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1이 루이스 해밀튼 효과를 톡톡하게 보고 있습니다. 사실 이번 캐나다 그랑프리는 별로 입장권이 안 팔릴 줄 알았습니다. 미하엘 슈마허도 은퇴했고, 자크 빌리누브도 잘린 판이니 캐나다 사람들로서는 김이 빠질 일이죠. 하지만, 루이스 해밀튼 첫 승에 대한 기대감 때문인지, 매진됐다고 합니다. 영국 그랑프리도 거의 매진됐고, 비싼 그랜드스탠드 쪽만 조금 남아 있다고 하네요. 자아, 이렇게 모두가 루이스 해밀튼에 열광하고 있을 때, 참 불쌍해진 분이 있습니다. 바로 페르난도 알론소 되시겠습니다. 사실 이 선수, 참 운이 없습니다. 네? 두 번이나 월드 챔피언을 했고, 최연소 우승, 최연소 폴 포지션, 에머슨 피티팔디의 최연소 챔피언 기록도 갈아치우고, 팀을 잘 옮긴 덕분에 잘 하면 세번째 월드 챔피언도 해 먹을 수 있는, 이 운수대통인 인간이 왜 운이 없냐고요? 그러면 뭐하냐고요. 항상 이슈 바깥으로 밀려나는데.
재작년에 첫 챔피언이 됐을 때, 이슈는 페르난도 알론소가 아니라, 오히려 불운이 겹치면서 챔피언 기회를 놓친, 키미 라이코넨에게 모여졌죠. 작년에 더블 월드 챔피언이 됐을 때, 사람들의 눈은 르노의 하늘색 차량이 아닌, 진홍색 페라리 차량에 모여 있었습니다. 바로 미하엘 슈마허가 이 시즌을 끝으로 은퇴했기 때문이죠. 일곱 번이나 월드 챔피언을 차지한, 이 거인의 마지막에 모든 스포트라이트가 모였습니다. 2007년. 이제 모든 눈은 'F1의 타이거 우즈', 루이스 해밀튼에게 모이고 있습니다. 설령 올해 알론소가 월드 챔피언을 다시 차지한다고 해도, 사람들은 루이스를 외칠 것입니다. 이미 지금까지 이룬 것만으로도 충분하니까요.
사실 해밀튼이 흑인이라는 약점, 집안이 넉넉치 않다는 어려움을 이기고 F1에 우뚝선 대단한 인물로 여겨지지만, 사실 알론소가 더 어려웠을 걸요? 해밀튼은 흑인이지만, 또 한 가지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영국인'이라는 점이죠. 모터스포츠의 중심. 영국 아니겠습니까. 하지만 알론소의 스페인은 유럽 F1 바닥에서는 변방이라도 해도 좋을 겁니다. 물론 오랫동안 스페인 그랑프리가 열렸지만 사실 인기는 모토GP 쪽으로 가 있었죠. 요즘 들어서 알론소 덕분에 인기가 많이 올라가긴 했지만, 그래도 영국하고는 비교가 안 되죠. 그리고 해밀튼은 어쨌거나 맥클라렌이 애지중지 키워 오면서 온갖 지원을 다 해 준 인물이지만, 알론소는 자기 힘으로 성장해 나가야만 했죠. (알론소의 집안도 아쉬움 없이 카트를 탈 정도로 넉넉한 건 아니었습니다) 물론 카트 쪽에서 우승도 차지하고 챔피언도 되면서 재정은 넉넉해졌지만, 해밀튼에 비교할 바는 아닙니다.
해밀튼. 이 대단한 신인은 F1 데뷔를 맥클라렌이라는 정상급 팀에서 시작했습니다. 신인을 태우지 않기로 유명한 이 팀으로서는 전대미문이라고 할 수 있죠. 팀 안에서 관계도 아무래도 작년까지는 적수였던 알론소보다는 오랫동안 후원해 주면서 친하게 지냈던 해밀튼이 더 좋을 수밖에 없죠. 아무리 정상급 팀이라고 해도, 팀을 옮기고 완전히 새로운 사람들,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건 절대로 쉬운 일이 아닙니다. 여기에 웬 난데없는 신인이 떡 하니 F1 머신에 올라타더니 자기와 비슷한 기량을 자랑하고 있으니, 이거 어쩝니까? 자칫하면, "뭐야? 월드 챔피언이 신인만도 못해? 완전 머신 덕으로 우승한 거였구만!" 이런 소리 듣게 생겼습니다. 반짝, 첫 경기 우승을 차지한 뒤에, 지금은 바닥을 기고 있는 키미 라이코넨을 생각해 보세요. 알론소는 정말 잘 하고 있는 겁니다. 하지만 전혀 정당한 평가를 받지 못하는 상황입니다.
우리의 운없는 페르난도 알론소 본좌. 과연 캐나다 GP의 쓰디쓴 기억을 떨치고 다시 제 모습을 찾아 주실지. 전번에, 올해 해밀튼이 챔피언이 된다면 그건 F1에게는 재앙이 될 거라고 했죠. 그 생각은 지금도 마찬가지입니다. F1이 그렇게 우스워져서는 안 됩니다. 아무리 '드라이브의 신'이 온다고 해도, F1은 같은 급 머신을 타본 적이 없는 새파란 신인이 덜컥 챔피언이 되는, 그런 장난같은 바닥이 돼서는 곤란합니다.
음음... 이렇게 쓰고 나니까 제가 마치 해밀튼 안티처럼 되어 버린 거 아닌가 싶은데요. 전 확실히 해밀튼의 팬입니다. 정확히는 맥클라렌의 팬이죠. 하지만, 아무리 팬이라고 해도 냉정하게 생각해 보면, 올해 해밀튼이 챔피언이 되는 건 길게 봐서 F1에게는 아무래도 좋지가 않습니다.
부디 알본좌가 루이스 해밀튼에게, "F1은 너 같은 얼라가 챔피언 꿈이나 꾸는 카트라이더 같은 동네가 아니거든?" 하고 한 수 가르쳐 줄 수 있도록, 울트라 파워를 되찾아 주시길, 바라마지 않습니다.
그리고 내년에는 3연속 월드 챔피언 페르난도 알론소, 그리고 준비된 챔피언 루이스 해밀튼. 이 두 사람이 챔피언을 놓고 물러설 수 없는 결투를 벌일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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