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영자총협회와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이 손을 잡았습니다. 심각한 경제위기 상황에서 기업 경영 위기와 대량 실업이 우려되기 때문에 사회 각 주체가 힘과 의지를 모아야 한다는 게 그 이유입니다. 그래서 일자리 창출과 유지, 일자리 나누기, 취약계층 지원을 위한 사회안전망 구축, 사회적 합의를 널리 전파하는 일 등을 과제로 제시하고 비상대책회의를 구성해서 다음달 말까지 노·사·민·정의 사회적 대타협을 이끌어내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런데 한국노총의 이런 '대타협'은 참으로 뻔뻔스러운 행태입니다. 테이프를 돌려서 대통령 선거 때로 가 보도록 합시다. 당시 한국노총은 이명박 후보 지지선언을 했습니다.

이 후보와 한국노총 이용득 위원장은 이날 여의도 한노총 사무실에서 지역 및 산별 위원장 전원이 참석한 가운데 한국노총 조합원 88만명의 이 후보 적극 지지, 한국노총과 약속한 이 후보의 공약 적극 이행, 이 후보 당선시 한노총과 정책협의회 정례화 등을 내용으로 하는 `2007대선 정책협약 협정서'에 서명했다.

이 후보가 집권시 이행키로 약속한 정책공약은 ▲정규직 전환회피를 목적으로 한 기간제 근로자와의 재계약 거부 제한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사업장에 대한 인센티브 제공 ▲노사발전재단 설립 ▲노사정 동수의 고용보험기금운영위 설치 ▲연령 차별금지 및 60세 정년보장법 제정 ▲노사정위원회 대폭 확대개편 ▲연간 실노동시간 2천시간 이하 단축 적극 추진 ▲노조전임자 임금지급 보장 적극 검토 ▲원.하청 공정거래 질서 확립 등이다.

- 관련 기사 : <李-한노총 `정책동반자' 선언>

자, 이명박 대통령이 집권했을 때 이행키로 한 정책공약을 봅시다. 어느 하나 제대로 이행된 게 없습니다. 아니, 이행된 게 없는 정도가 아니라 아예 거꾸로 가는 것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연령차별금지' 조항은 오히려 노인들에 대해서 최저임금 규정에 예외를 두어 노골적으로 차별을 하겠다고 나서는 판입니다. 한국노총이 밀었던 이명박 후보가 대통령이 되고 나서 반노동정책으로 노동자들의 권리는 축소되고 노동자들은 삶의 위기로 몰리고 있습니다. 오히려 노총은 총선 때 은근히 노렸던 자신들의 지분도 제대로 챙기지 못하는, 그야말로 '몸 대주고 뺨 맞은' 격이 되어 버렸습니다.

그런데, 자신들이 밀었던 후보 덕택에 경제는 위기로 빠지고 노동자들의 삶은 피폐해지고, 정부는 계속 노동자들의 권리를 빼앗아가고 있는데 그에 대한 반성을 하거나 당시 공약을 이행하기를 촉구하는 최소한의 염치도 없이 이제는 또 경총과 손을 잡겠다고 나서고 있습니다. 허구헌날 저렇게 손만 잡다가 상대방의 얼굴마담 구실만 하고 건지는 게 없는 판입니다. 기업 경영과 대량 실업의 위기는 왜 왔는지, 그 근본 원인에 대한 성찰과 반성이 없이 그럴싸한 과제만 제시해 놓고서 손 잡는 한국노총이 과연 그들이 주장하는 결과를 이끌어낼 가망이 있을까요? 이미 이명박 대통령과 손을 잡았던 결과가 그야말로 빵점으로 나온 상황에서 이번 기회에 확실하게 어용으로 돌아서겠다는 건지 어쩐 건지 참으로 궁금해집니다. 뭘 더 빼앗기려는 건지, 뭘 더 내 주고 얄팍한 자기들의 이익을 챙기겠다는 건지 뻔뻔한 한국노총의 악수가 참으로 한숨만 나옵니다. 자본가들과 결탁해서 노동자들을 팔아 자신들의 이익을 챙기는 이들이야말로 진정한 '노동 귀족'입니다. 지금 한국노총이 먼저 해야 할 일은 대타협이 아니라 대통령 선거에서 잘못된 후보를 밀어서 그 결과 노동자들을 벼랑으로 내 몬 데에 대한 사과입니다.
Posted by MP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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