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계의 대표 독설가인 김구라 씨가 다시 한번 구설수에 휘말렸습니다. 이번에는 <명랑히어로>에서 홍석천 씨를 빗댄 발언이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김구라는 지난 17일 '명랑히어로'에서 또 한번 '막말'로 구설수에 올랐다. 게스트 이영은이 "남자분이 T 수영복을 입은 걸 봤다"고 말하자 "석천이 아니야?"라고 말해 논란을 불러일으킨 것. 김구라는 곧이어 "나 석천이랑 친해"라며 자신의 발언에 대해 뒤늦게 수습하려 했지만 한번 내뱉은 말은 다시 돌이킬 수 없었다.

- 참조 기사 : ‘막말’ 김구라, 홍석천 비하 또 구설수 ‘독설당하는 사람도 웃길 수 있을까?’

이 발언 때문에 네티즌들의 비난도 일고 있고, 김구라 씨의 캐릭터 자체에 대해서 진단하는 글들도 여럿 있습니다. 그런데 김구라 씨의 독설을 비판하는 글들을 보면 대부분 뒤에 가면 공통된 목소리가 있습니다. 이제는 독설 캐릭터를 버리고 욕 안 먹을 캐릭터로 변신하라, 이런 겁니다. 독설 캐릭터는 결굮 한계가 있고 생명력이 짧을 수밖에 없으므로 연예계에서 계속 살아 남으려면 이제는 좋은 쪽으로 가야 한다는 것이지요.

김구라의 독설은 이제 정리될 필요가 있습니다. 이제 그의 독설은 한계에 다다른 듯 합니다. 그러면 독설이 아닌 훈설로 변신을 시도해야 할 듯 합니다. 독설만이 김구라를 대변한다고 하는 때는 이미 지났습니다. 김구라의 독설이 자신에 독배가 되어 날아오는 것을 모른다면 그의 예능 인생은 오래 가지 못할 것입니다. 지금이라도 독설을 버리고 김구라는 새로운 이미지 메이킹을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 관련 포스트 : 김구라, 진중권, 윤형빈의 독설 차이

그런데 정말 이런 분들의 얘기처럼 김구라 씨가 독설을 버리면 예능계에서 장수할 수 있을까요? 제 의견은 정 반대입니다. 김구라 씨가 독설 캐릭터를 버리면 그 때가 예능계에서 사그라드는 날입니다. 사실 김구라 씨도 그 점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고매하신 비평가나 네티즌들에게 좋은 소리 못 듣는 걸 알면서도 자신의 캐릭터를 바꾸려 하지 않는 것이기도 합니다.

새롭게 기획되는 예능 프로그램이 있다고 가정합시다. 그럼 PD와 작가가 모여서 캐스팅을 논의할 것입니다. 이 프로의 성격에 맞는 캐릭터를 모아 놔야 하는데 어떤 캐릭터가 필요할까? 프로그램 전체를 끌고 나갈 메인 MC가 있을 것이고, 그 아래로 여러 가지 캐릭터를 가진 보조 MC 또는 패널들이 있을 것입니다. 이 프로그램에 이런저런 캐릭터가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오면 그에 맞는 캐릭터를 가진 연예인들을 섭외하게 될 것입니다.

다시 말해서, 어떤 연예인이 어떤 프로에 캐스팅이 된다는 것은 그 프로그램의 제작진이 그 연예인에게 기대하는 캐릭터가 있다는 것을 뜻합니다. 유재석을 캐스팅했다는 것은 유재석에게 기대하는 캐릭터가 있기 때문에 캐스팅하는 것이고 김구라를 캐스팅했다는 것은 김구라의 캐릭터를 이 프로그램에서 필요로 하기 때문에 캐스팅하는 것입니다. 어떤 PD도 김구라를 데려다 놓고서 유재석의  캐릭터를 요구하지 않습니다. 반대로 유재석을 데려다 놓고 김구라의 캐릭터를 원하는 PD도 없습니다.

예능인에게 캐릭터는 무척 중요한 자산입니다. 어떤 캐릭터가 구축이 되고 이 캐릭터가 대중들에게 확실하게 각인이 되면, 또 하나, 그 캐릭터에 대한 수요가 있으면 그때부터는 속된 말로 '잘 풀리는' 시대가 오는 겁니다. 그래서 예능 스타가 되고 싶은 연예인들은 나름대로 자기에게 맞으면서도 시장에서 수요가 있는 캐릭터를 구축하기 위해서 열심히 노력하게 마련입니다. 현재 스코어로 볼 때, 김구라 씨는 (플러스이건 마이너스이건 간에) 그런 캐릭터를 구축하는 데에 성공한 케이스입니다. 그리고 구축된 캐릭터를 밀고 나아가서 지금 이 시점의 자리에까지 올라섰습니다.

