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 참사에서 경찰과 용역 깡패들이 철거민 농성을 진압하기 위해서 공조했다는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경찰청이 내어 준 경찰의 무선 교신 내용에서 경찰들이 용역 경비원들이 해머를 비롯한 연장을 가지고 장애물을 해체하고 있다는 언급이 나왔습니다. 용역 깡패들과 경찰이 한패거리라는 의혹이 사실로 드러난 셈입니다.

사실 어제 오늘 일은 아닙니다. 그동안 철거민들의 시위나 농성을 용역 깡패들이 무자비하게 유혈 테러할 때, 경찰들은 늘 수수방관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철거민들만 골라서 잡아갑니다. 용역 깡패들은 그야말로 무법지대였습니다. 이명박 정부 때에만 새삼스레 그랬던 것도 아닙니다. 참여정부 때에도, 김대중 정권 때에도, 그 전에도, 늘 그들은 무풍지대였습니다. 외국 대사관 직원도 아닌데 치외법권을 누리는 듯했습니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에 들어서는 확실히 이런 풍토들이 심해진 건 사실입니다. 입만 열면 법질서 타령을 하는 이명박 정부의 법질서에 대한 태도는 한마디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불법은 안 돼도 무법은 괜찮다."

불법과 무법의 차이는 이렇습니다. 불법은 법을 지키지 않은 것으로 법을 내세워서 공권력에게 제재를 받습니다. 하지만 무법이란 그야말로 법 자체가 마비되는 상황입니다. 공권력이 있어도 제재할 생각을 안 하고 방관하거나 오히려 동조하기까지 합니다. 그야말로 법이란 게 없어져버린 상황입니다.

'불법은 안 돼도 무법은 괜찮다'는 정부의 태도는 비단 철거민 사태에서만 드러나지 않습니다. 당장 정부만 봐도 그렇게 법질서 타령을 하는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을 비롯한 여러 고위 관료가 절대 농지를 불법 소유하고 위장 전입을 하는 불법을 저질러도 아무런 조치가 없습니다. 그야말로 자신들에게 법 따위는 적용되지 않는다는 태도로 비위 좋게도 '법질서 확립'을 외치고 있습니다. 그들은 무법지대에 살고 있습니다. 경찰이 수칙을 위반한 과잉 진압을 해도 "군홧발로 짓밟는 건 안 돼도 단화로 짓밟는 건 괜찮다"는 식의 태도를 보이는 것, 이것 역시 무법입니다. 법이란 그들에게 편한대로 늘였다 줄였다 하는 고무줄과 같은 것입니다. 얼마든지 자신들을 법의 테두리 바깥으로 빼낼 수 있습니다. 이번 용산 참사에서도 역시나 그들은 철거민과 경찰 특공대 모두를 사지로 몰아 넣고서도, 깡패들과 결탁해서 진압을 해도 역시 정당한 공무집행이라는 말만 하고 있습니다. 책임자는 미안하다는 말도 하는 둥 마는 둥, 요지부동입니다. 검찰은 철거민들의 배후만 뒤지고 있을 뿐 용역 깡패들에 대한 수사는 손도 안 대고 있습니다. 그야말로 무법천지입니다.

당연한 얘기입니다만, 불법보다 더 무서운 게 무법입니다. 불법은 공권력에게 제재를 받지만 무법은 아예 법 자체가 비껴가기 때문입니다. 진정으로 법질서를 확립하고 싶다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무법지대를 없애는 것입니다. 어떤 힘이나 권력으로도 법의 테두리를 벗어날 수 없다는 사실을 사람들이 공감할 때, 법과 질서는 존중받고 법질서는 확립됩니다. 하지만 지금처럼 '불법은 안 돼도 무법은 괜찮다'는 논리가 통할 때, 법질서는 무법자들의 도구가 되고 사람들에게는 웃음거리가 될 뿐입니다
Posted by MP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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