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뮬러 1 드라이버들이 그야말로 뿔이 났습니다. 그 대상이 또한 드라이버들의 목줄을 쥐고 있다 할 수 있는, 국제 모터스포츠 관할 기구인 국제자동차연맹(FIA)이기 때문입니다.

자동차 운전을 하려면 운전면허증을 받아야 하듯이, 자동차 경기에 참가하려면 선수 라이센스를 받아야 합니다. 경기의 종류와 등급에 따라서 발급하는 곳이 다른데, 기본적으로는 각 나라에 있는 관할기구인 ASN에 발급 신청을 하게 되고 국내 라이센스는 ASN이, 국제 라이센스는 FIA가 발급하게 됩니다. 라이센스 등급에는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만, 최고 수준의 경기라 할 수 있는 포뮬러 1을 타기 위해서는 반드시 수퍼 라이센스(Super License)가 필요합니다. 물론 절대 아무나 발급 받을 수 없고, 까다로운 자격 조건과 심사를 통해서만 발급됩니다. 물론 어디까지나 이건 면허증이므로 수퍼 라이센스를 발급 받았다고 무조건 F1에 참가할 수 있는 건 아니고, 레이스 드라이버든 테스트 드라이버든 F1 팀과 계약을 맺지 않으면 있으나 마나한 라이센스입니다.

그런데 이 수퍼 라이센스를 발급 받기 위한 비용 때문에 드라이버들이 뿔이 난 셈입니다. 수퍼 라이센스는 해마다 갱신되며 갱신할 때마다 발급비를 내야 합니다. 2007년까지 수퍼 라이센스를 발급 받기 위한 비용은 기본 발급비 1,690 유로(약 300만 원)에 전년도에 F1 경기에 참가한 경우에는 시즌 동안 따낸 포인트 당 447 유로(약 78만 원)를 내야 했습니다. 그런데 2008년 들어서 FIA는 기본 발급비를 1만 유로(약 1,760만 원)로, 그리고 포인트 당 2,000 유로(약 352만 원)를 내도록 대폭 올린 것입니다. 당연히 드라이버들 사이에서 거세게 반발이 일어났습니다. 만약 2007년 방식으로 계산하면 2008년 F1 챔피언인 루이스 해밀튼은 기본 발급비 1,690 유로와 2008 시즌에 딴 98 포인트 × 447 유로 = 43,806 유로, 합쳐서 45,496 유로(약 8,007만 원)를 2009년 수퍼 라이센스 발급 비용으로 내면 되는 셈입니다. 하지만 2008년부터 적용되는 계산법으로는 10,000 + 98 × 2,000 = 206,000 유로(3억 6,256만 원)를 내야 됩니다. 아마도 2009년에는 비용이 또 오를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수퍼 라이센스 발급비는 팀에서 대신 내 주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드라이버들은 라이센스 하나 발급 받기 위해서 많게는 무려 3억 원을 내라고 하는 건 너무 심하며, 드라이버들의 주머니를 털어서 운영 자금을 쉽게 마련하려고 한다는 주장을 하고 있습니다. 또한 다른 스포츠는 단지 경기 참가를 위한 라이센스를 발급하면서 이렇게 엄청난 비용을 내리고 하지는 않는다면서(두 번째로 라이센스 발급 비용이 비싼 것으로 알려져 있는 미국의 NASCAR 레이스도 성적에 관계 없이 드라이버 당 4천 달러만 내면 됩니다) 터무니 없다고 반발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FIA 회장인 맥스 모슬리는 드라이버들이 해마다 수십 억에서 수백 억 달러까지도 벌어들이면서 라이센스 비용이 너무 비싸다고 주장하는 것은 가당치 않은 소리라고 반박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적정한 비용 산출을 위해서 드라이버들에 총 수입을 밝히라고 요구하고 있지만 드라이버들은 이를 거부하고 있습니다. 보통 프로 선수들의 연봉이 공개되는 우리나라나 미국과는 달리 유럽은 연봉에 관한 내용을 비밀에 부치는 게 보통입니다. 그래서 F1 드라이버들의 연봉이나 수입에 관한 뉴스들도 어디까지나 추정치일 뿐입니다.

아무튼 드라이버들과 FIA 사이에 다툼이 점점 격화되면서 FIA 회장 맥스 모슬리는 언론 매체를 통해서 드라이버들을 비난하고, F1 드라이버들의 모임인 GPDA(Grand Prix Driver Association)는 이를 반박하는 공개 성명을 냈습니다. 다음은 GPDA에서 발표한 성명 전문입니다.



수퍼 라이센스 비용에 관해 드라이버와 FIA  사이에 벌어진 문제에 대한 오보에 관하여, 또한 모슬리 씨의 최근 발언에 대하여 드라이버들은 다음 사항을 분명하게 해 주기를 원합니다.

2008년 1월에, FIA는 포뮬러 1 드라이버들이 수퍼 라이센스를 보유하기 위해 지불해야 하는 비용을 일방적으로 올렸습니다. 2008년에  수퍼 라이센스에 대한 기본 발급비는 2007년 1,690 유로에서 10,000 유로로 올랐으며 이는 다섯 배가 넘는 폭입니다. 이에 더해서, 전년도 포인트 당 지불 비용까지 기본 수퍼 라이센스 발급비도 447 유로에서 2008년에 2,000 유로로 올랐으며 이는 거의 3.5배에 이릅니다.

이러한 인상은 드라이버들과 어떤 사전 협의도 없이 이루어졌으며, 드라이버들은 이러한 사실을 2008년 1월에 청구서가 각자의 팀에 배달되고, 또한 언론 보도를 통해서야 처음으로 알았습니다. 제안된 인상안은 적용에 이르는 방식에서나 각 드라이버들 개인에게 미치는 영향에서나 본질부터가 불공평합니다.