캐릭터란 참 많은 요소가 결합된 결과물입니다. 얼굴과 몸매를 비롯한 외모, 목소리, 억양, 말투와 같은 타고난 요소, 그리고 말과 행동을 비롯한 컨텐츠, 이런 수많은 요소들이 어울려서 한 사람의 캐릭터를 만들어 냅니다. 예를 들어 봅시다. 유재석과 김구라라는 두 사람이 있습니다. 이 두 사람은 외모에서부터 차이가 나타납니다. 유재석은 어딘가 순해 보이고 약해 보이는 모습이 외모에서부터 드러납니다. 김구라 씨는 외모에서부터 어딘가 드세 보이고 불만에 차 있는 표정이지요. 말투에서도 이런 이미지 차이가 나타납니다. 강호동과 김구라를 비교해도 차이는 드러나게 마련입니다. 번잡스러워보여도 강호동은 나름대로 귀여운(?) 이미지가 있지요. 김구라에게 귀여운 이미지를 발견할 수 있을까요? 차라리 유재석에게 김구라식 독설을 기대하는 게 나을 겁니다.

캐릭터를 구축해 나가고, 그 캐릭터를 대중들에게 각인시키는 과정은 무척 길고 어렵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구축된 캐릭터를 깨고 다른 캐릭터를 만드는 게 과연 현실성이 있는 얘기일까요? 어림도 없는 얘기입니다. 하물며 연기자들도 나름대로 구축되어 있는 캐릭터를 깨고 변신을 하는 것은 굉장한 모험입니다. 그야말로 대본대로 대사를 하고 대본대로 연기를 하는데도, 캐릭터 변신은 굉장한 모험이고 그 과정에서 변신을 소화하지 못해서 무너지는 연기자들도 많습니다. 그런데 짜여진 대본대로 연기를 하는 것도 아니고, 순발력과 애드립으로 방송을 해야 하는 예능인이 캐릭터 변신? 그랬다가는 거의 100% 망가집니다.

이 시점에서 인터넷 시절 때부터 김구라 씨가 하던 명언(?)을 되새겨 볼 필요가 있습니다. "내가 이만큼 떴다면 왜 사람들이 나를 찾는지 그 이유를 기억해야 한다"라는 말입니다. 말만으로는 잘 와닿지 않을 듯하니 예를 들어 보지요. 개그맨 중에서 뚱뚱한 캐릭터를 무기로 인기를 얻은 분들이 있습니다. 가장 대표격이라면 이영자 씨 같은 분들이 그런 경우겠지요. 그런데 이런 분들이 살을 빼고 나면 거의 대부분이 인기가 곤두박질을 칩니다. 다른 예로, 개성있는(?) 외모를 부각시키고 그 독특함을 내세워서 캐릭터를 구축한 개그맨들 중에서 예뻐지기 위해서 성형수술을 한 분들도 있습니다. 성형수술 이후에 대부분은 인기가 그야말로 푸욱 가라앉았지요.

누구나 이왕이면 예뻐 보이고 싶고, 착해 보이고 싶고, 호감으로 보이고 싶게 마련입니다. 악당이 되고 싶지 않은 법이지요. 하지만 악당은 필요합니다. 영화도 악역이 있어야 선한 주인공이 더 돋보이는 것처럼, 예능에서도 악당이 있으면 재미는 더해지게 마련입니다. 김구라 씨가 성공한 이유는 바로 악역을 자처했기 때문입니다. 생각해 보면 김구라 씨의 캐릭터는 예전 서세원 씨의 코드와 닿아 있습니다. 서세원 씨가 한참 개그맨으로 이름을 날릴 때 주로 하던 개그가 연예인 앞에 놓고 여기저기 악담을 하다가 나중에 역공을 받고 망가지는 그런 식이었는데, 김구라 씨도 비슷합니다. 한편으로는 독설과 악담을 하면도 다른 한편으로는 그 대상이었던 사람들의 역공에 쩔쩔매고 꼼짝 없이 당하는, 권선징악 시나리오의 악당이 김구라 씨의 캐릭터라 할 수 있습니다. 필요한 캐릭터긴 한데 잘 안 하려고 하는 악역을 인터넷의 대마왕 김구라 씨가 떠맡으면서 메이저리그에서도 확실하게 자신의 캐릭터로 굳어진 것이지요. 예전에도 비호감을 캐릭터로 밀고 나가서 성공한 스타들은 있었습니다만 이들은 주로 '형식의 비호감'이었습니다. 외모나 목소리, 말투, 버릇과 같이 어느 정도 타고 난 약점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김구라 씨는 처음으로 '내용의 비호감'을 극단으로 밀고 나가서 성공한 경우라 할 수 있습니다.

