔이 드러납니다. 스파이시한 자극성, 그리고 상당한 탄닌이 나옵니다. 그 뒤에도 블랙커런트 쪽이 나왔다 말았다 하긴 하는데 어쨌거나 칠레 와인 같은 그런 짜증나는 느낌까지는 아니네요. 산미도 있고, 가볍게 로스팅한 커피, 그리고 마르지 않은 장작이 입 안에 가득 퍼집니다.




처음에는 카베르네 소뷔뇽 같은 느낌으로 시작하다가 점점 발전할 수록 메를로 같은 느낌으로 변해 나갑니다. 물론 이 와인은 어느 품종도 아닌, 이탈리아 품종인 산죠베세와 꼴로리노 혼합입니다. 하루 쯤 지난 뒤에 보니까 비로소 바깥에서 마셨을 때처럼 칠레 와인스럽게 변했습니다. 결론은 밖에서 마셨던 그 병이 좀 빨리 늙어 버린 거죠 뭐.
  • bottled by: La Spinetta
  • grape variety:95% Sangiovese, 5% Colorino
  • appellation: Toscana Sangiovese IGT
  • average age of vines: 6 years
  • alchol: 13.5%
Posted by MP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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