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서 블로고스피어에서 블로그의 상업성에 대해서 무척 뜨겁고, 때로는 살벌한 얘기까지 오가고 있습니다. 주로 태터앤미디어(TNM)에 관련되어 있는 블로그들이 도마 위에 올라 있는 듯합니다. 저도 사실 이 쪽에는 별 관심이 없어서 자세한 것까지는 모르겠습니다만, 간단히 말해서 기업으로부터 의뢰를 받으면 태터앤미디어에 관련된 블로거들이 제품이나 서비스에 대한 리뷰를 올리고 그 댓가를 지급 받는 방식입니다. 물론 요즘 들어서 블로그 마케팅이 점점 중요시 되면서 기업체에서 영향력 있는 블로거들에게 서비스나 제품을 제공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만, 문제는 TNM의 경우에는 그야말로 광고성이라는 것이지요. 더 문제는 그런 광고성 리뷰를 쓴 블로거들이 그 사실을 솔직하게 밝히지도 않는다는 것입니다.

사실 저도 TNM은 아니지만 어떻게 해서 작년에 한 제품 발표회장에 초대를 받은 적이 있었습니다. 리뷰를 써 달라는 부탁이었는데 사실 당시 런칭한 광고 컨셉이 썩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예의상 초대해 준 쪽에 연락을 해서 좋게 써 주기는 어려울 듯하다고 말하니, 좀 난색을 표하더군요. 그래서 그냥 아무 글도 안 올렸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그 광고는 돈만 잔뜩 쓰고 별 재미 못 보더군요. 행사 때 선물로 괜찮은 와인 한 병을 받았는데 몇 달 뒤에 그거 마시면서 좀 미안하긴 했습니다만, 그렇다고 제 생각에 아무리 봐도 좋은 평가를 못 내릴 광고를 좋다고 사람들을 속일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그런데 TNM과 관련된 블로거들은 그야말로 광고나 마찬가지인, 곧 단점은 다 감추고 장점만 늘어놓은 글을 '리뷰'란 이름으로 올리다 보니 시빗거리가 되고 있는 모습입니다.

일부에서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상업성이 무슨 죄냐는 말을 하기도 합니다. 물론입니다. 블로그가 반드시 무료 봉사를 해야 한다는 법도 없고, 내 시간과 돈, 노력과 지성을 들여서 창작물을 만드는데 누구처럼 무단복제 했다고 초등학생까지 마구잡이로 고소하면서 저작권 보호까지는 못 받을 망정 댓가를 받는 게 나쁘다고 생각해 본 적 없습니다. 가끔 제 글이 마음에 안 드는 분들이 애드센스 단 것 가지고 시비 거는데, 그거 기분 나빠서라도 보란듯이 애드센스 계속 걸 겁니다.

하지만 말입니다. 상업성에도 '상도덕'이란 게 있습니다. 상업적이라고 해서 나쁠 건 없지만 상업적이라고 해서 다 면죄부가 되는 게 아닙니다. 상도덕이 무너지면 상업도 무너지는 겁니다. 예를 들어 봅시다. 언론에서 광고의 공신력과 보도의 공신력은 하늘과 땅 차이입니다. 그래서 많은 기업들은 신제품이 나오거나 하면 언론을 대상으로 열심히 홍보를 합니다. 그걸 보도해 줄지 말지는 언론 마음입니다. 그런데 언론에서 돈을 받고 보도를 해 준다고 가정해 봅시다. 이건 욕 먹어도 싼 일입니다. 사실 '상업적'인 관점에서 보면 뭐가 문제겠습니까? 광고 시간이 제한되어 있으니 광고 수입도 제한되어 있고, 그래서 더 많은 수입을 얻기 위해서 기사까지 활용한 건데 말입니다. 하지만 상도덕으로 보면 욕 먹어도 싼 일입니다. 그리고 그런 짓을 자꾸 하다 보면 사람들이 그 언론의 기사를 믿지 않게 되어 등을 돌리고 결국 그에 따라 광고 수입 또한 타격을 받게 마련입니다. 그야말로 '소탐대실'인 셈입니다.