어떤 PD도 김구라 씨를 캐스팅하면서 덕담이나 훈설을 기대하지 않습니다. 그런 캐릭터가 필요하다면 외모나 내용이나 더 잘 어울리는 다른 사람들은 얼마든지 있습니다. 다시 말하면, 인터넷의 훈수꾼들 말처럼 김구라 씨가 독설을 버리고 다른 캐릭터로 변신하는 순간, 김구라 씨의 생명력은 거기서 끝입니다. 김구라 씨가 유재석 흉내를 낸다고 해서 유재석이 될 수도 없고 강호동 흉내를 낸다고 해서 강호동이 될 수도 없습니다. 그리고 사실 훈수꾼들의 주장은 요즘 새삼스레 나오는 얘기도 아닙니다. 김구라 씨가 처음 메이저 계에서 자리를 잡아갈 때에도 '저런 캐릭터 오래 못 간다', '독설을 버리고 훈설을 해야 생명력을 유지한다' 이런 얘기 늘 나왔습니다. 그런데 어떤가요? 여전히 잘 나가고 있고, 그 때보다 더 잘 나가고 있습니다. 앞으로 10년이 가도 김구라 씨를 둘러싼 구설수가 나오면 또 하나마나한 훈수가 나올 겁니다. "저런 독설 캐릭터 오래 못 간다"

그런 분들의 착각과는 반대로, 김구라 씨의 독설 캐릭터는 생명력이 꽤 길 거라고 봅니다. 일단 자극의 역치가 올라가버리면 좀처럼 내려오지 않고 오히려 더 올라가게 마련입니다. 더 독한 독설을 원한다면 모를까, 예능 분위기가 착하게 내려오지는 않을 거란 얘기입니다. 계속 악당 캐릭터는 수요가 있을 것이고, 그런 수요가 계속 있는 한은, 그리고 나쁜 캐릭터를 계속 유지하고 방송의 수위 안에서 잘 조절하는 한은 김구라 씨는 유재석 강호동은 못 되어도 오랫동안 생명력을 유지할 겁니다. 그리고 수요가 있음에도 다른 연예인들은 좀처럼 되고 싶지 않은 캐릭터라는 점도 김구라 씨가 계속 예능계에서 계속 생명력을 유지할 수 있는 이유가 될 겁니다. 만약 김구라 씨의 독설 캐릭터가 그렇게 시청자들에게 안 좋게 비친다면 시청률에서 나타나게 됩니다. 프로그램 전체 시청률 말고도 1분 단위로 찍혀 나오는 시청률이 있기 때문에 김구라 씨가 부각되는 시점에서 시청률이 떨어지는 경향이 나온다면 제작진도 안 좋은 쪽으로 판단이 서게 마련입니다. 하지만 사람에게는 이중성이 있지요. 겉으로는 욕을 하면서도 속에 숨은 사악한 마음은 나는 못하는 독설을 뻔뻔하게 하는 김구라 씨에게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마련입니다. 그래서 <장미의 이름>에서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 희극편에 독을 발라 놓은 호르헤 수사는 웃음을 사악한 것이라고 간주하고 저주했던 것이지요.

물론 김구라식 독설 캐릭터의 수요가 줄지 말라는 법도 없고, 김구라 씨를 뛰어넘는 대마왕이 나올 수도 있겠지요. 그럼 김구라 씨의 인기도 떨어질 것입니다. 그건 어쩔 수 없는 부분이기도 하죠. 결국 캐릭터로 먹고 사는 연예인은 그 캐릭터에 대한 수요가 사그라들면 함께 사그라들 수밖에 없는 게 숙명입니다. 캐릭터로 흥한 자, 캐릭터로 망한다고나 할까요? 하지만 분명한 것은 그렇다고 분명한 캐릭터를 가졌던 연예인이 그 캐릭터를 버리고 새롭게 변신을 하려 했을 때 성공한 경우는 거의 없다는 사실입니다. 적어도, 그냥 어영부영 있는 듯 없는 듯 사라지는 연예인들이 대다수인 판에서, 한 시기라도 제대로 풍미하면서 인기와 부를 누리는 것만 해도 어딘가요? 어차피 모든 연예인들이 유재석 강호동이 될 수도 없고, 그럴 필요도 없습니다. 김구라 씨는 그러기에는 너무 약점이 많은 사람입니다. 예능 프로에서 캐릭터는 가식과 연기를 가지고 억지로 구축되는 게 아니라 타고 난, 그리고 삶을 통해서 구축된 외모와 성격에서 자연스럽게 나오는 것입니다. 김구라 씨는 자신에게 맞는 캐릭터란 옷을 입고 나왔고, 거기에 충실하게 행동하고 있습니다. 왜 자신이 지금 인기가 있고 PD들이 자신을 찾는 지를 이해하고 그 기대에 배반하지 않는 것이 훈수꾼들의 '캐릭터 변신' 요구보다 김구라 씨에게 훨씬 긴 생명력을 보장해 줄 것입니다. 그게 좋은 캐릭터든 나쁜 캐릭터든 간에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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