FIA가 이렇게 비용을 올려버린 이후로, 이 일은 드라이버들에게 예외 없이 공분을 샀습니다. 이는 불합리하고 불공평하기 때문입니다. GPDA는 - 수퍼 라이센스를 보유하고 있는 모든 드라이버들을, GPDA 소속이 아닌 이들까지 대표하여 - 2008년 내내 FIA와 이 문제를 공론화시키기지 않고 풀기 위해 적절하고 프로다운 해결책을 찾으려 노력했으며, 지난 9월에 있었던 이탈리아 그랑프리에서 모슬리 씨와 회의를 가지면서 논의를 더 진행시키기 위한 길을 열어 놓았습니다.

여기에는 FIA가 드라이버들의 총 수입을 공개하도록 요구한 것까지 포함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모슬리 씨는 므라이버들에게서 어떤 대답도 듣지 못했다고 언론에 거짓 주장을 했습니다. 지난 12월에 드라이버들은 GPDA를 통해서 보낸 편지에서 적절한 수퍼 라이센스 비용을 산출하는 데에 관계가 없기 때문에 그 요구를 거절했습니다. 더 나아가, 드라이버들의 총 수입(그리고 순이익)은 드라이버들, 그들의 매니지먼트와 재정 고문, 그리고 관련된 모든 세무 기관만이 알 수 있는 비밀이며, 그대로 존중되어야 합니다.

사실, 모슬리 씨 자신은 최근에 GPDA와 서신을 교환하며서 이러한 비밀 유지를 연급했습니다. 수퍼 라이센스 비용을 팀에서 지불할 지 드라이버가 낼 지에 대해서 모슬리 씨는 드라이버와 팀 사이 계약 문제이지 FIA가 상관할 문제가 아니라고 결론을 지었습니다.

드라이버들은 수퍼 라이센스 비용이 합리적으로 오르는 것에 반대하지 않으며, 이 비용은 라이센스 발급에 관련된 행정과 다른 제반 비용을 포함해야 합니다.

따라서, 드라이버들은 2007년 수퍼 라이센스 비용에 대하여 2008년 시즌의 물가 상승분을 반영한 조정분을 지불하며 2009년 시즌에도 이에 상응한 인상분을 지불하겠다고 제안했습니다.

이에 더해서, 모슬리씨가 몬짜에서 예상한 바에 따라서 2008년에 연맹 운영을 위하여 필요한 대략 170만 유로의 부족 분을 채우고 아울러 2009년에 필요하게 될 3백만 유로를 더 마련하기 위한 FIA의 자금 증액을 도울 적절한 방법을 모색하겠다고 제안했습니다.

드라이버들은 수퍼 라이센스 비용은 FIA의 자금줄이 되어서는 안 되며 이러한 변화는 지난 수퍼 라이센스 비용과 다른 모든 드라이버 라이센스 비용에 대한 원칙에서 크게 이탈하는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FIA는 상업권을 개발함으로써 충분한 자금을 확보해야 합니다.

원칙적으로, 드라이버들은 자신들에게 부여된 적법한 의무를 충족하는 것 이외의 비용을 마련하기 위한 분담금을 내서는 안 됩니다. 드라이버들에게 안전한 차량을 제공하는 것은 팀의 의무이고, 안전한 서킷을 제공할 의무는 서킷 소유주에게 있으며 헬멧, 방염복, 그밖에 것들을 공급할 의무는 제조사에게 있습니다. FIA는 관할 기구로서 안전 규정을 강제하고 서킷 라이센스와 같은 방법을 통해서 각자가 의무를 다 하고 있는지를 감시할 책임이 있습니다. 드라이버에 대한 라이센스  절차는 드라이버가 포뮬러 1에 필요한 수준의 레이스를 하기에 적절한지를 보장하는 것입니다.

수치에 관련된 사항
  • 이미 2007년에, F1 수퍼 라이센스 비용은 모든 스포츠인들을 통틀어 라이센스를 받기 위해서 지불해야 하는 가장 비싼 비용이었습니다.
  • 1년 만에, 그것도 아무런 사전 통보 없이, 500%(기본 발급비)와 350%(포인트 당 비용)가 올랐습니다.
  • 2008 F1 월드 챔피언십 우승자는 270,000 달러를 내야 합니다.
  • 세계에서 이에 가장 근접한 비용은 NASCAR로서 각 드라이버는 해마다 4,000 달러를 지불합니다.
  • FIA는 우리의 수퍼 라이센스 비용을 통해서 시즌마다 총 170만 유로를 벌어들임으로써 드라이버들의 기여로 연맹을 운영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이 문제가 과연 어떻게 풀릴 지는 아직까지 불투명합니다. GPDA에서는 만약 터무니 없는 발급비 인상이 고쳐지지 않으면 파업까지도 불사하겠다고 경고하고 있고, FIA는 할 테면 해 보라는 식으로 나오고 있어서 어쩌면 F1 사상 최초로 드라이버들의 파업 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결국 그런 파국은 어느 쪽에나 득이 될 것이 없기 때문에 물밑 협상은 계속될 것 같습니다. 어쨌거나 경기 참가비도 아니고 라이센스 발급비가 많게는 무려 3억 원이 넘어간다면 아무리 돈을 집에다가 쌓아 놓고 사는 부자라고 하도 '너무 비싸다'는 생각을 안 할 수는 없을 겁니다. 그리고 그 돈 중에 일부는 맥스 모슬리가 성매매 여성 다섯 명과 변태 파티를 하는 데에도 들어갔을 테니...
Posted by MP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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