블로그가 상업적인 게 죄는 아니고 욕 먹어야 할 이유는 없습니다. 문제는 상업적인 것과 상도덕은 구분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많은 블로거들은 업체에서 상품이나 서비스를 제공 받아서 리뷰를 쓸 때에는 그 사실을 밝히곤 합니다. 상도덕의 기본은 '속이지 않는 것'입니다. 남을 속이는 데에 상업적이라는 말은 면죄부가 될 수 없습니다. 블로그의 상도덕이 무너지면 어떻게 될까요? 업체로부터 돈과 제품을 제공 받고 나쁜 상품을 좋은 상품인 것처럼 속이거나 장점만 잔뜩 부각시키고 단점을 감추는 리뷰를 쓰는 블로그가 넘쳐나다 보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들에게 돌아가게 됩니다. 결국 그런 리뷰는 더 이상 사람들에게 믿음을 얻지 못하고 업체들도 더 이상 광고성 리뷰가 사람들에게 효과가 없다고 판단하면 관심이 줄어들게 되겠지요. 결국 오래지 않아 업체와 블로거들의 관계도 무너지게 될 것입니다.

상도덕을 지킴으로써 당장은 손해가 되거나 이익이 줄어들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럼으로써 상업적 관계는 더 오래 지속될 수 있고 결국은 더 많은 수익을 창출할 수 있게 됩니다. 최근 살벌한 육두문자까지 오가는 TNM 관련 논란을 보면서 너무 말이 심하다는 생각도 듭니다만, 한편으로는 광고 블로거로 지목된 블로거들의 무책임한 태도나 낯간지러운 변명을 듣고 있자면 '욕 먹어도 싸다'는 생각이 들 정도이기도 합니다. 상도덕이란 것에 대해서 정해진 규칙은 없을 지 모릅니다. 하지만 상도덕의 기본이 '속이지 않는 것'이라는 사실 만큼은 반론할 여지가 없을 것입니다. 당장의 이익에 눈이 어두워서 상도덕을 무시하다가는 정말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른 노부부처럼 판 전체를 깨 버릴 수도 있습니다.

TNM에 관련된 문제를 푸는 방법도 결국은 상도덕의 문제, 솔직함의 문제입니다. 리뷰를 원하는 업체나 TNM은 블로거들에게 광고가 아닌 솔직한 리뷰를 요구하고, 블로거도 사람들에게 솔직해지면 됩니다. 솔직하게 장점과 단점을 냉정하게 밝혀서 소비자들의 판단에 도움이 되도록 리뷰를 쓰든가, 아니면 업체의 지원을 받아서 쓴 리뷰임을 밝히던가, 그러면 되는 겁니다.

덧불여, 이름 좀 있다는 블로거들 중에서 가끔 못된 버릇을 보게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블로그의 영향력과 자신의 영향력을 으스대고, '쓰레기 언론'에 대한 비난을 아낌없이 퍼붓다가도 막상 자신의 글이 오보였다든가, '쓰레기 언론'과 거의 동격이라 할 수 있는 글을 올려서 비판을 받을 때에는 '블로그는 개인의 공간'이라는 방패 뒤로 숨어버립니다. 표현의 자유는 좋습니다. 하지만 그건 자신이 자신의 표현에 책임을 질 때에(법적 책임을 얘기하는 게 아닙니다) 온전히 존중되는 것입니다. TNM 관련 논란에서도 그런 못된 버릇이 나오는 블로거들이 좀 있는데, 권리와 책임은 어쩌면 동전의 양면과도 같습니다. 자유를 누리는 만큼, 그 무게 만큼 주어지는 책임에 대해서도 자각할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
Posted by MP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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