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상상플러스>에서 신정환 씨가 '개새끼'라고 한 말이 방송을 타고 나가는 바람에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제작진 쪽에서는 자신들의 잘못이라고 사과를 하고 나섰습니다만, 신정환 씨에 대한 비난도 상당한 것 같습니다. 물론 신정환 씨도 사과를 했습니다만 어쨌거나 이번 일이 제작진만의 잘못이 아닌, 편집이 되든 안 되든 방송 카메라 앞에서 욕을 한 신정환 씨에게도 문제가 있다는 비난도 꽤 많은 듯합니다.
제 생각에는, 이번 일은 제작진 잘못이 맞습니다. 실제로 예능 프로 녹화장에 가 보면 가끔씩 새끼, 씨발, 뭐 이런 정도 욕을 듣는 건 어렵지 않습니다. 심지어는 그런 장면이 방송에 무음처리를 해서 나가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서, '개'까지만 나가고 '새끼'는 무음처리를 하는 거죠. 그리고 자막에는 '개××'라는 식으로 나가서 암시를 줍니다. 예능 프로에서 이런 경우 어쩌다 가끔 보셨을 겁니다.
당연히, 그런 말을 하는 당사자들이 이게 방송에 나갈 거라고 생각해서 그러지는 않습니다. 가끔씩 분위기를 전환하거나 업 시키기 위해서 한 마디씩 던지는 건 사실 어제 오늘 일도 아니고 오래 전부터 있었던 일이라 녹화 현장에서는 낯선 풍경도 아닙니다. 신정환 씨가 '개새끼'라고 욕을 했는데 다른 출연자들이 불쾌하게 받아들였다, 그럼 모르겠지만 그 말을 했을 때 사람들이 박장대소하고 분위기 좋아지면 나름대로 녹화 현장 분위기를 띄우는 짧고 강한 무기가 되는 것이지요. 녹화 현장에는 제작진이나 작가들 가운데 여성들도 꽤 많습니다만 다들 깔깔거리면서 웃는 분위기지 "아니 욕을?" 하는 경우는 지금까지 보지 못했습니다. 물론 욕의 수위 자체도 사실 요즘은 드라마 같으면 그냥 나갈 만한 수준에 불과하기 때문이기도 하겠지요.
어쨌거나, 만약 다른 사람들은 안 그러는데 신정환 씨만 그런 식이라면 모르겠습니다만 녹화장에서 분위기 띄우기 차원에서 욕 한두 마디 하는 건 예전부터 늘 있었던 일고, 출연자와 PD 사이의 신뢰 관계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편집이라는 게 한 번 테이프 보고 마는 게 아니라 가편집과 종합편집을 거치면서 여러 스태프들이 보기 때문에 욕이 그냥 방송으로 나갈 거라고는 생각을 못 하기 마련입니다. 녹화장에서 그동안 있어 왔던 모습을 보면 이번 일이 신정환 씨가 돌출 행동을 했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안 하던 짓을 해야 돌출 행동이지, 분위기 띄우기 차원에서 다른 연예인들도 종종 하던 걸 신정환 씨가 했다고 해서 돌출 행동이라고 보기는 어려울 겁니다.
물론 '좋은 말로도 얼마든지 할 수 있잖아'라고 말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결국은 연예인이나 제작진의 선택입니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가벼운 욕이라는 게 분위기 띄우는 데 짧으면서도 강하게 작용할 수 있기 때문에 제작진에서도 '어차피 편집하면 되는데 뭘' 하고 묵인하는 겁니다. 만약에 그런 걸 다 걸러내서 편집할 자신이 없으면 아예 방송에 나가든 안 나가든 무조건 욕 금지를 내거는 편이 낫습니다. 그렇지 않다면 철저하게 걸러내야죠. 또 한 편으로는 자꾸 출연자들의 말에 이것저것 제한을 걸어 놓으면 출연자들도 너무 의식할 게 많아져서 녹화가 재미없게 나옵니다. 그렇기 때문에 질펀하게 하고 싶은 대로 놀게 만들어 놓고서 편집으로 들어내는 게 요즘 예능 프로그램의 제작 스타일입니다. 어떤 연예인이 자기가 욕하는 장면이 방송에 나가는 걸 좋아할까요? 제작진을 믿고 분위기 띄워 보자고 한 욕 한 마디가 제작진의 불찰로 방송에 나간다면 그건 명백한 제작진 책임입니다. PD에는 편집권이라는 게 있습니다. 마음에 안 드는 장면, 재미 없다고 느끼는 장면들은 시청자한테 물어 볼 것 없이 자기 판단으로 들어낼 권한이 있는 겁니다. 그렇다면 거기에 따르는 책임도 필요한 겁니다. 당연히 방송에 안 나가야 하고, 당사자도 당연히 방송에 안 나갈 거라고 믿는 장면을 그냥 내보내는 건 99% 제작진이 책임져야 할 문제입니다. 이번 일이 생방송이었다면 출연자가 책임져야 할 문제지만 녹화라면 편집권을 가진 제작진 책임입니다.
"너 신정환 옹호하는 거냐"라고 물으신다면 "이번 일 만큼은"이 제 대답입니다. 그가 마땅히 돌출 행동을 한 것도 아니고 오래 전부터 있어 왔던 '관행' 정도일 뿐입니다. 제작진의 불찰로 모두가 당연히 안 나갈 거라고 생각했던 장면이 나갔는데, 그렇다면 녹화장에서는 욕하도록 방관하고(아마 그 때 녹화장에서 제작진들도 낄낄거리면서 웃었을 겁니다) 그걸 걸러내지 못한 제작진이 책임지는 게 맞는 얘깁니다. 그게 자신 없으면 녹화장에서부터 '방송 부적합 용어 사용 금지'를 못 박아야죠. 특히나, 방송가의 사정을 모르는 보통 사람들이야 그럴 수 있다고 하지만, 알 거 다 알고 있는 배국남 씨 같은 연예전문기자들도 신정환 씨의 자질 문제를 들먹이고 나오는 건 그야말로 코미디입니다. 차라리 꼬집으려면 분위기 업 시킨다고 욕하는 게 묵인되는 관행화된 녹화장의 풍토를 문제 삼아야지 마치 신정환 씨 혼자서 돌출 행동 하는 것처럼 뒤집어 씌우는 건 기자로서 진짜 치사한 짓거리입니다. 그런 식으로 연예인 자질 문제를 따지자면 아마 방송 접어야 할 연예인들이 가을 밤나무에서 밤송이 떨어지듯이 후두둑 떨어질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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